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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입력 2024-02-12 08:01 수정 2024-02-20 23:2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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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2)

2023년은 지구가 역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습니다. 전에 없던 수준으로 지구가 달궈지며 “지구 온난화의 시대(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끓는 지구의 시대(Era of 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은 그저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닌 현실로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를 '남의 나라 일' 혹은 '먼 미래의 일'처럼 안일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합니다. 이 연재가 시작된 2019년에도, 그리고 2024년에도 말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2023년,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 역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13.7℃로 전국 단위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는 평년(과거 30년, 1991~2020년) 대비 1.2℃나 높은 수준으로, 월별로는 3월과 9월에 각각 평년보다 무려 3.3℃, 2.1℃나 높았죠.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이 13℃ 이상이었던 것은 9차례 뿐입니다. 기온이 높은 순서로는 2023년 13.7℃, 2016년 13.4℃, 2021년 13.3℃, 2019년 13.3℃, 1998년 13.2℃, 2015년 13.1℃, 2020년 13.0℃, 2007년 13.0℃, 1994년 13.0℃ 순이죠. 바로 직전 해인 2022년의 경우 12.9℃로 역대 10위에 올랐습니다. 이중 1994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2000년대의 일로, 최근 5년 연속 연평균기온은 상위 10위 이내에 들었습니다.

통상 우리가 온대나 열대 등 기후를 구분할 때엔 최한월(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합니다. 온대는 최한월 평균기온이 ?3~18℃ 사이(쾨펜 기준), 열대는 18℃ 이상으로 구분되죠. 온대의 폭이 너무 넓다 보니, 온대 기준을 나눠 연간 8~10개월 이상 평균기온 10℃ 이상, 연평균기온 15℃ 이상 등의 경우를 '아열대'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2023년 연평균기온은 온대 중에서도 아열대에 가까운 축에 속했습니다. 4~10월, 7개월간 월 평균기온은 10℃ 이상을 기록했고, 3월 또한 9.4℃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연평균기온 15℃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위의 좌측 지도에서 노랑, 주황, 빨강으로 칠해진 지역은 아열대 수준에 버금가는 곳들입니다. 제주는 물론, 부산과 경주 등이 이에 해당하죠. 평년(과거 30년, 1991~2020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엔 중부와 강원 동해안이 유독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열대스럽게 변한 남부지방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기온 상승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기온만 높았던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도 뜨거웠습니다. 2023년 연평균 해수면온도는 17.5℃로, 최근 10년(2014~2023년) 중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해로 기록됐습니다. 서해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0.3℃, 동해는 0.5℃, 남해는 0.7℃ 높았죠. 월별로는 9월(25.5℃)이 최근 10년 평균 대비 1.7℃나 높았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온난화의 양상은 이처럼 분명한 현실로 찾아왔습니다. 1973년 이래 주요 기상요소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기온의 상승세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나타납니다. 1973년,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기온은 12.3℃, 평균최고기온은 17.7℃, 평균최저기온은 8.9℃였습니다. 50년이 지나 2023년, 전국 평균기온은 13.7℃, 평균최고기온은 19.2℃, 평균최저기온은 8.9℃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노력중인데,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최근 50년 사이 그 마지노선 만큼 오른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이러한 변화를 막기 위한 제1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 에너지전환입니다. 에너지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흔히들 에너지전환을 발전원의 전환으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지금의 석탄 중심의 발전 시스템을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는 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의 에너지 플로우를 보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진짜 에너지', 일차에너지가 어떤 흐름으로 사용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23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일차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에 달합니다. 돈으로 따지면, 140억달러 넘는 돈을 들여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해외에서 들여온 셈입니다. 그렇게 들여온 에너지원은 다양합니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뿐 아니라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수입하는 에너지원이냐, 그렇지 않은 에너지원이냐 구분할 수는 있어도, 하나의 에너지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직접 생산하느냐 수입하느냐를 구분하는 일은 의미가 거의 없을 정도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위의 표에서 석탄(무연탄), LNG, 우라늄 등 일차에너지원을 통해 우리는 전력을 생산합니다. 사실상 '수입 없이 전기 없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에너지원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 이외의 용도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단적인 예로, 2022년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4,556만 3천톤 중 발전 전용으로 사용된 것은 1,633만 3천톤으로 전체 소비량의 35.8%에 그칩니다. 나머지 64% 가량은 열을 만들어 내거나 가스 제조, 에너지산업에서의 자체 소비(석유 정제, LNG 생산기지 및 발전소 시운전 등), 그 외 산업부문에서의 소비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그저 '발전 연료의 전환'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1990년 이래 우리나라의 최종에너지소비 통계를 살펴봐도 이는 확연히 나타납니다. 우리가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에서 도입해온 에너지원 가운데 대부분은 열을 만들어내는 데에 사용됩니다. 전력, 수송, 원료, 열 등의 쓰임으로 구분했을 때, 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용처는 수송이었습니다. 전력이 수송을 앞선 것은 2008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30년 넘는 세월, 최종에너지소비 전반이 증가했으나 가장 그 증가폭이 두드러진 분야는 원료였습니다. 1990년, 원료로 쓰인 에너지원이 2,304toe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엔 4만 9,251toe로 21.4배가 됐습니다. 열(1.7배), 수송(3배), 전력(5.8배)의 증가폭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죠. 우리가 전력뿐 아니라 열의 생산이나 수송부문의 동력원 사용, 원료 사용에 있어 활용하는 에너지원 거의 대부분이 탄화수소(화석연료)이기에, 이 탄화수소를 태움으로써(산소와 만나게 함으로써)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기에, 최종에너지소비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은 정비례의 관계를 보입니다. 지금의 화석연료 체제를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전력이나 열, 운송수단의 이용이나 석유화학제품의 생산을 줄이는 방법밖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에너지'전환'에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탄화수소에 기반하지 않은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나섬으로써 에너지 사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전환은 또, 에너지 수입의존도의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물론, 지금도 1997년(98.3%)에 비해선 소폭 줄어든 상태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여타 선진국 대비 매우 높고, 수입의존도의 감소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1만원을 벌기 위해 투입하는 에너지의 양을 의미하는 에너지원단위를 보면, 에너지 수입의존도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1990년, 19.7toe/만원이던 우리나라 경제의 에너지 집약도는 1993년 21.9toe/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2년 에너지원단위는 15.4toe/만원. 같은 금액의 돈을 벌더라도, 이전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경제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또한 여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점차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죠.

분명, 최종에너지소비 통계를 살펴봤을 땐 우리의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만 갔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화석연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의 비중 변화를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체 에너지에 있어 석유는 1990년 52.8%를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는 1994년 60.9%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향세를 거듭해 2022년엔 37.7%까지 떨어졌습니다. 1990년대에만 해도, 우리가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석유였던 것인데, 이젠 40%도 채 되지 않게 된 것이죠. 반면, 전기화의 비중은 1990년 11.2%에서 2022년 21.5%로 늘어났습니다. 보일러, 자동차, 각종 설비 등 기름으로 작동시키던 것들이 점차 전기로 작동하는 것들로 대체된 덕분입니다. 이 또한 '에너지전환'이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앞으론 이러한 전환은 더욱 빠르고, 거세게 진행될 전망입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온갖 종류로 사용된 에너지의 총량은 374EJ 가량입니다. 이중 63%가 화석연료이고, 22%는 전기입니다. 그리고, 이 전기의 28%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됐고요. 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50년, 전 세계 최종에너지소비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2%로 줄어야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신 전기의 비중은 51%로 크게 늘어나고, 그러한 전기의 91%가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하고요. 전기화(Electrification)와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에너지전환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이중 전기화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각종 운송수단의 전기화뿐 아니라 주방에서 쓰이던 화구도 점차 인덕션 등으로 대체되고 있죠.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에너지전환을 넘어 최종에너지소비량 자체의 감소도 뒤따라야 합니다. 2050년 최종에너지소비량을 353EJ로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소비 감소는 전기화를 통해서도 일부 가능합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탱크 투 휠(Tank to Wheel)'로 불리는 효율 기준,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는 18%, 디젤 내연기관 자동차는 22%로 전기자동차의 80%에 크게 못 미칩니다. 연료탱크에 담긴 에너지 중 실제 내연기관 자동차가 활용하는 것은 20% 남짓일 뿐, 열 등으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훨씬 많은 것에 비해 전기차는 배터리에 담긴 에너지를 최대한 오롯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기존의 전기차나 인덕션 등 전기화의 산물에 있어서도, 그 외 모든 에너지 사용 영역에 있어서도, 이러한 최종에너지소비량의 감소를 위해선 추가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은 단순한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그 영향 또한 발전사업자를 넘어 산업계 전반과 시민 개개인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미치게 되고요. 이러한 에너지전환에 어떤 대응이 필요하고,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음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발전원의 전환, 그 이상 (상)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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