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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입력 2021-11-15 09:32 수정 2021-11-17 17:1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5)

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고자 모인 각계의 인물들
방송인 타일러 라쉬, 유튜버 과학쿠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 그린피스 장다울 정책전문위원
실감형 에너지박물관 프로젝트 참여자 릴레이 인터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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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5)

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고자 모인 각계의 인물들
방송인 타일러 라쉬, 유튜버 과학쿠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 그린피스 장다울 정책전문위원
실감형 에너지박물관 프로젝트 참여자 릴레이 인터뷰 (5/5)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각국 정부와 기관, NGO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의미 있는 성과도, 아쉬운 순간도 모두 공존했습니다.

제주 가시리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의 모습제주 가시리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의 모습
#선언은_했지만_확답은_안했다?
먼저, 국제사회는 공식적인 '탈석탄 선언'에 나섰습니다. COP26에서 '글로벌 에너지전환 선언(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이 나온 겁니다. 2030년대(개도국은 2040년대)에 석탄발전을 퇴출하고,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며, 친환경 전원을 확대하고,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나선다는 것이 선언의 주요 내용입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석탄발전량이 많은 한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한전과 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서명에 나섰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이 두 나라는 2040년대에 석탄발전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로 지어지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앞서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와 JTBC 뉴스룸 보도를 통해서도 전해드렸던 인도네시아 자바 9, 10호기와 베트남 붕앙 2호기만 이 선언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 2020년 10월 12일 [박상욱의 기후 1.5] 대한민국 '석탄 고집', 한전도 정부도 '고집불통', 2021년 4월 21일 [JTBC 뉴스룸] 그린뉴딜·탄소중립 선언했지만…석탄발전 사업은 강행, 2021년 4월 26일 [박상욱의 기후 1.5] 석탄에 투자된 국민연금, 돈다발 쌓으면 성층권까지)

인도네시아에선 찌레본 2호기, 베트남에선 광짝 1호기 사업이 진행 중이죠.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베트남 붕앙 2호기와 광짝 2호기의 경우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막 공사가 시작됐거나, 아직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상태인데 이들 나라에서 “20년 후 석탄 퇴출”을 선언한 것이죠. 통상 30년 안팎의 발전소 수명을 절반밖에 보장받지 못 하는 셈입니다. 또한, 탈석탄 목표 시점까지 점진적인 석탄 발전량 감축에 나선다면, 운영 기간뿐 아니라 가동률도 보장할 수 없죠. 우리나라가 이들 석탄발전소의 시공에만 참여한 것이 아닙니다. 사업 자금으로도 한국 돈이 투입됐습니다. 그것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의 수조원이 들어간 겁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탈석탄에 따른 리스크는 사업 추진 초기부터 지적됐던 문제”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탈석탄 선언은 사업의 전제조건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바 9, 10호기(인도네시아)와 붕앙 2호기(베트남) 등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들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스텝이 엉켜서였을까요. '선진국 탈석탄 시점이 2030년인데 지킬 수 있느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추진 사업에 변화가 있느냐' 쏟아지는 질문에 정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년 탄소중립, 석탄발전 폐지 및 해외 석탄 금융지원 중단 등 정책과 부합해 동참하게 된 것“이라며 ”탈석탄 동맹에는 가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진국 기준, 2030년대에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서명에는 참여했으나 '2030년까지 석탄발전설비 폐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탈석탄동맹(PPCA)'엔 가입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한국은_아직도_기후_빌런
비슷한 이유로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국제 선언은 또 있었습니다. COP26에선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 공동 선언문도 발표됐습니다. 2022년 말까지 석탄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공적 금융기관 투자를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미국과 영국, 덴마크, 캐나다 등 선진국뿐 아니라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등 개도국까지 20여 나라가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석유 및 천연가스 공적금융 투자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선언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투자 금액은 92억 달러(약 10조 8500억원)로, OCI(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는 한국이 G20 국가 가운데 1위 규모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선언은 하되, 실질적인 감축량과 감축 시한을 정해둔 움직임에선 발을 빼면서 2050 탄소중립 선언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에도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 기후대응지수 평가에서 평가 대상 61개 나라 가운데 53위에 랭크된 겁니다. 온실가스 배출량(40%), 재생에너지(20%), 에너지 사용량(20%), 기후 정책(20%)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그 외 다른 모든 부문에선 '낮음'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대만, 캐나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뿐이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거의 모든 부문에 있어 한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에너지 사용량 측면에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종합평가 결과가 소폭 떨어졌습니다.

이러는 사이, COP26을 계기로 감축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산화탄소 감축'과도 같았던 지금까지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앞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추진된 글로벌 메탄 서약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실제 서명에 참여하며 본격 출범했습니다. “메탄 배출을 2020년 대비 30% 줄이자”는 약속에 미국과 EU는 물론, 우리나라와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도, 캐나다와 아르헨티나 등 100개국 넘는 나라가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우리나라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IEEA(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는 “LNG를 청정에너지로 분류하라는 기업들의 압박에 한국 정부가 굴복했다”며 “한국의 녹색분류체계에 따르면, 100GW 규모의 신규 LNG 발전 프로젝트는 녹색채권 및 대출 자격을 얻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ESG 투자자들이 의도치 않게 가스 산업을 지원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의 잘못된 분류체계로 인해 글로벌 ESG 투자금이 한국을 피할 수 있고, '정작 투자가 절실한' 국내 재생에너지가 받아야 할 투자까지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메탄을 태워 발전을 하는데, LNG가 메탄 서약과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IEEA는 일침을 가했습니다. “LNG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을 뿜어내는데, 발전소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친 배출량은 매우 위험하고도 엄청난 양이다. 대기에 머무는 20년의 시간 동안, 메탄의 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90배에 달한다. 단기적으론 탄소보다 메탄이 더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CBI(기후채권이니셔티브) 역시 우리나라의 녹색분류체계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려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상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녹색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그레이수소와 LNG를 이용한 발전에 2030년까지 투자가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겁니다. 또한, '임시적'이라는 포장을 했지만, 결국 2030년에 투자한 LNG 발전소는 이후 20~30년 넘게 가동되는 만큼 “화석연료 발전을 2040년이 훨씬 더 지나서도 유지하는 셈”이라고 분석했죠.

CBI는 “LNG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전환 기술로 제안되지만, 이러한 접근엔 가스 전체 공급망에 걸친 탈루와 그로 인한 메탄 배출이 크게 과소평가되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LNG와 그레이수소가 '녹색금융'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의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사회의 관심과 투자를 비용경쟁력이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 첫 번째, “화석연료 발전의 퇴출 시점을 당초 퇴출되어야 할 시점 이후로 늦춘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입니다. 앞서 EU와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녹색분류체계 입안에 참여해온 CBI는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이 과학에 기반한 기준인 100g/KWh 범위 안에 머무를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더욱_거세지는_감축_압박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호수는 한때 잔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고고한 선언, 추상적이고도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했죠. 그러다 EU가 '탄소국경조정'이라는 돌을 처음 던졌을 때, 그 파장은 다양한 움직임을 낳았습니다. 한국에선 전경련이 '보호무역주의다', '국가 차원에서 반발해야 한다'고 나섰고, 미국은 재빠르게 자체적인 탄소국경세를 논의하며 대응에 나섰죠.

COP26의 개막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향후 행보였습니다.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강도 높은 감축 드라이브에 중국이 반기를 들고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죠. 가파른 감축 속도에 대한 개도국의 불편한 입장을 중국이 대변하면서, 또 다른 기후 리더십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영국 글래스고에서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일어났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가 회담을 갖고 '깜짝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이 '기후 행동 강화를 위한 글래스고 공동 선언'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 미 국무부 홈페이지)(자료: 미 국무부 홈페이지)
양국은 지난 8월 공개된 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담긴 경고대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20년대, 기후위기 타개를 위해 기후행동을가속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공동 선언을 통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양국이 전 세계의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미중이 협력키로 합의한 분야는 다양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환경기준과 규제 시스템, 청정에너지 전환, 탈탄소 및 전동화 정책, 순환경제, 탄소포집 등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적인 분야 모두에 걸쳐 협력하기로 한 겁니다. 또한, 양국 모두 메탄 감축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감축 정책 및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은 2035년 100% 탈탄소 발전을 목표로 설정하고,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 기간 석탄 소비를 줄여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양국의 2035년 감축목표를 놓고 2025년 함께 소통하기로도 합의했죠.

G2의 이같은 합의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선진국도, 개도국도 강력한 감축의 흐름에서 '벗어날 여지'가 사라진 것과도 같습니다. '국제 공인 선진국'임에도 온실가스 감축 이야기만 나오면 '개도국 카테고리'에 들어가려 하는 나라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겁니다. '미국은 과거에 다 뿜을 것 다 뿜고서 무슨 소리냐', 혹은 '중국부터 잘하라 그래라'와 같은 양 극단을 향한 비아냥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 거죠. 중국이 호주와의 분쟁으로 인한 석탄 수급의 차질과 자국 내 에너지 대란에도 '재생에너지 굴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새로운 전장(戰場)에서도 미국과의 양강 구도를 이어가기 위함이었을까요.

에너지전환을 알리기 위한 VR 에너지박물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 (좌측부터) 방송인 타일러 라쉬, 과학 유튜버 '과학쿠키' 이효종, 박상욱 JTBC 기자, 이유진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에너지전환을 알리기 위한 VR 에너지박물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 (좌측부터) 방송인 타일러 라쉬, 과학 유튜버 '과학쿠키' 이효종, 박상욱 JTBC 기자, 이유진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결국 이 모든 일들의 핵심은 '신속한 에너지전환'에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의 이유를 설명하고, 전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5명이 모였습니다. 우리 지구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책으로 펴낸 방송인 타일러 라쉬,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 과학교사 출신 유튜버 과학쿠키,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고군분투중인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그린피스 장다울 정책전문위원, 그리고 103주째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는 기자 본인까지. 각각의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방향은 모두 같았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은 당면한 과제일 뿐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선 에너지전환이 필수라는 것. 이들은 360도 영상과 VR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에너지박물관'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환의 이유와 역사, 방법과 미래에 대해 설명할 계획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 이번이 마지막 순서입니다. 재생에너지, 과연 아직도 '검증 안 된 신기술'에 불과할까요? 에너지전환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에 불과할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Q. 지속가능성,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는 얼마나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일은 주변을 둘러보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주변이라 함은, 다른 나라나 지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인데요, 사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 라고 우리나라가 선언을 하고서 많은 분들이 '굉장히 먼 미래의 일이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이젠 30년도 채 남지 않았죠. 다시 말해서, 2021년 우리가 지금 순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100이라고 했을 때, 이를 30년만에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30년도 안 되는 시간에 100에서 0으로 바뀐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에 맞서야 하고, 그 변화에 지금부터 우리가 동참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렇다 보니까 더 이상 이것은 먼 미래의 일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일도 아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해외 같은 경우에는 이미 탄소중립을 향한 걸음을 뗀 곳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증가세로 가는 게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는 나라도 다수 있다는 거죠. 당장 유럽, EU를 봐도 그렇습니다. 유럽의 특정 한 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유럽 평균으로 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상당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죠.

지리적, 경제적으로 봤을 때, EU를 구성하는 각 나라들의 상황은 저마다 다릅니다. 에너지전환에 있어 지리적으로 한국보다 유리한 곳도 있지만 불리한 곳도 있습니다. 경제구조 역시 EU의 모든 나라가 '금융업'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것도 아닙니다. EU의 앞선 선례를 지켜보다 보면, 단순히 '우리나라도 실제로 이걸 실천할 수 있구나'를 넘어서 '이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있구나'라는 것도 알 수 있죠. 반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외교적인 측면에서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역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Q. 재생에너지에 대한 '악성 꼬리표'는 여전한데?

“먼저, 태양광에 붙은 꼬리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태양광 발전의 원리만 알아도 사라질 꼬리표부터, 숫자로 확연히 증명될 '가짜뉴스'까지. 태양광은 여전히 많은 오해에 휩싸여 있습니다. '눈부심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과연 유효한 주장일까요. 태양광 발전은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꿈으로써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즉, 눈이 부시다는 것은 빛을 반사한다는 뜻이고, 이는 발전 설비의 효율이 '꽝'이라는 소리입니다. 과연, 수십년간 이어진 기술의 개발사(史)가 이러한 '비효율'을 그냥 뒀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빛 반사율은 5% 남짓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걸어다니며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10~20%)보다도 한참 낮습니다. 건물 외벽에 흰색 페인트를 발랐을 때의 빛 반사율은 70~90%에 달합니다. '빛 반사'를 이유로 태양광 패널을 반대한다면, 전국의 모든 건물엔 온통 검은 페인트만을 발라야겠죠.

한때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범벅'이라는 이야기가 떠돌던 적이 있습니다. 이 역시, 패널의 구성 요소를 이해한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실리콘으로 만든 패널인데 '웬 중금속?'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굳이 중금속을 찾자면, 회로 등에 '납땜'을 하는 데에 쓰인 납이 전부입니다. 그러한 납이 걱정된다면 납땜을 한 그 어떤 전자기기도 이용해선 안 되겠죠.

장마철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기사가 있습니다.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의 주범'이라는 기사입니다. 처참한 산사태 현장의 모습과 지역 주민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연 진짜 주범일까요. 역대 최장 장마였던 2020년 여름, 당시 전국 6157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 중 산지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27곳 뿐이었습니다. 비율로는 0.4%입니다. '그래도, 산지 태양광이 설치된 곳들 대부분이 산사태가 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죠. 당시 산지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전국 1만 2923곳에 달했습니다. 이중 27곳, 단 0.2%에서만 산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즉, 역대 최악의 장마에도 99.8%의 산지 태양광은 안전했다는 겁니다.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해상의 모습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해상의 모습
또,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을 놓고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반발이 거셉니다. 이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현장'이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에너지박물관을 통해 실감나는 VR 영상으로 직접 볼 수 있고요.”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바로 아래의 바닷속 모습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바로 아래의 바닷속 모습
Q. “에너지전환은 ○○이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에너지전환은 '문명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에너지에 있어서 변화를 겪을 때마다 우리 인류의 문명은 한 단계씩 변화와 발전을 해왔습니다. 인류가 처음 불을 발견했을 때도 그랬고요, 증기기관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내연기관을 처음 접했을 때… 각각의 그 단계마다 우리는 진일보해왔던 것이죠. 지금처럼, 재생에너지라고 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으로 바뀌게 되는 그런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의 문명은 또 한 번 대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은 문명의 전환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유럽 앞서나가고 미·중 손잡는데…'재생에너지 꼬리표' 여전한 한국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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