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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보 지정번호제 개편, 서열 논란 끝날까?

입력 2015-03-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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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청이 어제(10일) 문화재 지정번호 개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굉장히 말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번호 자체를 없애야 한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번호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 번호 매기는 것 자체가 일제 잔재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또 국보는 뭐고 보물은 뭐냐, 이것도 없애야 한다는 얘기까지도 사실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볼 텐데, 어떻게 바꿀 수 있겠다는 건지 한번 짚어보죠.

김필규 기자, 체계를 바꾼다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입니까?

[기자]

예, 말씀하신 대로 그동안 참 많이 논란이 됐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국보가 315건, 보물 1829건이 지정돼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숭례문이 국보 1호, 흥인지문이 보물 1호죠?

국보 중에선 경주 다보탑이 20호고 석굴암 24호, 훈민정음이 70호인데, 숭례문이 굳이 1호인 이유가 뭐냐, 훈민정음이나 석굴암이 숭례문보다 못하다는 거냐 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겁니다.

[앵커]

그 지정번호가 문화재의 가치에 따라서 매긴 겁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문화재청장도 지낸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언급된 적 있는데요, "한꺼번에 많은 수를 지정하면서 그냥 매긴 일련번호일 뿐이다. 건축, 조각, 회화 순, 지역은 서울, 경기, 강원 순으로 한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처음 이렇게 지정번호로 관리를 한 것은 일제시대였던 1933년 조선총독부인데, 당시 보물 153점을 정하면서 1호를 경성 남대문, 2호를 경성 동대문, 3호 보신각종, 4호 원각사지 다층석탑 이렇게 정했습니다.

숭례문, 흥인지문으로 돼 있지만, 당시에는 이걸 낮춰부르기 위해 남대문, 동대문으로 했었죠.

식민지 나라에서 국보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해서 당시엔 보물로만 관리했는데, 이 순서를 해방 후에도 그대로 가져와 국보와 보물로 나눠 관리해온 겁니다.

[앵커]

일제 시대에는 국보라는 명칭은 없이 보물로만 했었던 모양이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남대문으로 불렸던 숭례문을 굳이 1호로 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그동안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원래 일제시대 때 도성의 문을 다 부쉈는데, 숭례문의 경우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입성했던 문이고, 흥인지문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입성했던 곳이라 부수지 않고 살려두면서, 기념할 만하다 해서 보물 1,2호로 지정했다는 건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문화재청 관계자 이야기로 직접 들어보시죠.

[문화재청 관계자 : 지정을 위한 초록으로서 쭉 목록을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1920년대쯤에. 그때는 숭례문이 들어있지도 않았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정확하게 기록을 가지고 얘기할 뿐이지…근데 그런 건 없어요. 뭐 누가 들어왔기 때문에 이걸 1호로 했다,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없고…]

역사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행정편의상 했을 거라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이런 일제 잔재 논란에, 2008년 화재까지 겹치면서 과연 숭례문이 국보 1호의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을 제기한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앵커]

그나마도 엉터리로 복원했다면서요? 국보 1호라고 이야기하기엔 참 민망한 상황이 되긴 했습니다. 복원도 왜 그렇게 급하게 해서 엉터리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처럼 이런 식으로 숫자를 매겨 관리하는 나라가 별로 많지 않다면서요?

[기자]

네, 지구상에 두 곳, 한국과 북한뿐입니다.

북한의 경우 국보 1호가 평양성, 보물 1호가 평양종입니다.

중국의 경우 국가문물국을 두고 문화유산을 관리하지만, 국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문화재에 대외적인 번호도 매기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자유의 여신상이나 그랜드캐니언 등 8만 개에 달하는 '내셔널 레지스트' 목록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지만, 역시 번호를 매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1950년까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정번호를 뒀지만, 이제는 대외적으로는 없애고 관리 차원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교토 고류지에 있는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일본에선 국보 1호라고 부르지 않나요?

[기자]

예, 1950년 이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일본에는 국보 1호가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어찌 보면 번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일제 잔재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사람들은 제국주의를 그렇게 싫어한다면서 번호를 가지고 있네요. 그런데 지금도 큰 문제는 없는데, 번호 체계를 바꾸겠다는 건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번호 체계를 바꾸는 부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유홍준 교수도 문화재청장 시절 "관련 규정이나 교과서, 백과사전을 고쳐야 하는 등 여파가 크다"면서 "국보 1호만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느 것을 또 1호로 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중에선 아예 번호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직접 들어보시죠.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 우리나라 문화재 안내판 옆에 번호, 이거 지우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돈이 얼마나 들어가요. 교과서 새로 찍어낼 때 번호 없애면 되잖아요. 어차피 1년마다 새 판 인쇄하잖아요.]

[앵커]

여러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언제쯤 결론이 나겠습니까?

[기자]

이번에 문화재청이 맡긴 연구 용역은 오는 11월쯤 결과가 나올 거고요, 어떻게 될지는 내년 이후에나 확실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결론이 나오든지, 일제의 잔재는 어떤 특정 문화재가 아니라 그 문화재에 매겨져 있던 번호, 우리가 만든 순위였다는 점, 잘 염두에 둬야 이 오랜 논쟁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번호는 없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굳이 번호를 매겨서 마치 순위인 것처럼 오해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말이죠.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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