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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쥐도 왔다 갔다"…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가보니

입력 2021-07-16 20:58 수정 2021-07-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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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쉴 곳과,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어떤 모습인지 밀착카메라가 둘러보니 애초에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남는 곳에 마지못해 끼워넣은 듯한 곳들이 있었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실 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김모 씨/청소노동자 : 진짜 냄새 심해요. 지금 마스크 써서 그렇지 몸이 눅눅해가지고 오래 못 있어요.]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이 지하실이 대학 청소 노동자 휴게실입니다.

[김모 씨/청소노동자 : 쥐도 왔다 갔다 하고 구멍이 있어서, 좀 쉴 공간만 1층에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전혀 그게 안 되니까.]

옆 건물도 계단 밑 자투리 공간에 휴게실이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5년 가까이 이 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지난해 11월 다른 건물에 만든 휴게실을 쓰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대학 관계자 : 새로운 시설도 많이, 좋은 장소에 괜찮은 데 많이 만들어 놔가지고. 여기 시설이 안 좋으니까 다른 좋은 데 쉬시라고 했는데.]

학교와 용역업체 측이 제안하는 다른 휴게실까지 가보겠습니다.

걸어서 200m, 청소노동자가 담당하는 건물 길이보다 깁니다.

땀 흘리며 일을 하다 10분을 쉬려고 다시 200m를 걸어가야 하는 셈입니다.

다른 학교는 어떨까.

경비실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같이 있습니다.

[한모 씨/청소노동자 : 남자가 여기서 방호(업무)를 하니까 여기 의자 앉고 하면 우린 잠깐 쉬는 것도 못 쉬어요.]

옷을 갈아입거나 하려면 다시 예전 휴게실인 지하 창고로 내려갑니다.

각종 학습 도구 상자들이 쌓여 있는 창고는 좁고 덥습니다.

[한모 씨/청소노동자 : 창틀도 없고, 에어컨도 없어가지고 쪄 죽어. (위에 휴게실 있는데?) 거긴 좁잖아, 보세요. 방이 요만해서 셋은 못 드러누워서 쉬지도 못해요.]

8년 전부터 용역업체에 충분한 휴게 공간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지난해 시설 일부를 개선했고, 다른 공간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아닙니다.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는 작업공간에서 100m 안에,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는 6㎡ 이상을 확보한 휴게공간을 설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국공립 대학은 좀 나을까, 찾아가봤습니다.

이렇게 새 공기청정기도 들어왔고, 새 냉장고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지하 3층 계단 밑 휴게실은 여전합니다.

이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식사와 쉼을 해결합니다.

[이모 씨/청소노동자 : 이게 다 모기 자국이거든요. 모기가 너무 많아요.]

지하공간이다 보니 항상 습기가 많고 벽에는 냉기를 막기 위한 단열재도 붙어있습니다.

[이모 씨/청소노동자 : (학교에선 본관 쪽에 휴게실을 만들어 놨다고 하는데, 그쪽보다 여기가 편하신 거예요?) 못 들었는데, 옮겨주시려고 애를 쓰셨는데 마땅한 곳이 없대요.]

학교 측은 새 휴게실을 늘려가면서 기존 휴게실도 시설 개선을 하고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재작년 휴게공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공립 시설에야 겨우 적용될 뿐 다른 청소노동자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다음 주부터 폭염이 시작됩니다.

청소노동자들이 더위와 곰팡이를 피해 쉴 수 있는 곳은 있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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