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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1118조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이면의 가치

입력 2021-06-28 09:32 수정 2021-06-28 09:35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84)
국제에너지기구 '2050 넷 제로' 보고서 뜯어보기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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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84)
국제에너지기구 '2050 넷 제로' 보고서 뜯어보기 3/6

지난달 IEA(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2050 넷 제로: 글로벌 에너지 부문을 위한 로드맵' 뜯어보기, 세 번째 순서입니다. ① OECD 국가의 경우 2035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퇴출,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② 석탄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를 캐내는 행위는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③ 재생에너지는 대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되어야 한다. 보고서 속 핵심 내용을 첫 '뜯어보기'에서 살펴봤습니다.

두 번째 순서에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 충족 요건들에 대해 살펴봤죠. 대략 ① 2021년 석탄발전소, 탄광, 유전, 가스전의 신규 개발이나 확장 중단, ② 2025년 화석연료 이용하는 모든 보일러의 판매 금지, ③ 2030년 모든 신축 건축물이 '탄소 제로 건축물', 글로벌 자동차 판매 비중 60%가 전기차, 선진국 석탄발전 폐쇄, ④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 글로벌 대형 트럭 판매 비중 50%가 전기트럭, 선진국 발전 부문 탄소 중립, ⑤ 2040년 신축·구축 모든 건축물의 50%가 '탄소 제로 건축물', 중공업 구형 생산설비 90% 운용 종료 임박, 전 세계 발전 부문 탄소중립, 전 세계 석탄발전 단계적 폐쇄, ⑥ 2045년 전 세계 열 수요 50%를 히트펌프로 공급, ⑦ 2050년 모든 건축물의 85% 이상이 '탄소 제로 건축물', 중공업 생산품 90% 이상이 저탄소 제품, 전 세계 발전량 70%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1118조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이면의 가치


첫 번째 '뜯어보기'에서도, 두 번째 '뜯어보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IEA는 여타 글로벌 환경단체와 같은 '친환경적'인 곳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시나리오가 결코 '환경만 생각해 시민사회나 기업, 정부에 지나치게 가혹한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위의 항목들은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한', 소위 '최소 요구 사항'입니다.

위의 여러 가지 항목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탈(脫)화석연료입니다. 단순히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석탄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업용이든 가정용이든 열을 만들어내는 '연료'로써의 화석연료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겁니다.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 등 탈 것 전반의 연료 역시 '기름',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요.

#발전(發電)의_탈화석연료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문 중의 하나, 바로 발전입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은 최고 수준이죠. 석탄을 벗어나겠다며 찾은 대안은 LNG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입니다. 남들이 석탄을 넘어 화석연료 자체와 작별을 고하는 사이 우리는 해외에 석탄 광산을, LNG 가스전을 개발하려고 혈안이죠. IEA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는 '외딴 섬' 같습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에너지 측면의 관점에선 그 어느 것 하나 선진국에 해당하는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발전원별 발전량 변화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발전원별 발전량 변화 (자료: IEA)


IEA는 우선, 2020년 현재 29%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 60%를 넘어 2050년엔 9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29%라는 사실에 먼저 놀랍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인데, 글로벌 발전 비중은 60%를 넘는다는 데에서 또 한 번 놀랍니다. 그리고, 아직도 나라 곳곳에 석탄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는 데다 LNG는 마치 '차세대 친환경 발전원'인 양 석탄발전을 대체하려하고 있는데 2040년부터 석탄과 LNG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는 것에 또다시 놀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2050년 탄소중립을 그나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걱정과 두려움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주요 원인은 발전과 열 부문에서의 배출 감소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전 지구 차원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IEA는 “에너지 전환은 2050년 넷 제로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 핵심”이라며 “오늘날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어 발전 부문은 단일 부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석탄과의_작별을_고할_시간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석탄발전량 변화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석탄발전량 변화 (자료: IEA)


석탄화력발전은 세대에 따라 임계, 초임계, 초초임계 등으로 변화해왔습니다. 그에 따라 효율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이는 석탄화력발전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봤을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발전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죠. 이 때문에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탈석탄에서 시작합니다. 아니, 이미 시작했습니다. 임계, 초임계, 초초임계 할 것 없이 석탄화력발전은 이미 201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것도 발전량이 정점을 찍은 직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대는 이제 석탄을 '줄이는 시간'이 아닌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IEA는 2030년 임계 석탄화력발전을 시작으로 초임계와 초초임계 석탄화력발전이 2040년까지 모두 완벽히 퇴출되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발전 가운데 그나마 남게 되는 가스발전의 경우에도 당연히 탄소포집 기술이 도입되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고서는 제아무리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많이 설치한다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곳곳의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선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을 테니까요.

#재생에너지의_급격한_확산
 
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치 용량 변화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치 용량 변화 (자료: IEA)


이렇게 사라져가는 석탄의 빈자리를 채울 역할은 재생에너지의 몫입니다. 그리고 이 재생에너지의 임무는 또 있습니다.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는 것 말입니다. 전기차를 비롯해 산업과 교통, 주거 등 각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수많은 것들이 이젠 전기로 움직이게 됩니다. 석탄화력발전이 줄어드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꼭 재생에너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발전 방식으로 그 전기를 대체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해외에서야 그 질문이 나오지 않지만 유독 한국에선 이러한 목소리가 여전히 큰 상태죠. 우리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 에너지 전환을 의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모두(다른 발전 방식을 강력히 원하는 이들을 포함한 모두)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에 있어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정책적인 지원이라는 든든한 '백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이 이젠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면서 발전단가는 꾸준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발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당연히 '다른 발전 방식'과는 비교도 어려울 만큼 적죠.

IEA는 “태양광발전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먼저 이러한 지원과 기술발전이 일어난 분야”라며 “이미 대부분의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육상풍력 역시 이미 저비용 기술이 마련돼 '저렴한 비용'을 자랑하는 태양광과 겨루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IEA는 “해상풍력 역시 최근 수년간 빠르게 기술 수준이 성숙해지고 있다”며 “지금의 고정식 설치 중심에서 2030년엔 부유식 설치 방식이 주된 방식이 됨으로써 빠른 시일 안에 설치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너지의_흐름은_곧_돈의_흐름
 
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의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 (자료: IEA)

발전기만 설치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죠. 이미 국내에서도 제주와 전남지역에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감당하지 못해 가동 중단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에너지를 적재적소로 보내줄 송·배전망도 함께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IEA도 “전력망 투자는 에너지 전환에 있어 결정적(crucial)인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 130년 넘는 시간 동안 깔아놓은 전력망의 배 이상을 2040년까지 설치해야 하고, 여기에 2050년까지는 25%를 추가로 더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대규모의 투자도 뒤따릅니다. IEA는 2020년 현재 수준 대비 3배의 돈이 2030년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리드에 들이는 액수만 2030년 8200억 달러, 2040년엔 1조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 돈으로 대략 916.8조원, 1118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곧, 그리드를 만드는 산업에, 그리드를 만드는 인력에 투입되는 돈이기도 하죠. 유럽이나 미국이 열심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그에 맞춘 전력망을 설치하는 이유. 과연 '지구와 인류를 위하여'라는 자못 숭고한 이유. 이 이유 단 하나 때문일까요. 투자, 수익, 일자리, 무역…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입니다.

이러한 에너지의 탈탄소, 탈화석연료는 발전부문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산업부문도 빠질 수 없죠. 이에 대해선 다음 연재를 통해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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