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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하)

입력 2024-02-19 08:01 수정 2024-02-20 23:3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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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3)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어느덧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시적인 유행, 패션 등으로 평가 절하됐던 날들이 무색하게, 재생에너지는 OECD 회원국 전체 발전량의 35.6%(2023년 11월 기준)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23년 11월까지 집계된 OECD 발전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통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표적인 VRE(변동성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증가만이 아니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발전량은 2022년 11월 157.9TWh에서 2023년 11월 144TWh로 크게 줄었습니다(8.8% 감소). 반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증가했죠. 재생에너지의 경우, 회원국 대부분에서 연속적인 증가세가 이어졌고, 원자력의 경우 프랑스에서의 발전량 급증의 영향이 컸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하)
이런 가운데, IEA는 월간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증가를 꼽았습니다. IEA는 “2023년 11월,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5TWh에 육박했다”며 “2022년 11월 대비 21.9%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풍력발전은 전년 대비 무려 82.9% 증가했고, 연소 기반 재생에너지(31.5% 증가), 태양광(13.1% 증가)뿐 아니라 수력(7.5% 증가)발전의 발전량도 모두 늘어, 재생에너지가 국가 전체 발전량의 9.4%를 차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고르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엔 발전단가의 변화가 있습니다.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2010~2022년 사이, 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LCOE(균등화발전비용)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화석연료보다 월등히 비쌌던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이제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의 발전단가보다도 저렴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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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원별로 살펴보면, 태양광발전의 경우, 2010년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의 8배에 달했던 LCOE가 2022년엔 29%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육상풍력의 경우,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 대비 비용이 배에 가까웠는데, 이젠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졌죠. 해상풍력의 경우, 화석연료의 3.6배 가량이던 비용이 어느덧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와 맞먹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개별 발전기술의 발달과 대규모 설치에 따른 규모의 경제 등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집광형 태양에너지의 경우, LCOE가 크게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 대비 71% 비싼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일반적인 태양광 및 풍력발전에 비해 아직 대중화되지 못 한 상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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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연재에서 '에너지전환은 발전원의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해드린 바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들여오는 일차에너지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인 데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형태로 보더라도, 전기뿐 아니라 열, 동력원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죠. 당장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우리가 소비하는 최종에너지에 있어 전기의 비중이 2등을 차지한 것은 2008년부터였습니다.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열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2008년 이전까진 수송에 쓰이는 동력이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에너지 소비처였죠.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63%는 화석연료의 상태로 소비됩니다. 전기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전체에서 22%에 불과하죠. 그 22%의 전기 가운데 28%가 재생에너지인 것이고요. 실질적으로 전기를 넘어 전체 에너지 차원에서 보자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더욱 미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에너지전환은 그저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수준을 넘어 전기를 사용하지 않던 수많은 것들을 전기로 작동하도록 바꿔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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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우리가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12%로 크게 줄여야만 합니다. 그렇게 줄어든 화석연료의 몫은 전기와 수소로 돌아가고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발전원의 전환은 바로 여기서 의미를 갖습니다. 위와 같은 전체 에너지의 전환 과정에서 “그런데, 그 전기를 만들 때에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답과 해법으로 말이죠. 결국, 이를 위해선 다른 에너지로 변환되기 이전의 에너지인 일차에너지의 변화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전기이든, 열이든, 바로 이 일차에너지를 변환(전환)해서 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일차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합니다. 재생에너지는 16%, 원자력은 5%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요. IREN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1.5℃ 목표를 사수하기 위한 로드맵 또한 제시했습니다. 당장 2030년, 일차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이 재생에너지여야만 하고, 궁극적으론 그 비중이 최소 77%는 되어야 합니다. 2050년에도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합니다. 이는 화석연료가 비단 '발전연료'를 넘어 원료나 열원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하)
이처럼 에너지전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것보다 더 큰 차원에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또한, 발전원의 전환 역시 우리의 흔한 생각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장 발전원의 전환만 생각했을 때, 그래서 '지금 전기를 어느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지?'를 생각했을 때, 매번 강조되고, 때로는 가장 지탄받는 부문이 있습니다. 바로, 산업부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숫자를 따져보면, 산업부문만 달라져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1990년 이래 30년 넘는 기간, 국내 부문별 전기 소비량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부문별로 따져봤을 때, 산업부문의 전력 사용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거의 '불변의 진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산업 외 부문의 전기 소비량의 증가세도 가히 무서울 정도입니다. 32년 사이, 산업부문의 전력 사용량은 57.9TWh에서274TWh로 4.7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상업 및 공공부문에서의 전력 사용량은 1990년 16.4TWh에서 2022년 178.7TWh로, 무려 10.9배나 됐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는 17.7TWh에서 78.6TWh로 4.4배로 늘어났고요. 또한, 과거 수송부문의 전기 소비는 대부분이 전철 등 철도 수송에서의 소비였던 것과 달리, 전기차의 확산과 함께 일반 도로 수송의 전기 소비 비중은 2022년 31.7%에 달하며 전기 소비량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전기 소비만 놓고 봤을 땐, 산업부문만 비난할 일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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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처를 분류할 때에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할 때에도 흔히 쓰이는 구분이 있습니다. 바로, 발전(전환), 산업, 수송, 건물 등의 부문 분류입니다. 그리고, 이들 부문 모두는 공히 에너지전환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발전원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엔 흔히 발전부문만을 생각하지만, 사실 산업부문도, 수송부문도, 건물부문도 전환의 주체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수송부문의 경우, 내연기관 폐지 등 전기화라는 정책의 방향이 설정되어 있고, 시민사회에서도 그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그 외 산업과 건물부문에 대해선 사회적 인지나 논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산업부문과 건물부문의 경우, 현재까지 세계 각국이 발표한 2030년 및 2050년 목표에 따르면, 최종에너지소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모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뚜렷한 감소세를 예고한 발전이나 수송부문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이는 '산업과 건물부문의 신속한 변화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산업과 건물부문은 감축에 대한 저항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기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문에서의 최종에너지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에도 22% 불과할 전망입니다. 각국이 에너지전환을 부르짖지만, 산업부문에선 여전히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전환이 더딘 가운데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늘어남에 따라 향후 이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건물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확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적으론 실질적인 감축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물부문 최종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50년 54%로, 산업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를 음의 기울기로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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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5℃ 목표를 사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IRENA는 당장 산업부문의 경우, 밸류 체인 자체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생산 과정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IRENA는 산업부문의 최종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 35%, 2050년 72%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각종 제조 공정상 전기화가 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이 숫자는 단순히 '녹색 전기의 확대' 그 이상을 뜻합니다. 열원의 탈탄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의 사용, 재생에너지 자체의 직접 사용 등도 이뤄져야 하는 것이죠. 또, 에너지전환을 넘어 탄소포집 및 저장 등을 통해 2050년 산업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이 아닌 '-0.5Gt'여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건물부문의 경우, 화석연료 사용의 감소가 곧 전기 사용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보다 더 혁신적이고도 대대적인 전기화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2050년 산업부문의 전기화 비율이 27%로 제시된 반면, 건물부문에선 이 수치가 무려 73%에 이릅니다. 그만큼 발전원의 전환이 건물부문 1.5℃ 목표 달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셈입니다. IRENA는 건물부문에 있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30년 53%, 2050년 86%에 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건물부문의 경우, 산업부문과 달리 최종에너지소비의 절대량이 2020년 현재 기준 124EJ에서 2050년 109.3EJ(G20 선진국의 경우, 92.7EJ에서 82.1EJ)로 줄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산업과 건물부문에서 탄소중립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다름아닌 '열원'입니다.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을 통해 열을 공급하느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다면, 이 두 부문은 결코 탄소중립을달성할 수 없는 것이죠. 일반적인 건물에선 일반적인 히트펌프만으로 충분히 열 공급이 가능하지만, 산업부문은 다릅니다. 필요로 하는 열의 정도가 건물부문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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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의 열 공급 탈탄소화에 대해 IRENA는 “전기를 사용해 합성연료를 만들거나 기존에 열 생산을 위해 사용하던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등의 '간접 전기화'를 통하거나, 전기로나 전기 보일러, 또는 전해 공정(Electrolytic process)을 통한 '직접 전기화'를 통해 열 공급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전기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90~160℃ 사이의 열을 만들어내는 HTHP(High-Temperature Heat Pump)조차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꾸준한 RD&D 지원 및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대대적인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그만큼 전기의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간접 전기화 역시 전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철강 산업만 하더라도, 전기로를 사용한 공정만으로 충분한, 양질의 철강 제품을 공급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때문에, 해외에선 일찍이 수소환원제철의 RD&D에 착수했고, 이미 시제품을 내놓거나,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결과물로 생산, 판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철강 기업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보유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의 그린수소 생산 역량 보유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린수소를 생산해내기 위해선 단순히 수전해 원천기술의 확보를 넘어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의 확보도 필요하죠. 우리가 청정 전력의 충분한 공급 여건을 미리 조성해놔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기화(Electrification)는, 발전원의 무탄소화는 매우 중요한 의제입니다. 하지만 지난주에 이어 2주에 걸쳐 살펴본 것처럼, 에너지전환은 비단 발전원의 전환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그저 발전원의 전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 모두에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온 이 분야에 대해 이제야 다양한 정당이 관심을 갖고, 예비후보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너무도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이 '발전원의 전환'으로 축소되고, 그로 인해 정당들이 특정 발전원을 선별적으로 강조하며, 그 결과 발전원 간의 대결 구도로 왜곡되는 일은 시민사회에도, 산업계에도, 국가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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