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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취소된 겨울축제…애물단지 된 물고기들

입력 2021-01-04 21:05 수정 2021-01-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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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느새 '겨울 풍경'으로 자리 잡은 게 고기를 잡고 구워 먹기도 하는 물고기 축제죠. 홍천엔 송어, 화천엔 산천어, 지역마다 대표 물고기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축제들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축제가 모두 취소되면서 준비한 물고기 수십만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효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화천천이 텅 비었습니다.

축제장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강원도 화천에선 매년 이맘때를 성수기라고 부릅니다.

산천어 축제에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축제가 취소되면서, 마을 전체가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각종 판매 부스로 가득 찼던 공간은 이렇게 공터가 됐습니다.

화천천으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현수막까지 붙었습니다.

원래 산천어 낚시를 하던 곳입니다.

[잡았다]

산천어 낚시 체험, 맨손으로 산천어 잡기 체험은 축제의 별미였습니다.

이를 위해 화천군은 전국 각지에서 산천어를 공수했습니다.

해마다 200톤 정도, 모두 80만 마리입니다.

지금, 이 산천어들은 어디에 있을까.

축제 기간이 되면 산천어를 재빨리 공급하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임시로 양어장이 운영되는데요.

지금은 축제가 취소되면서 이게 사육장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사람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닙니다.

[이석/강원 화천군 산천어 임시 양어장 : (산천어가) 굉장히 예민해서 몰아놓거나 이러면 많이 죽거나 이럴 수도 있거든요.]

원래 이맘때면 화천천으로 옮겼을 텐데, 양어장 안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부는 미리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산천어 77톤, 25만 마리가 남아있습니다.

산천어 횟집도 몇 곳 있지만 모두 횟감으로 사용하긴 어렵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순환/산천어 횟집 운영 17년 차 : 춘천만 가도 산천어를 파는 집이 없어요. 새로운 유통망을 개발해야 되는데, 쉽게 얘기하면 뚫어야 되는데 쉽지가 않지.]

결국 화천군이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산천어를 옮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1톤 트럭에 산천어를 모두 담으면 이동해서 가공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자마자 할복을 해야 되니까 물을 많이 안 채워서 가죠.]

양어장에서 산천어를 싣고 가는 트럭, 트럭이 도착한 작업장에선 사람들이 산천어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김경숙/강원 화천군 주민 : 비늘이 전체적으로 벗겨져야 비린 맛이 안 난대요. 그래서 여기서 1차적으로 꼼꼼하게 하는 거예요.]

축제가 취소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 군민들이 비늘 벗기기로 용돈벌이에 나선 겁니다.

통조림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화천군은 통조림을 비롯해 산천어 피자, 산천어 탕수육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달 안엔 유명 호텔들과 손을 잡고 산천어 요리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최순환/산천어 횟집 운영 17년 차 : 맛은 좋으니까. (그런데) 그걸 다른 음식으로 상품화했을 때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거죠.]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은 겁니다.

화천과 1시간 거리에 있는 강원도 홍천.

양어장에 송어가 가득합니다.

겨울철 열리는 홍천 꽁꽁축제가 취소되면서 송어 2만4000마리가 갈 곳을 잃은 것입니다.

[박영식/홍천강 꽁꽁축제 기획팀장 : 30만원, 40만원 정도가 매일 사료값으로 지출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군에 별도의 예산이 없어 음식을 만들거나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도 어렵습니다.

공개입찰은 실패했고,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박영식/홍천강 꽁꽁축제 기획팀장 : 유해성 어종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방생을 할 수 있는 고기도 아니고…]

이번 달 안에 처분해야 합니다.

다음달이 되어 태어난지 1년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팔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온 걸까.

축제에 쓰이는 물고기는 1년 전부터 키워야 합니다.

[송민수/강원 화천군 홍보계장 : 한두 달 만에 성어가 되는 건 아니니까 연초에 그것을 계약을 해서… 1년 동안 (코로나19가) 이렇게 길게 갈지, 연초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잖아요.]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양도 많아 축제가 아니면 개별적으로 거래하기도 어렵습니다.

화천산천어축제와 홍천꽁꽁축제, 평창송어축제 등 물고기를 테마로 한 축제는 전국에서 20곳 정도로 추산됩니다.

한 때 지역의 효자였던 물고기들입니다.

강화된 코로나19방역 지침으로 이젠 애물단지 취급을 받습니다.

폐기처분 된 물고기도, 피해를 감내해온 양어장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한은 한 달, 그 안에 과연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VJ : 박선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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