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극의 거리, 대학로에서 오래된 소극장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문화지구로 지정이 되면서 땅값이 올라 벌어진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글쎄요,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만, 잘못된 정책이 가져온 참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심수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11일) 서울 대학로에 곡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오래된 소극장들이 잇따라 폐관하는 것을 장례에 빗댄 겁니다.
[정재진/대학로극장 대표 : 건물주들의 턱없는 임대료 상승은 곧 연극인에 대한 말살이다.]
이 극장은 이번달 말이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같은 건물에 이웃해있던 다른 소극장은 이미 지난 1월 폐관했습니다.
현재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 140여개 가운데 약 70%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극장주들은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됐던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합니다.
[박재정/상상아트홀(폐관) 대표 : (문화지구 선정 이후) 너무나 높은 임대료가 책정이 됐기 때문에 그걸 내고서는 운영을 못해요]
건축주에게는 용적률을 늘려주고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극단이나 극장주에게는 지원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업시설이 몰려들면서 임대료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노명우 교수/아주대 사회학과 : 부동산 소유관계에서 약자인 문화주체들이 오히려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정책의 효과는 전혀 다른 주체들이 가져가는…]
원래는 소규모 갤러리의 거리였던 인사동, 인디밴드의 메카였던 홍대입구도 문화지구로 선정된 뒤 유흥가로 바뀌었습니다.
문화와 낭만의 거리 대학로도 같은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