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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속 어른들 다 자원봉사자"…위탁가정 찾은 장애아동 61명뿐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5-29 19:52 수정 2021-05-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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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오픈마이크에서, '장애인 시설'로 보내질 뻔하다가 '위탁 가정'을 만난 지적장애 아동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위탁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속에 '역도'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나가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휩쓰는 '역도왕'으로 자라났는데요. 이 아이를 보면,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하는 '시설'이 아닌 오롯한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탁 가정'을 찾아가는 장애 아동은 전국에 딱 61명 뿐입니다.

그 이유와 대책, 오픈마이크에서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여러 개의 책상과 침대가 있는 이 방, 얼핏 보면 기숙사 같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집'입니다.

편마비로 한쪽 팔이 불편한 11살 아이는 평생을 이런 장애인 시설에서 보냈습니다.

[아기 때부터 시설에서… 완전 아기 때부터요. 2010년부터 태어난 날.]

처음 본 이모, 삼촌들이 반가운지 인형부터 앨범까지 모두 꺼내 보여줍니다.

[앨범 봐봐요. (알겠어) 귀엽죠?]

하지만 아이는 사진 속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단 한 명도 알지 못합니다.

[몰라요. 이분도 모르고. 이분도 모르고, 이분도 모르고… (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네! 자원봉사자예요.]

엄마, 아빠가 있는 집은 '가정 체험'으로 경험해봤다고 합니다.

[저 가정 체험 엄마아빠 있는데… 엄마 없는 사람들에게 엄마 있는 것처럼 집에서 체험하게 해주는 건데.(어땠어?) 좋았어요. 강아지도 있고요. 아빠랑 (라면도) 몰래 먹었어요.]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즐겁게 지낸 건지,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살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합니다.

[너무 좋죠! 너무너무 진짜 진짜 진짜 좋죠.]

시설 선생님도 시설의 '한계'를 알기에, 아이가 가정에서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명순/장애인 시설 선생님 : (아이가 밤에) 매번 하는 소리가, 자기 이불 덮어주고 꼭 토닥토닥해주고 나가라고 할 때 너무 좀 안쓰럽죠. (시설은) 여러 명이 같이 있다 보니까 일반 가정집처럼 이렇게 오롯이 사랑을 주지는 못하잖아요. 일반 가정에 가서 사랑 충분히 받고 잘 자라면 정말 좋은 길로 잘 갈 텐데…]

하지만 이제껏 위탁가정을 찾아간 장애 아동은 전국에 딱 61명뿐입니다.

대부분은 '시설'로 보내지는 겁니다.

[서해정/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 : 외국 같은 경우는 시설보호는 5% 이내, 점점 위탁가정 제도를 활성화시켜서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생활하는 곳은 거의 없죠. 우리나라는 90%가 시설에 간다고 하니까 전혀 다른 현실인 거죠.]

장애아동 위탁가정을 발굴하지 못한 탓인데,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이 위탁 가정의 '희생과 선의'에 기대는 수준이라는 것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습니다.

장애아동은 치료와 특수교육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육 부담은 훨씬 큰데, 여기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정옥/장애아동 위탁가정 : (양육수당이) 이번 달부터인가 20만 원으로 올랐어요.부족하죠 그래도. 뭐 부족한 거야 맞춰서 하지만 그래도 좀 어느 정도 좀 수준에 맞춰줘야 되지 않나…]

그나마 최근 국회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장애아동 위탁가정을 발굴하고, 경제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강선우/더불어민주당 의원 : 제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거든요. 지원의 문제예요. 사실 장애아동 위탁가정이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아요. 예산 자체도 그렇게 많은 예산은 아닐 거예요.]

시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자 헤어지기 아쉽다는 듯 취재진을 꼭 안아주는 아이.

위탁가정을 찾은 61명을 제외한 나머지 장애 아동의 삶을 이제는 바꿔나가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이완근 / 영상디자인 : 박성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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