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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입력 2021-12-20 09:32 수정 2021-12-27 00:2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0)

2021년까지 우리는, 2022년부터 우리는…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에너지전환 트렌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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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0)

2021년까지 우리는, 2022년부터 우리는…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에너지전환 트렌드 (상)

지난 11일, 서울 한복판에서 산타 총파업 집회가 열렸습니다. 고향과 이역만리인 이곳에서 왜 산타의 파업이 열린 것일까요. 온실가스 배출원들 가운데 가장 큰 '단일 배출원'인 석탄, 그리고 이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11일, 〈포스코·삼성 규탄 시민행진 “석탄발전 그만 지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선릉역 포스코센터까지 행진을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지난 11일, 〈포스코·삼성 규탄 시민행진 “석탄발전 그만 지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선릉역 포스코센터까지 행진을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
지난달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에서 국제사회는 석탄화력발전의 감축을 약속했고, 우리나라는 COP26 참가국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탈석탄 움직임에 동참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며 한국의 탈석탄을 홍보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출범 이후 석탄발전소 여덟 기를 조기 폐쇄했고, 올해 말까지 추가로 두 기를 폐쇄할 예정입니다.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할 것입니다. 이미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중단했으며 지난 4월,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도 중단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지난 11일, 〈포스코·삼성 규탄 시민행진 “석탄발전 그만 지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선릉역 포스코센터까지 행진을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지난 11일, 〈포스코·삼성 규탄 시민행진 “석탄발전 그만 지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선릉역 포스코센터까지 행진을 벌였다. (사진: 기후솔루션)
이러한 발언이 무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에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한다고 공언했는데도 말이죠. 통상 한 발전소가 30년(물론, 수명연장을 통해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가동하기도 하지만) 동안 가동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지금 건설 중인 발전소는 2050년 이후에도 가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30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는다면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을 강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30년도 못 쓰는 시설을 짓는 데에 불필요한 돈을 들이는 것이기도, 추후 그 30년을 못 채우고 폐쇄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돈을 들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 '불필요한 돈'은 국민의 세금이기도 하고요.


그러한 '불필요한 돈'과 시간이 들어가고 있는 곳은 총 두 곳, 모두 강원도에서 진행 중인 일입니다. 포스코는 삼척에 삼척블루파워 1·2호기를, 삼성은 강릉에 강릉안인화력 1·2호기를 건설 중이죠. 이를 규탄하고, 건설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위에서 설명한 '산타'를 비롯해 150명의 시민이 모인 겁니다. 현재 건설을 진행 중인 회사의 사명은 '삼척블루파워', '강릉에코파워'로 모두 포스코나 삼성과의 연관성을 지워둔 상태입니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임에도 각각 '블루'와 '에코' 등의 표현으로 '그린워싱'에 나섰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삼척블루파워(위)와 강릉에코파워의 홈페이지. 석탄이나 화력발전과 관련된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료: 각 사 홈페이지) 삼척블루파워(위)와 강릉에코파워의 홈페이지. 석탄이나 화력발전과 관련된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료: 각 사 홈페이지)
삼척블루파워는 1050MW급 석탄화력발전 2기(총 2100MW),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1040MW급 석탄화력발전 2기(총 2080MW)로 구성됩니다. 기후솔루션은 “가동을 시작하면 해마다 약 28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 현장인 삼척과 강릉에선 지금도 발전소 건설로 인해 소음, 분진 등의 주민 피해뿐 아니라 해변 침식 등 환경 파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지우 GEYK 운영위원은 “삼성과 포스코는 청년 아카데미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이 살아갈 미래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며 “이는 청년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4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강원도의 '2040년 탄소중립 달성'은 절대 불가능하며 허울뿐인 목표”라고 꼬집었습니다.

현장에선 신규 석탄발전소 2기가 지난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경상남도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해동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 중 하나가 전기요금 인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라고 강조했습니다.탄소중립 선언에도, 국제사회에 감축 계획을 제출했음에도 이러한 모순적인 움직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이 호주의 가스전 시추 사업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SK E&S의 일입니다. 앞선 연재를 통해서 한전의 호주 바이롱 탄광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SK E&S의 이번 사업 역시 한전의 사례와 비슷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지 정부가 석탄 탄광 개발을 불허해 사업 자체가 난항을 겪는 상황 말입니다. 한전의 경우, 정부의 개발 불허에도 사업을 접지 않고 소송에 소송을 이어갔죠.


바로사 가스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기후솔루션은 “환경계획 승인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및 사업지 인근 주민들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스전 파이프라인이 지나게 될 티위섬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속화하고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 압박도 사업 전망에 우려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당장 호주 현지 환경단체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 비판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10여개의 중요 인허가 절차 중 3건에 대해서만 승인을 받았다”며 “주요 인허가 절차의 부재는 투자자들에게도 재무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죠. 사업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거 거셉니다. 국내 144개 기후환경 단체가 SK E&S의 투자를 막기 위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에 지난 16일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발전부문에 있어 석탄과 LNG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당장 전체 전력생산에 있어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이미 2010년 이후 하향세에 접어들었고, 넷 제로 달성을 위해선 그 곡선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겁니다. 또한 LNG 역시 탄소와 메탄 배출에 대한 동시 압박이 거세지면서 2020년 정점을 찍은 이래로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죠. IEA의 분석을 전해드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드리는 설명이 있습니다. IEA는 여타 글로벌 환경단체와 같은 '친환경적'인 곳이 아니라는 설명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연말이 석탄과 LNG로 얼룩진 사이, IEA는 연말을 맞아 2021 재생에너지 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과연 국제사회에선 2021년, 이 분야에 있어 어떤 모습들이 나타났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IEA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글로벌 에너지 경제의 등장이 뒤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마다 엄청난 규모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추가됐는데, 2020년엔 한 해에 280.2GW가 추가되며 전에 없던 수준으로 급증했고 2021년엔 그보다 3% 더 성장했다는 겁니다. 여전히 국내에선 석탄발전소의 건설 문제와 해외 석탄 탄광 및 LNG 가스전 개발 논란이 이어지면서 한국이 마치 '외딴 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럼, 이러한 '역대급 증가세'는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이러한 성장세를 하드캐리한 것은 중국과 유럽이었습니다. 2015~2020년, 중국은 무려 496.1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새로 설치했습니다. 여러 국가들이 모인 EU의 184.2GW보다 2.7배나 더 많은 설비를 지은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단일 국가 기준으론, 미국이 133.1GW의 발전설비를 지으며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했습니다. IEA는 “중국과 EU는 현재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서 앞으로 더 야심찬 목표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이나 EU, 미국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인도의확산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65.9GW 규모의 설비를 설치하면서 중국, 미국, EU와 같은 선진국 그룹을 제외하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으면서도 국제사회에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이유, COP26의 '막판 뒤집기'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가 이같은 '가시적인 노력의 성과'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의 확산세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IEA의 예측입니다. IEA는 “향후 5년간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2026년, 95%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의 배가 된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2026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480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정도면, 지금 모든 화석연료 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용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확산세를 이끄는 것은 중국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IEA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약 43%가 중국이 설치하는 설비일 것”이라면서 “중국과 EU, 미국과 인도 등 '4대 시장'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증가량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디서 늘었나'를 살펴봤다면, '무엇이 늘었나'도 살펴봐야겠죠? 글로벌 재생에너지 대세는 태양광이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2009~2014년, 풍력과 수력발전 설비 중심으로 추가됐던 것과 달리 2015~2020년, 전 세계에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가운데 약 48.4%는 태양광 발전이었습니다. IEA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은 앞으로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조 단가가 상승한다곤 하지만 당장 올해에만도 신규 추가 용량이 전년 대비 1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IEA는 또 “2026년, 육상풍력도 2015~2020년 평균 대비 25% 늘어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2020년, 신규 설치용량이 전년 대비 배로 늘면서 전에 없는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러한 성장세가 앞으로 더 지속될 거라는 겁니다. 육상풍력 성장세의 배경으로도 중국이 꼽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기 전에 발전설비 설치 계약을 마치려는 개발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설치량 확대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IEA의 설명입니다. 2021~2026년, 연평균 75GW씩 새로 지어질 거라는 겁니다.

이처럼 '역대급 성장세'를 보인 재생에너지였지만 IEA는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채찍질을 이어갔습니다. “COP26 이후 이어진 더 강력한 정책과 높아진 기후 목표가 재생에너지를 '기록 경신'으로 이끌고는 있지만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해선 모든 핵심 분야에 걸쳐 더욱 빠른 확대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부족한 걸까요. 또, 얼마나 더 해야 할까요. 그 내용은 다음 주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를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LNG, 2020년이 정점…2021년, 재생에너지 역대급 확대"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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