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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엄마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

입력 2022-06-07 14:51 수정 2022-06-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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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홈페이지출처=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홈페이지

코로나19 취재팀장으로 1년 전 발달장애인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여러 어머니를 만났다. 코로나 19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이 얼마나 더 힘들어졌는지 질문했다. 어머니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달라진 게 없다'라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복지관들이 문을 닫아도 큰 타격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있건 없건 발달장애인의 돌봄은 직계가족, 그 가운데서도 주로 어머니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움직이기 어렵고, 발작이나 호흡곤란으로 빈번하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중증복합장애인에게 조차도 정부는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이 365일, 24시간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

돌봄은 끝이 없다. 발달장애인도 언젠가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취업 프로그램도 부족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제발 자식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기를 기도한다'라고 말한다.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올해 또 거리로 나섰다. 삭발한다. 기자회견을 연다. 정부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이렇게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당장 나아지는 게 없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거리로 나서야 한다.

 
출처=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홈페이지출처=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홈페이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달장애아를 둔 여러 명의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의 40대 여성은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30대인 중증장애 자녀를 60대 부모가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부모는 자살 시도를 했다. 이 부모는 대장암 진단을 상태였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의 돌봄 책임이 오롯이 부모에게 전가 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회적 타살'은 사라지기 어렵다.

새 정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얼마나 의욕을 보일지 아직 알기 어렵다. 벌써 걱정이 된다. 얼마 전 물러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왜 농성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장애인 부모들을 만나려는 시도나 제스처도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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