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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왜 '코로나 장발장'을 "아주 특별히 선처" 했을까

입력 2021-05-22 07:02 수정 2021-05-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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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지난해 3월, 코로나 19로 건설현장 일감이 끊기고 무료급식소마저 문을 닫았을 때,
열흘가량 굶다 고시원에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쳐먹고 붙잡힌 48살 이모씨 소식 기억하실 겁니다.

JTBC 뉴스룸은 지난해 7월 1일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혐의를 적용해 이씨에게 징역 18개월을 구형한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5일,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어제(21일) 수원고등법원은 항소심 선고재판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심 판결의 1/4로 줄어든 셈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검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특가법을 일반 형법상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로 바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가법은 같은 범죄를 3번 이상 저질렀을 때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 적용합니다.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이씨는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집행유예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되고 출소 3년 이내인 누범 기간에 절도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맞다" 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이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생계형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고, 피해 금액(구운 달걀 18개, 5000원)도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또 이씨의 건강상태가 나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면서
"특별히 선처할 테니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당부했습니다.

이씨는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왔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는 단 3차례만 일을 했습니다.

겨울철이어서 건설현장 일감도 적은 데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감이 끊기고 무료급식소 마저 문을 닫자 열흘 동안 물만 마시면서 버텼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23일 새벽, 자신이 예전에 머물던 고시원에 들어가 구운 달걀 18개를 훔쳤습니다.

앞서 2017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카드와 통장을 넘긴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일정한 주거지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다 보니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달걀을 훔쳐 경찰에 붙잡히면서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이씨는 키 160cm에 체중 45kg 정도의 비교적 왜소한 체격입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러 나가도 잘 선택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로 누군가의 도움으로 신축공사 현장에서 청소일을 주로 했다고 했습니다.

이씨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양형 조사를 통해 이런 이씨의 생활환경과 성장배경, 범행 당시 정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년 전에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발목이 부서지는 복합골절상을 입어 지금도 발을 심하게 절며 걷습니다.

수술할 때 발목에 박힌 철심이 빠져 당장 치료가 필요한 데다,
고혈압과 당뇨 등 여러 합병증으로 시력도 조금씩 잃어가고 있습니다.

25년 넘게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 출소하더라도 지낼 곳도 없습니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에 해당하지만, 그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코로나 장발장 사건은 경기도가 올 1월부터 '코로나 장발장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운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배고픔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경기도청〉〈사진=경기도청〉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씨가 다음 달 27일 출소하면 먼저 입원치료 등 의료복지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장기 미사용 임대주택 등 주거공간과 기초생활급여 등 긴급복지지원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혼자 힘으로 헤어나오기 어려웠던 '범죄의 회전문'에서 한 사람을 구출하는데는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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