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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입력 2021-12-27 09:32 수정 2021-12-27 09:4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1)

2021년까지 우리는, 2022년부터 우리는…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에너지전환 트렌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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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1)

2021년까지 우리는, 2022년부터 우리는…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에너지전환 트렌드 (하)

지난 23일, 환경부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 하한선을 설정하고,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초안이 제시됐던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골자로 하는 그 목표 말입니다. NDC의 '제출'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배출량은 4억 3660만톤.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지금처럼 계속 뿜어내다 2030년을 앞두고 갑자기 배출량 곡선이 '수직 강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제출한 NDC가 단년도 목표다 보니, 다시 말해 2030년, 정확히 그 해의 배출량만을 약속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순간에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결국, 지금부터 2030년까지 4억 3660만톤이라는 숫자를 향해 그래프가 완만하게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 약속도 지키고, 감축의 충격을 줄이는 일입니다. 이때문에 정부는 내년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해마다 어떤 노력 혹은 변화를 통해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인지 말입니다.

이번에 제출된 2030 NDC에서 '주요 업데이트'로 강조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는 전환(에너지)과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업, 폐기물, 토지이용 및 산림 등에 걸쳐 감축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아직 2030 NDC의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몇 줄 안 되는 문장으로 요약된 이 내용들은 앞으로의 이행계획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예고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전환(에너지):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와중에 석탄화력발전을 드라마틱하게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되거나 발전원을 LNG로 바꾸게 될 것이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스케일도 한층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정부는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R&D 지원을 늘리는 한편, 전력망 개선을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설 것이다.

산업: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 등 배출집약 분야에 있어 저탄소 전환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 공정에 있어 배출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산업에서 전기로(전기를 이용한 고로)를 사용하거나 석유화학 산업에서 나프타 대신 바이오 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시멘트 산업에선 화석연료 대신 폐합성수지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 효율 개선을 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불화가스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설비가 확충될 것이다.

건물: 한국은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화(化)를 도모하기 위한 각종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미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선 그린 리모델링 사업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한국 정부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고효율 조명 시스템 및 가전제품을 보급하는 한편, 태양광과 지열, 수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적극 도입할 것이다.

수송: 한국은 2030년 배터리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대폭 상향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정부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자동차 이동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중이다. 해운과 항공 분야의 경우, 친환경 선박 보급과 항공기 운항 효율 증대 등에 집중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나설 것이다.

농축수산업: 한국은 저탄소 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벼를 재배하는 논의 관개 기술을 개선하고, 질소 비료의 저투입 용법 등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옵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실천 가능한 옵션들로써 가축 분뇨 처리 방법을 개선하거나 분뇨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저메탄 사료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농축수산업에 있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효율이 고도로 높은 설비를 도입하는 것 역시 목표로 하고 있다.

폐기물: 한국의 폐기물 관리 정책은 재활용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에 포커스를 둔다. 현존하는 석유계 플라스틱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될 것이며,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회수될 것이다.

토지이용 및 산림: 한국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 산림 보전 및 복원 등을 통해 기존의 탄소흡수원을 유지하고 개선할 것이다. 또한 도시공간 녹화를 통해 임야를 늘릴 것이다. 이 밖에도 새로운 해안 및 내륙 습지를 조성하고, 수변 지역에 다양한 식물을 심는 사업들 역시 이뤄질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주요 배출 부문에 있어 이러한 감축 계획을 소개했습니다만 결국 핵심은 첫 번째 부문, '전환'에 달려있습니다. 전환에 성공해야 산업과 건물, 수송에 있어서도 '진정한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신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어느 순간부터 '3030'으로 숫자가 달라졌습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1조 2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고요.

전기차 등 무공해차의 보급 확대에 대해선 언제부턴가 '왜 우리나라만 유난이냐', '아직 먼 이야기다'와 같은 회의론이 사라졌습니다. 무공해차 전환이 글로벌 대세를 넘어 한국서도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받아들여진 것이죠. 하지만 에너지전환의 경우 아직 이러한 회의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흐름을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전 세계 모두가 겪는 공통의 문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에너지전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만드는 비용 자체도 올랐을뿐더러, 이를 운송하는 비용도 올랐죠. 이러한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IEA는 그 비용이 2019년 대비 최대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럼에도 IEA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점쳤습니다. 이러한 가격 상승 이슈가 재생에너지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IEA는 “지난해 초부터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폴리 실리콘의 가격은 4배 이상, 철강은 50%, 알루미늄은 80%, 구리는 60% 상승했으며 운송비는 6배 이상 올랐다”면서도 “석탄과 LNG의 가격 상승으로 태양광과 풍력의 경쟁력은 향상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에 입장에서, 고정 가격 형태로 계약이 진행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있어 하나의 '헤지'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또한,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의 약 90%가 장기 고정 가격 구매 계약”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소비자'의 입장인 각국 정부의 경우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전기요금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대세론' 속 화석연료의 포지션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IEA는 2020년 석탄발전과 '비 화석연료 발전'의 비중이 서로 교차한 이후,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석탄발전의 비중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2030년, 이미 한자리수로 줄어들고, 2040년엔 0%가 된다는 것이죠. 반면 '비 화석연료 발전'은 석탄과의 교차 이후 급격히 팽창해 2035년 발전비중 90% 선을 넘어서고, 2040년부터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발전'을 담당한다는 전망입니다.


우리나라가 '석탄의 대안'으로 보고 있는 LNG는 어떨까요. 2020년, LNG의 발전비중은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2030년 즈음엔 15%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2040년엔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이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유엔에 제출한 2030 NDC에 적어둔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되거나 발전원을 LNG로 바꾸게 될 것”이라는 표현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왜일까요.

이렇게 급격한 팽창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IEA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박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듯, IEA는 글로벌 환경단체 혹은 NGO가 아닙니다. 그러한 단체들처럼 '친환경성'이 최상위 가치가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곳이죠. 그러한 IEA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1.5℃ 목표에 대해선, 즉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선 더는 이견이 없는 상태입니다. 1.5℃를 넘어섰을 때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 과학으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단체와 정부, 산업계가 '감축 속도'를 놓고는 서로 의견이 부딪히고 있습니다만, 이 1.5℃ 목표에 있어서는 한 뜻이죠. 그런데, '보수적 관점'의 IEA조차 현 상황을 분석을 해보니 “이렇게 되면 1.5℃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만다”는 결과에 도달한 겁니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새로 '상향된 2030 NDC'를 내놓은 것처럼, 각국이 내놓은 '더 강력한 감축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이미 지구의 평균 기온은 2030년에 '마지노선'인 1.5℃를 넘깁니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할뿐더러 2100년, 결국 지구의 평균 기온은 2.1℃ 오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IEA는 “각국이 선언한 시나리오와 현재까지 실제로 실행 중인 정책 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굴러가는 상황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보다는 사실상 '현상유지'에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IEA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사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1kWh(킬로와트시)의 전기는 글로벌 평균 459g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탄소 배출량은 2030년, 지금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선 '석탄 퇴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고요.


현재 글로벌 평균 석탄발전의 비중은 35%입니다. 이 발전비중이 2030년 8%로 줄어드는 한편,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61%로 늘어야만 합니다. 우리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에서 30%로 높였다고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며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또한, 2030년 석탄의 '글로벌 평균 발전비중'이 8%라는 뜻은, 선진국의 경우 이때 이미 석탄 퇴출을 마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2040년, 우리가 1kWh의 전기를 만들어낼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더해지는 것이 아닌 '없어지는 수준'이 되어야 하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IEA는 “2015~2020년, 전에 없던 수준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됐지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더욱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위 BAU(Business As Usual)라고 부르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2021~2026년 연평균 304.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지어질 전망입니다. '전에 없던 수준'이라 일컬어진 2015~2020년 때의 1.6배 수준입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가 되는 것이죠.


허나 IEA가 제시한 '2050 넷 제로 달성을 위한 연평균 신규 추가 용량'은 이를 훨씬 상회합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해마다 평균 548GW 규모의 발전설비가 새롭게 지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보수적 관점'을 자랑하는 IEA조차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채찍질을 더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이고, '한국엔 어울리지 않는 일'일까요.

세계 각국이 전기차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경유차에 더 촘촘한 DPF 장착하고, 휘발유차에도 더 강력한 GPF 장착하면 된다”, “전기차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자동차다”, “그거 한국처럼 사계절 뚜렷한 나라에선 추워서 못 탄다”… 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재생에너지 회의론'이 새해엔 사그라지기를 바라보며 2021년 마지막 [박상욱의 기후 1.5]를 마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이대로면 넷 제로 실패"…재생에너지 확산세, 얼마나 더 커질까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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