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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골든타임 출동은커녕…불 구경하는 의용소방대

입력 2014-11-25 15:40 수정 2014-11-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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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올해는 정말 '골든타임'이란 말을 많이 들어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화재 사고에서도 소방관들은 골든타임이란 말을 쓰는데요 불이 나고 5분, 이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예산이 없어 소방대를 크게 줄이면서 골든타임에 제대로 출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게 우리 현실입니다. 정부는 소방대를 줄이면서 의용소방대로 대체한다고 밝혀왔는데요. 주민으로 구성된 자율 조직이지만, 각종 지원금으로 국민 세금이 일년에 600억 원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저희 취재진이 잠입취재까지 해본 결과 그 답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의용소방대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동안, 정식 소방관들은 찬밥 신세였기도 합니다.

임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열흘 전, 전남 담양의 펜션 화재로 4명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초기 대처'가 아쉬웠던 화재였습니다.

취재진은 화재 현장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의용소방대 사무실을 발견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입니다.

하지만 화재 당일 의용소방대는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실제로 어른 뜀박질 속도로 차를 달려 보니, 1분여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불이 난 펜션에 빨리 달려가 불을 끄지 못한 겁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의용소방대'라는 간판과 달리 내부는 일반 사무실입니다.

구조 메뉴얼이나 안전 장비는 물론이고, 소화기조차 없습니다.

현재 전국에는 9만 5천 명에 달하는 의용소방대원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한 민간 소방대입니다.

국민 세금을 들여 일년에 620억 원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담양 화재처럼 정작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되고 있습니다.

최근 의용소방대가 주목을 끄는 이유가 있습니다.

올들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방대를 100여 개나 줄였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다는 겁니다.

[최재민/옛 소방방재청 계장 : 인력이나 예산 때문에 119 지역대가 통폐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 화재 진압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난 7월, 경기도 파주의 꽃농장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하지만 2km 인근의 소방대는 이미 폐쇄된 뒤였습니다.

결국 11km나 떨어진 소방서에서 불을 꺼야 했습니다.

골든 타임을 놓친 겁니다.

[황영애/농장 주인 : (소방차가 오는데) 거의 20분이요. 빨리 왔으면, 빨리 좀 껐으면 피해가 덜 했을 거예요.]

소방관들은 목장갑을 낀 채 진압에 나서기도 합니다.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할 정도로 근무 조건이 열악합니다.

지자체는 대신 지역의 의용소방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렇다면 의용소방대원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될까.

취재진은 의용소방대 출동 현장에서 잠입 취재를 했습니다.

지방의 돼지 축사에서 불이 났습니다.

소방차들이 황급히 좁은 마을 길로 들어섭니다.

연기가 자욱합니다.

소방대원들과 주민들이 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바로 이 때 누군가 소방차 뒤에서 휴대전화로 뭔가 열심히 합니다.

의용소방대원입니다.

화재 지점으로는 좀처럼 접근하지 않습니다.

불이 잡힌 뒤에도 여전히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만 있습니다.

소방대가 아니라 구경꾼인 셈입니다.

취재진은 다시 담양의 펜션 화재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의용소방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담양 군청 관계자 : (의용소방대는 어느 정도나 나왔습니까?) 의용소방대요? 의용소방대는 없었어요.]

[인근 주민 : (가까이에 의소대 사무실이 있던데 문 안열었어요?) 네. (여기 와서 활동 안하세요?) 모임은 하는데…]

그러나 의용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합니다.

[의용소방대원 : 한 군데 몰려 있을 수는 없잖아요. 흩어지니까 '의용소방대는 하나도 안 나왔다' 그렇게 이야기가 돼 버린 거죠.]

하지만 장비도 하나 없이, 무엇을 했는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의용소방대원 : 대장이 바뀐 지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사무실 활용을 못 하고 있네요. 하려고 정리 중인데 이런 일이 났네요.]

소방관들도 아쉬움을 털어 놓습니다.

[소방공무원 :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산을 지원해 주면서도 통제와 관리가 정확히 안 되는 조직이죠.]

의용소방대는 이같은 현장의 비판엔 크게 아랑곳 않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서울의 호텔에선 전국 의용소방대 행사까지 열렸습니다.

자화자찬이 나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 이름. 바로 의용소방대입니다.]

[김원철/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회장 : 저희 의소대원들이 여러 현장에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다른 해보다 올해 사건들이 많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전국적 세력을 과시하는 의용소방대는 어떻게 유지될까.

지난 한해 각 지자체에서 의용소방대에 쓴 돈은 무려 620억 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돈입니다.

여기서 먼저 출동 수당으로 380억 원이 나갔습니다.

또 자녀 장학금으로 63억원이 들어 갔습니다.

최신형 피복비로 48억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해외 연수와 각종 행사 지원에도 100억 원 넘는 돈을 썼습니다.

정식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와는 크게 비교됩니다.

지난 23년 간 소방 공무원들의 자녀가 받은 장학금은 고작 34억원.

의용소방대의 자녀장학금 1년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정식 소방관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근무 수당은 1700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네, 의용소방대 자녀들에 장학금이 나간다는 사실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뉴스룸 2부에서는 의용소방대원의 하나마나한 교육 실태와 해외 관광지로 놀러다니면서 수억 원씩을 낭비하는 실태를 역시 탐사보도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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