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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대화 계기 물 건너갔나

입력 2021-04-06 19:40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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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북한이 오는 7월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러스에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는데요. 좀 더 복잡한 셈법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해보겠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도 일단 차질이 생겼습니다. 자세한 소식 신진 반장이 전해드립니다.

[기자]

휴가 얘기가 나오니, 저도 휴가 가고 싶네요.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2018년 2월로 가보겠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간 오랜 경색국면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을 필두로 한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들어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도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당시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이 앞뒤로 나란히 앉은 이 사진, 화제가 됐죠. 개막식엔 남북이 공동으로 입장했고요. 사상 처음으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됐습니다. 남북 대화는 북미 대화까지 견인했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 (2018년 4월) :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 (2018년 6월) : 새로운 북·미 역사를 시작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18년 9월) : 북남 관계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께서, 다 아시다시피 역사적인 조미 대화, 조미 수뇌 상봉의 불씨를 찾아내고 잘 키워주시고…]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없을 대화의 장이 열렸던 건 사실인 겁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지금, 우리 정부는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평창의 모습이 재연되길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제102주년 3·1절 기념식 (지난달 1일) :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통일부도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를 북측에 재타진하겠다'고 쓰는 등,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계기'로 활용하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일 3자 고위급 회담을 열겠다, 특히 미중 관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3자 프로그램을 구축해보겠다는 구상이 우리 정부에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오늘 올림픽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이런 계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북한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바이러스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부터 북한은 국경을 완전 봉쇄했습니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수레를 밀며 두만강 국경을 넘는 바로 이 귀국 장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북한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치부회의와 통화) : 선수 참여가 북한의 이미지라든지 국위 선양에 있어서 실익이 없다는 최고지도자의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일본이 북한에 대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든지, 또는 제재를 연장한다든지, 특히 또 조총련계 인사들에 대한 차별화. 이런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반감 이런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한마디로 참가해서 얻을게 없단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일본이 성화 봉송하던 당일에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잔칫날에 재 뿌린 격이죠. 오늘 북한의 불참 소식에 통일부 관계자는 "아쉽게 생각한다. 도쿄 올림픽이나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아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북일관계 개선은 일본 내부에서 상당한 정치적 성과로 여겨집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도 북한의 참가를 내심 고대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오늘 일본 측이 밝힌 입장 들어보시겠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관방장관 :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입니다. 우선 올림픽위원회 등과 협의해야 합니다. 정부는 많은 나라들이 도쿄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감염 관리를 포함한 준비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사실 도쿄 올림픽은 이미 휘청이는 상태였습니다. 모리 요시로 전 조직위원장이 성차별 발언을 해서 사퇴했고요. 후임인 하시모토 조직위원장의 성추행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사사키 히로시 총괄 감독은 일본 인기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회식에 내보내자는 계획을 짰던 걸로 알려져 사퇴했습니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성화봉송 중단 위기까지 거론됩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오사카부 지사 (지난 1일) : 오사카 시와 좀 더 얘기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오사카 시에서의 성화 봉송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히로스에 료코, 남성그룹 '토키오' 멤버 등 유명인으로 구성된 성화주자들도 스무 명 넘게 줄지어 사퇴했습니다.성화봉송 첫날엔 불길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화면 잠시 보시면요. 불이 꺼진 성화를 든 주자가 다소 당황스러운 웃음을 보이고 있는데요.달리는 도중에 불꽃이 꺼져버려서 잠시 행사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분위기도 영 밝지 못했습니다. 동네 주민 몇 명이 나와 있는데, 국제적인 행사로 보기에 어려운,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이날 도쿄에선 올림픽 반대 집회까지 열렸습니다.

[미야자키 토시오/일본 도쿄 올림픽 반대 시위 주최자 (지난달 25일) :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올림픽을 치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올림픽 취소를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자국민도 반대하는 올림픽에 스가 총리가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화봉송이 시작된 장소에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후쿠시마입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의 주제를 '재건과 부흥'으로 잡았습니다.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겁니다. 그러면서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공급하겠다고도 밝혀서 논란이 됐습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일본 부흥상 (지난달 4일 / 화면제공: 주한일본대사관) : (후쿠시마) 먹거리를 소비함으로써 피해 지역에 용기를 심어주고 부흥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해서 한국 선수단이 안심하고 올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하겠습니다.]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스가는, 비록 반쪽 올림픽이라도 성공적으로 치러야 연임에 도움이 된다고 계산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북한 '도쿄 올림픽 불참' 선언…대화 계기 물 건너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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