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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라이더처럼 '줄서기'도 직업으로…새로운 노동의 탄생

입력 2022-04-17 18:35 수정 2022-04-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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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명품 매장이나 유명 식당은 물론, 포켓몬 빵까지 줄 서야할 곳이 많아지면서 '줄서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이 라이더를 폭발적으로 늘렸듯이 '줄서기'가 새로운 직업으로 자리잡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보여주는 매트릭스의 구혜진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삼각지의 한 유명 식당 앞.

식당이 문을 여는 11시가 가까워 오자 줄은 점점 더 길어집니다.

골목을 꽉 채울만큼 긴 줄이 늘어서있는데요. 이 곳 줄을 대신 서주는 상품이 2만원에서 3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진선·최민혁 : 이 정도 기다리는 거면 (줄 서기) 살 만할 것 같아요. 저희처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은요.]

서울의 한 한의원의 경우, 진료 줄이 10만원에도 거래됩니다.

[이현민/시흥시 신천동 : (새벽) 다섯 시 반 정도에 넉넉하게 왔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다 차 있어서 앞에서 잘렸어요.]

명품 매장은 물론이고, 포켓몬 빵, 한정판 신발과 유명 식당 등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줄서기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기준, 2시간 반 5만원부터 36만원이 넘는 23시간 반 서비스까지 있습니다.

사진으로 실시간으로 인증하거나, '대신 줄을 서고 있다'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가 고객을 만나 교대해주기도 합니다.

'줄 서기'가 직업이라 불릴 만큼 오랜 기간 꾸준히 일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A씨/줄 서기 프리랜서 : 지금 7개월째에요. (매주) 거의 5일 정도는 일하는 것 같아요. 업무 강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해서 지금까지 하게 됐습니다.]

'줄서기'가 산업이라 불릴만큼 커진 건 미국이 먼저였습니다.

줄 설 곳이 많은 뉴욕과 워싱턴이 주 무대입니다.

'새치기', '줄서기 닷컴' 등의 이름으로 여러 업체가 성업 중입니다.

유명 TV쇼 입장이나 핫한 빵집은 물론.

시간이 아까운 관광객들을 위해 박물관 입장 줄을 대신 서 주거나,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한정판 판매 등 줄이 있는 곳엔 이들이 있습니다.

'줄 서는 사람'이란 직업도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래엔 많은 사람이 이런 직업에 종사할 걸로 본 겁니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줄 서기'를 서비스직의 하나로 분류합니다.

일부 경제학자는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늘어나는 임시직 경제, 긱 이코노미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 분석하기도 합니다.

공정함과 시민 의식을 상징하는 '줄 서기'를 돈으로 사는 데 부정적 시선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19 검사 줄서기 서비스가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하려면 밖에서 길게는 7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겨울.

일거리가 절박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을 대신 진다는 점이 특히 도덕적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저숙련자에게 돈 벌 기회를 주기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이들도 많지만, 로비스트가 의회 공청회나 재판 등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기 대행을 고용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이 나오는 등 공적인 영역에서의 줄서기는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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