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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과장 혹은 평가절하

입력 2022-01-10 16:16 수정 2022-01-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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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5일 쏘아올린 미사일을 두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발표한 사거리 등의 제원이 사실인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놓고 군 안팎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북한 측 발표, 무엇이 과장됐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국방과학원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국방과학원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
미사일을 쏜 다음 날 북한 매체에는 이런 보도가 실렸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 발사 후 분리돼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비행구간에서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으로 120㎞를 측면기동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 (지난 6일, 노동신문)

이런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내부적으로 과장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행거리 700㎞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우리 군은 당시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450~500㎞ 정도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종말단계에서 경로가 약간 바뀌었을 뿐, 측면기동을 120㎞나 했다는 점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측면기동을 포함해도 비행거리는 700㎞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의미가 됩니다.

■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실재하나

우리 군은 이번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발사 당시 최고 속도는 마하6이었습니다. 극초음속이 될 수 있는 마하5 이상을 기록했지만, 저고도 종말단계에서는 이 정도 속도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미국과 중국 등이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종말단계를 포함해 비행거리 상당 구간에서 마하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합니다. 이쯤 돼야 진정한 의미의 극초음속 미사일로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시험발사한 화성-8형과 지난 5일 쏘아올린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비교. 각각 글라이더 형태와 원뿔 형태의 탄두부 모양을 지닌다.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북한이 지난해 9월 시험발사한 화성-8형과 지난 5일 쏘아올린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 비교. 각각 글라이더 형태와 원뿔 형태의 탄두부 모양을 지닌다.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
미사일 형상도 군 당국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보지 않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통상 '극초음속 무기'는 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얹힌 HGV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을 탑재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로 나뉩니다. 이번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로켓엔진에 무언가를 올려 HGV 미사일 형태를 따라가긴 했지만, 엄밀히 HGV 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군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매체가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글라이더 모양의 HGV 대신 원뿔형의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가 얹혀져 있습니다. MARV는 HGV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장거리 활공비행에는 불리합니다. 이 모든 특성을 종합해 볼 때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기보다 일반 탄도미사일에 더 가깝다는 게 군의 결론입니다.

■ 우리 군, 요격 가능하다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 관계자는 “극초음속이라고 해도 북한 미사일은 상당 구간 그 속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며 “패트리엇(PAC-3), 천궁은 물론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고도별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 탄두부. 이와 같은 모양의 탄두부가 지난 5일 미사일에 탑재됐다.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 탄두부. 이와 같은 모양의 탄두부가 지난 5일 미사일에 탑재됐다.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

하지만 우리 군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지나치게 평가 절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6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고 북한의 극초음속 무기에 대해 공동 행동에 나선 것과 분명 온도 차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 개발 속도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속도와 형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인지를 보기보다 활공비행을 할 수 있는지 더 눈여겨 봐야 한다”며 “북한의 기술 개발 속도가 탄도탄 방어망에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도 보고서를 통해 “원뿔 형상도 충분히 활공이 가능하다”며 “속도가 마하2~3에 불과했던 지난해 9월의 HGV에 이어 이번에 원뿔 형상을 가진 비행체로 HGV의 형상설계를 시험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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