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투자금 58조 원이 증발된 테라, 루나 사태를 취재하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테라의 법인을 설립할 당시의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는데, 자본금이 싱가포르 달러로 2달러, 우리 돈으로 고작 2천 원도 안 됐습니다. 처음부터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투자금만 모으려 한 게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테라와 루나 코인을 발행한 회사, 테라폼랩스의 싱가포르 본사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찾아갔더니 건물 안내 직원이 막아섭니다.
[건물 안내 직원 : (37층 테라폼랩스 사무실에 가려는데요.)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 중이라 아직 운영 안 합니다.]
그런데 안내 직원이 그동안도 사무실이 운영된 적이 없다고 덧붙입니다.
[건물 안내 직원 : (인테리어 하기 전엔 회사가 운영 안 됐나요?) 운영 안 했습니다. (전혀요?) 네네.]
테라폼랩스 본사가 싱가포르에 세워진 건 지난 2018년 4월.
하지만 서류상 주소지에선 사무실이 운영되지 않았단 주장인 겁니다.
취재진은 싱가포르에 제출된 설립 관련 문서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자본금이 싱가포르 달러로 2달러, 우리 돈 2000원이 안 됩니다.
직업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적은 권도형 씨와 또 다른 공동창업자가 1달러씩 낸 걸로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테라폼랩스가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힘든 구조의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화인/암호화폐 전문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 기술개발을 하는 데 굉장히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테라폼랩스는) 오로지 금융상품만 가지고 (사업을) 했고, 결국 금융상품이 실패하니까 경쟁할 만한 기술력이 남아 있지 않은…]
취재진은 이 회사가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작성한 문건도 입수했습니다.
테라를 글로벌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쓰이게 하겠다며 '알리페이'나 '페이팔' 등 해외 유명 업체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가 이런 기술을 개발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투자금 모집에 성공해, 테라의 형제 코인인 루나가 급등했던 지난해 10월, 권도형 대표는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잠깐이지만 나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영상디자인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