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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입력 2024-04-08 08:00 수정 2024-04-10 23:1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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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0)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403곳, 한국 31곳이었던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기업 또는 기구의 수는 2024년 2월 기준, 전 세계에서 429곳에 달합니다. 이중 국내 기업은 36곳이고요. 미국(2022년 말 기준, 98곳), EU(128곳), 일본(80곳) 등에 비하면 가입 기업의 수는 적지만, 이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각국 RE100 가입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2022년 말 기준 6만 173GWh로, 10만 325GWh의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습니다. 20여개국이 모인 EU(6만 6,638GWh)에 필적할 정도죠. 기업 1곳당 평균 전력사용량 기준으로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평균 1,941.1GWh로, 중국(기업 1곳당 평균 8,809.4GWh) 다음으로 많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국내 가입 기업의 면면을 보면, 수출의 비중이 큰 대기업이 대부분이고, 이는 곧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 계획의 공시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국내 RE100 가입 기업을 넘어 전 세계 RE100 가입 기업 가운데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기업의 사업장 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2022년 Scope 1 배출량: 597만 2,000톤)보다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 배출량(2022년 Scope 2 배출량: 908만 1,000톤)이 훨씬 많습니다.

결국, 이들 기업의 RE100 가입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發) 전력을 사용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지구를 지키자'는 선의를 넘어 '당장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당장의 제조 공정이나 생산 라인을 전면 뜯어고치는 일보다, 갑자기 사용하던 전력을 수십% 줄이는 일보다, 다른 것은 천천히 바꾸더라도 당장 사용하는 전력의 '출신 성분'을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RE100 가입만큼 투자자들에게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만,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Scope 2 배출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가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가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을 역임한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자발적인 참여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압박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이라는 자발적인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것은 자발적인 참여도 있겠지만, 사실 일차적으론 투자자들이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들에 RE100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한 부분도 상당합니다. 기후공시라든가 ESG 평가 등을 통해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 등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를 기준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일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이런 투자자들의 변화를 의식하고, 이러한 이니셔티브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RE100의 범위는 가입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사업장을 그 범위로 하지만, 이를 이미 달성했거나, 달성에 근접한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기업, 즉 공급망 기업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애플이 주요 협력사들에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동참하라고 요구한 사례처럼,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고객사가 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죠.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좁은 영토와 작은 내수 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글로벌 시장에서 비롯된 RE100 관련 요구가 기업의 실적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국내외에 두루 사업장을 보유한 국내 주요 RE100 가입 기업 10곳의 RE 이행률을 살펴봤습니다. 국내외 사업장을 모두 합쳤을 때, 이들 기업의 RE 이행률은 LG에너지솔루션(57%)을 제외하면 모두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와 삼성SDI의 경우, RE100에 가입은 했지만, CDP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에서 소비한 전력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0%이고요. 삼성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 사업장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했지만,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각각 7%,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RE100 가입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해외 사업장에선 RE 이행률이 97%에 달합니다.

이들 기업은 빠르게는 2030년, 늦어도 2050년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워둔 상황입니다. 이는 그저 해당 기업이 '우리가 그만큼 지구를 지킬 거예요'라며 감성적으로 지키지 못 할, 선언에만 그칠 선언을 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연도와 RE 비중 등 숫자를 토대로 공시를 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죠. 이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손절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의 흥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기업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들 기업의 RE100 목표 시점에 대해 투자자뿐 아니라 국가와 정부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면,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다.” 앞선 2주간의 연재에서 전해드렸던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회장이 2020년 11월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상에게 한 발언이 한국에서 먼저 실현되기 전에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우리나라는 전 세계 RE100 가입 기업이 꼽은 '가장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운 나라'로 꼽혔습니다. 이는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발(發) 전력의 현황을 보면 여실히 나타납니다. 당장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이 국내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에서 조달하는 재생전력의 양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2022년, 국내 566GWh, 해외 1,283GWh였던 재생에너지 조달량은 2023년, 국내 5,093GWh, 해외 12,573GWh로 급증했습니다. 둘 사이 격차는 2022년 717GWh에서 2023년 7,480GWh로 벌어졌고요. 둘 사이의 차이는 그저 '양'에만 있지 않습니다. 조달 방법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2022~2023년 사이, RE100 가입 한국 기업이 국내 사업장에서 조달량을 늘린 주된 방법은 '녹색 프리미엄'이라고도 불리는 녹색요금제였습니다. 다양한 재생전력 조달 방법 가운데 가장 '덜 녹색인' 방법입니다.

그저 기존에 내던 전기요금에 추가금을 더 내서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서'를 받는 방법인 녹색요금제는 실제 기업이 재생전력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기업이 주장할 수는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는 인정받기도 어렵죠. 기업이 스스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 자가발전에 나선 것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 그 전력을 공급받은 것(PPA)도, 그 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발급된 REC를 구매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전력망에 뒤섞인 석탄과 가스, 그 외 발전원에서 비롯된 전력을 사용한 후 '웃돈'을 지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리스크를 기업들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조달 방법이 부족하다 보니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더딘 재생에너지 확대에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가격이 높은 REC 구매 등의 선택지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녹색요금제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2023년 RE100 가입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을 살펴보면, REC 구매로 조달한 전력은 10,339GWh로 전년의 1,000배를 넘습니다. 전체 조달량의 83.4%가 이처럼 검증 가능한 '진짜 녹색 전기'였던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RE100에 가입을 하진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더 많습니다. 지난주부터 계속해서 강조해드렸듯, 다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Scope 1보다 Scope 2가 더 많은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재생에너지 사용은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쉽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제조 공정이나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더라도, 전력 사용량 자체를 줄이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전력의 무탄소화만 달성한다면 자연스레 Scope 2 배출량은 0을 기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CDP가 최근 공개한 또 다른 보고서 〈2023 CDP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대상 기업 가운데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는 기업은 2023년 기준 175곳에 달합니다. 이중 온실가스의 배출량 측정에 그치지 않고, 감축목표를 수립했다고 보고한 기업은 150개에 이르고요. Scope 2 배출 감축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43곳으로, RE100 가입 기업 수보다도 더 많습니다. 이들 기업이 2023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전력만도 8만 3,836GWh로, 2023년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 57만 1,778GWh의 14.7%에 달합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가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가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RE100 가입 기업 수보다 실제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가진 기업의 수가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의 영향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스마트폰을 만들잖아요? 제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한 20%밖에 안 됩니다. 그럼 80%는 뭐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 납품업체 등에서 뿜어낸 것입니다. 그러면, 그 납품업체도 1차 벤더, 2차 벤더가 또 있죠. 결국 최종 기업은 1차 벤더에게, 1차 벤더는 또 2차 벤더에게… 연이어 단속을 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연쇄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 관계자들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사나 투자사들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한 정보 공개나 RE100 가입 관련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포라나 아마존, 왓슨스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직접적으로 RE100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희 제품의 Scope 1~3 배출량이 얼마인지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이런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특히 세포라의 경우, 감축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또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이런 계획들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장의 고객들에게도 이 제품을 만들 때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인지, 이를 제품에 표기하게 되고, 그것이 구매 판단의 요소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상무


“특히 모바일,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 고객사들이 RE100 부분에 있어서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RE100 가입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투자사의 경우에도, 과거엔 재무적인 성과 중심의 판단을 했지만, 이제는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판단하기 때문에 긍정의 피드백을 받고 있고요. RE100 가입 이후엔 실질적인 ESG 평가 지수가 높아지면서, 투자사들도 투자의 메리트가 커졌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박영수 LG이노텍 안전환경담당

최근엔 이러한 하향식 RE100 압박을 넘어 상향식 압박도 등장했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네덜란드의 ASML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ASML은 지난 2월, 204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넷 제로는 비단 Scope 1이나 Scope 2를 넘어 Scope 3 배출의 제로화를 의미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지난 연재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Scope 3는 모든 간접배출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2차 벤더에게 Scope 3 배출은 원재료 가공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자신이 부품을 납품한 1차 벤더와 최종 제조 및 판매 기업, 소위 '갑(甲) 기업'의 배출까지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및 수출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배출량은 ASML에 Scope 3 배출인 것이죠. ASML은 2030년까지 자사 공급망의 넷 제로를 달성하고, 2040년엔 고객사를 포함한 모든 Scope에서의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려는 기업은 비단 '한국 기업'만이 아닙니다. 국내에 사업장을 둔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은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현재 설치된 공장 설비가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이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이 국내 산업계에 RE100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RE100에 직접 가입은 안 했어도,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독일계 화학회사인 바스프가 국내 기업과 1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조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그런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여건은 매우 열악합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대해 이미 국내에 지사를 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에 보고를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뒤처져있기 때문에, 해외 글로벌 기업이 생산기지를 줄일 수 있는 국가로 결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특히 일본과 대만 같은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공급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보다 우리가 대응을 못 한다면, 당연히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죠. 실제 그렇게 뒤처지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현재 설치된 모든 공장 설비가 가동되지 않는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그 확대에서 비롯되는 에너지전환은 기존의 발전 시스템을 넘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대전환'임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수반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온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2050년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만 마치 에너지전환의 갈라파고스처럼 남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 생산기지를 둔 다국적 기업을 시작으로, 나중엔 한국에 기반을 둔 우리 기업마저도 이런 갈라파고스에 남아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정부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마련할 때마다 산업계가 “감축 부담이 지나치다”고 냈던 큰 목소리는 “정부부터 에너지전환에 적극 나서라”는 완곡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분명 너무나 큰 변화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오랜 시간 유지해왔던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입니다. 양질의 에너지를 저렴히 공급함으로써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탄탄히 한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놓고 보더라도,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에너지전환은 '이단(異端)'이 결코 아닙니다. 도리어 정통이며, 기존의 방향을 더욱 건강하고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지난달부터 총 3회에 걸쳐 전해드린 국내외 RE100 이행 현황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은 JTBC 다큐멘터리 〈녹색 장벽 너머로, RE100〉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방송은 JTBC 홈페이지와 티빙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산업부문 감축, 시작은 에너지전환부터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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