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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현무-4보다 0.5톤 더...탄두 키운 '북한판 이스칸데르'

입력 2021-03-26 16:44 수정 2021-03-26 22:42

북,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사진 공개...지난 1월 열병식 공개 후 첫 시험
"2.5t 탄두에 600km 날아가" 주장..."사실이라면 파괴력 어마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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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사진 공개...지난 1월 열병식 공개 후 첫 시험
"2.5t 탄두에 600km 날아가" 주장..."사실이라면 파괴력 어마어마"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오늘 이른 아침, 노동신문을 통해 어제(25일)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 두 발이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 유도탄'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형'+'전술'+'유도탄' 각각의 단어만 보면 무슨 뜻인지 대략 감이 오는데 세 단어를 합쳐 놓으니 단번에 이게 어떤 무기인지, 얼마나 파괴력이 있는 무기인지,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된다는 건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JTBC 국제외교안보팀에서 국방 분야 취재를 맡고 있는 제가 전문가들에게 직접 묻고 들었습니다. 이 설명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신형 전술 유도탄'='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개량형

우선 북한이 보도한 기사 내용만 보면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 가며 해석해봐야 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노동신문은 "시험 발사한 2기의 신형 전술유도탄이 동해상 600km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는데요.
먼저 신형전술유도탄을 우리가 더 이해하기 쉬운 개념으로 바꿔 말하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라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란 뜻입니다. ('북한판'이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는 북한이 KN-23을 개발할 때 러시아의 최신예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를 많이 참고했기 때문입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요격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저공비행을 한 뒤 급상승(풀업 기동)하는 등 변칙적인 비행 궤적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3월 25일자 JTBC 뉴스룸 〈북, 1년 만에 탄도미사일 2발 발사…"안보리 결의 위반"〉 기사 참조 https://bit.ly/3stGPkc)


 
요격 회피 기능이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요격 회피 기능이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북한이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이 KN-23의 개량형을 첫 선보였는데 그 뒤 첫 시험발사를 한 게 바로 어제였습니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오늘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열병식 때 공개된 KN-23 개량형과 겉모습이 같습니다. 발사대 역할을 하는 이동식 발사차량(TEL)도 열병식 때 나온 것과 같이 바퀴가 기존의 4축에서 5축으로 길어진 모습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전술 유도탄 발사 장면북한이 공개한 신형 전술 유도탄 발사 장면

21세기 군사연구소의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의 길이, 직경이 모두 증대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스칸데르형 미사일 기술을 적용해 대형화된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거리가 길어지고 탄두 중량도 증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탄두 중량 2.5톤 사실이면 "핵탄두 필요 없는 어마어마한 파괴력"

노동신문은 또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은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의 핵심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했다는 내용입니다. 기존 KN-23은 탄두 무게가 약 1t 안팎으로 분석됐는데 이번엔 탄두 중량을 두 배 이상 늘려 위력이 센 탄두를 가졌음을 과시했다는 것이죠. 탄두 중량 2.5t이면 한국이나 일본을 겨냥하는 '전술핵' 탑재도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핵 탑재 가능 여부와 별개로 실제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렸다면 기존의 미사일보다 훨씬 센 파괴력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JTBC와 통화에서 "탄두 중량 2.5t이면 핵탄두를 실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괴력"이라면서 "탄두 중량 2t인 '현무-4'가 콘크리트 벽 여러 겹을 한 번에 뚫고 지하 깊숙이 있는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알려졌는데 그보다 더 늘어난 중량이라면 북한이 남한의 원전 등을 타깃으로 했을 때 핵까지 탑재할 필요도 없는 파괴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탄두 중량 2t으로 알려진 우리 군의 신형 탄도 미사일 '현무-4'를 의식해 그보다 0.5t 더 중량을 늘려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 군의 탄도 미사일 현무의 발사 장면우리 군의 탄도 미사일 현무의 발사 장면


다만 북한이 밝힌 탄두 중량 2.5t, 비행거리 600km라는 성과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사대 차폭이 기존과 큰 차이가 없고 직경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북, 당대회서 공언한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

북한 KN-23 개량형이 실제 우리에게 어느 수준의 위협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원과 성능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건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언한 이후 한 단계 한 단계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시험 발사를 참관한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오늘의 무기 시험이 8차 당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정책을 관철해 나가는데서 중요한 공정이 됐다"고 했는데요. 이미 핵탄두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새로 개량한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려 시험하면서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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