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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병역 논란' 정면 돌파 택한 정호영…3대 쟁점은?

입력 2022-04-22 09:00 수정 2022-04-22 09:36

전문가들과 짚어본 쟁점 셋
①'진단명' 바뀌었나?
②'원본' 공개해야?
③'의료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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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과 짚어본 쟁점 셋
①'진단명' 바뀌었나?
②'원본' 공개해야?
③'의료비' 적었다?

“재검에서도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아들의 병역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아들이 2010년 현역 판정을 받고, 5년 뒤인 재검사에서 2015년 4급 '보충역'을 받은 걸 놓고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또다시 검사받은 결과를 공개한 것입니다.
 
진단서에는 '제5 요추-천추간 좌측으로 좌측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 소견이 확인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7년 전과 같은 결과입니다.진단서에는 '제5 요추-천추간 좌측으로 좌측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 소견이 확인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7년 전과 같은 결과입니다.
JTBC는 척추와 관절을 전문으로 보는 현직 병원장 2명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20년 이상을 정형외과 의사로 일해 온 전문가들입니다. 서울대 출신의 A 원장은 서울에서, 경북대 출신의 B 원장은 대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군의관 시절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판정의'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 측이 진단서 공개로 의혹이 '해소'되리라 기대하는 가운데, 관련 쟁점 세 가지를 짚어봅니다.


쟁점① :: '진단명' 바뀌었나?
먼저, 진단명이 중간에 달라진 것이 의심스럽다는 주장부터 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의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어제(20일)도 “허리 디스크가 '척추 협착'으로 진단명이 바뀐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몰아세웠습니다.
 
2015년 10월 29일 경북대병원 진료기록(왼쪽)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발행된 병사용 진단서(오른쪽)입니다. 진단명이 'HNP L5-6(추간판 탈출증)' 그리고 '척추 협착'이라고 다르게 적혔습니다.2015년 10월 29일 경북대병원 진료기록(왼쪽)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발행된 병사용 진단서(오른쪽)입니다. 진단명이 'HNP L5-6(추간판 탈출증)' 그리고 '척추 협착'이라고 다르게 적혔습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이런 말도 소개했습니다. 최근 한 정형외과 의사에게 들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험사 직원이 정형외과 직원에게 '허리 디스크'로 환자 진단서를 써주시면 보험금 지급이 어려우니 '척추 협착'으로 진단명을 써주셔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일 기자회견)

허리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 협착'은 다른 질환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둘 다 가능한 진단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척추 협착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체검사에서 4급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주 진단명을 무엇으로 하는가에 따라 추간판 탈출증이 될지, 척추 협착증이 될지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또 병역 판정은 이런 '진단명'이 아니라 디스크가 돌출된 정도와 신경 압박 여부를 가지고 한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 20일)

앞서 소개한 전문가들 역시, 두 가지 진단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먼저 대구 B 병원장의 말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협착 자체가 '퇴행성' 질환이라 20~30대에 잘 붙이는 진단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협착은 디스크하고 보통 같이 오거든요. 협착은 신경이 지나가는 줄이, 그 공간이 좁아져 있는 상태를 말하니까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눌려서 신경관 공이 좁아지는 것도 협착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어요.” (대구 B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이어 B 원장은 신체검사 판정을 내릴 때, 진단명보다 '증상'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신검 판정의를 해봤지만, 척추 협착이라서 2급이 4급이 되고, 디스크라서 4급이 안 되고 이렇지는 않습니다. 다리 쪽으로 저림이나 '하지 방사통'이 생겨서 정상 보행이 힘들다거나 하는 상황을 보고 급수를 매깁니다.” (대구 B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2015년 정 후보자 아들의 MRI 판독 소견서를 살펴본 B 원장은 “신경관이 좁아져 있고 디스크가 밀려 나와 있다고 돼 있으니, 진단명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넓게 적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A 병원장 역시, 현장에서는 두 가지 진단명을 함께 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MRI 모양은 똑같아도 앉아 있을 때 아프다면 디스크, 서 있을 때 더 아프다면 협착증이라고 진단합니다. 저 역시 환자가 처음 실려 와서 아파할 때는 디스크라고 붙였다가, 석 달 정도 지나 통증은 줄었는데 서 있을 때 저리고 시리다고 해서 진단명을 (협착으로) 바꾸기도 했거든요.” (서울 A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쟁점② :: '원본' 공개해야?

취재진이 자문한 의사들이 공통으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상 자료 없이 진단서 등 의료기록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러 의사가 직접 보고 판단한 결과에 대해, 제한적 정보를 가지고 섣부른 평가를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당시 정 후보자 아들의 MRI와 CT 영상자료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에 새로 검사를 받은 결과가 아니라, 2015년 4급 판정을 받았을 때 그 척추 상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후보자는 아들의 신체검사 당시 진료 사진 '원본' 대신 의사의 '판독 보고서'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후보자는 아들의 신체검사 당시 진료 사진 '원본' 대신 의사의 '판독 보고서'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절충안'을 제시했습니다. 전면 공개가 아니라 조건부 공개입니다. “자료가 필요한 당에서 의료전문가들을 추천하면, 그들에게는 자료를 즉시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당사자인) 정 후보자 아들이 자신의 신체 내부를 기록한 자료가 무차별 유포될까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존 입장을 무르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복지위에 직접 제출하고, 복지위에서 전문가 판단을 의뢰해 판정받으라”는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재검사 결과를 놓고 “기존에 없던 병변을 추가 확대해줬다”라고까지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본'을 보는 게 확실하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더 의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새로 공개된 진단서 내용대로, 7년 동안 상태가 나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봤습니다.

“협착증은 수술 없이 절대 좋아지지 않거든요. 뼈나 인대가 자라나면서 디스크가 석회화돼 생기는 거라, MRI 사진상 좋아질 수 없어요. 무릎 관절염처럼 시간이 지나며 나빠지는 거죠. 이번에 새로 검사를 했고, 또 세브란스 교수님들이 과거 MRI도 봤다니까 믿어야지요. 그분들이 거짓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서울 A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진단서의 일부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청탁'이나 '부정'을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저한테 누가 와서 '잘 좀 적어 달라'고 해도 그럴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만에 하나 그런다고 해도, 신검 판정의한테 또 가잖아요. 그러면 같은 과 의사 3명 이상이 함께 판정하거든요. 영상 찍는 사람, 판독하는 사람, 진단서 쓰는 사람 전부 속였다는 것은 억지 아니겠습니까.” (대구 B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쟁점③ :: '의료비' 적었다?

이 밖에 정 후보자 아들이 '병원에 별로 안 갔다'는 점도 의문을 키웠던 대목입니다. JTBC가 확인해보니, 정 후보자 아들이 2010년부터 5년 동안 쓴 의료비는 15만원뿐이었습니다. 이 기간에 병역 판정은 현역에서 보충역, 즉 '사회복무 요원' 소집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JTBC는 지난 15일 정 후보자 아들의 병원비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JTBC는 지난 15일 정 후보자 아들의 병원비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합니다.


“협착증, 디스크 환자는 대부분 매우 아프거든요. 그래서 면제나 4급을 받을 정도였다면 보통 병원을 한 달 이상 열심히 다닌 기록이 있을 겁니다. 경북대 차트만 보면, 진료를 너무 띄엄띄엄 받았어요. 보편적인 디스크 환자 진료 횟수에 비해 적은 건 사실이죠.” (서울 A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허리가 아프다면서 왜 꾸준히 치료를 안 받았는지, '의심'을 살 만하다는 것입니다.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은 사진이 아니라 증세를 보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제가 신체검사 판정의 할 때, 물론 MRI 사진도 봤지만 그만큼 병원을 열심히 다녔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봤거든요. 진단서가 필요할 때만 병원에 갔을 수도 있으니까요.” (서울 A 병원장, 정형외과 전공의·신체검사 판정의 경력)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척추 질환은 1년 365일 동안 증상이 있는 건 아니”라며 “자가 요법으로 진통제 등을 먹으면서 일상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후보자(아버지)가 의사, 후보자의 어머니(할머니)가 약사며 본인이 의대생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정 후보자 측 관계자는 JTBC에 “병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당시 병무청에서 판정을 맡았던 의사도 대단히 자신 있어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정 후보자의 '정면 돌파' 시도에도 민주당은 공세를 거둘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오갔지만 시각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청문회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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