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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 글'로 시작된 사이버 학폭…목숨까지 잃었다

입력 2022-04-04 20:11 수정 2022-04-0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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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폭력이 어느 때부턴가 '사이버 공간'으로 침투해 넓게 퍼지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은 나쁜 마음을 먹거나 혹은 '재미 삼아' 엄청난 일을 벌이고, 피해 학생은 인격이 무너지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기도 합니다. 직접 만나지도, 물리력을 쓰지도 않지만, 그 폭력성은 얼마나 위험한지 한 고교생의 사연을 통해 보시죠.

추적보도 훅,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현섭 군 어머니 : 고기 먹고 싶다고 그래서 좋아하는 고기 사 먹이고. 그날따라 '엄마도 같이 가자' 해서 셋이 같이 간 거예요. 가서 '잘하고 와' 그러고 들여보낸 게 마지막이에요.]

평소처럼 학교 기숙사로 씩씩하게 돌아간 막내아들을, 엄마는 다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손으로 절박하게 쓴 쪽지 한 장을 남긴 채, 고등학교 1학년 이현섭 군은 지난해 6월 학교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쪽지엔 하늘만 보면 울고 싶다, 안 괜찮으니 도와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군을 괴롭힌 건 한 달 전, 지역 또래 사이에서 퍼진 오해와 소문이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인 한 학생이 "이 군이 친구 여자친구와 놀러 갔다"며 SNS에 일명 '저격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현섭 군 어머니 : 그거를 퍼서 나르고 애들이 보고…현섭이도 스스로 자기가 되게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을 할 만큼 아이들이 취급을 하니까.]

자해를 할 만큼 고통은 심해졌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현섭 군 어머니 : (학교에서는) 시계를 차고 있어 (상처가) 안 보였고 아무 일 없듯이 너무 열심히 잘해서 괜찮아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엄마는 괴롭힘의 증거를 찾으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SNS는 24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사라지는 데다 다른 SNS의 존재는 확인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현섭 군 어머니 : 비밀 계정이 있다, 단톡방이 있었다 하지만 저희가 그걸 들어가서 조사를 할 방법도 없고. 그런 게 있었어요, 하는 얘기는 있었지만 학교 측에 얘기하면 학교는 '그런 거 없었답니다'…]

피해사실을 알리려고 하자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글들을 보며 엄마는 아들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이현섭 군 어머니 : 똑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기분을 현섭이가 느꼈겠구나.]

사이버 학교 폭력 피해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의 말을 무시하는 따돌림이나 강제로 대화방에 초대해 욕을 퍼붓는 일명 '떼카'와 '카톡감옥' 피해자의 얼굴을 영상과 합성해 퍼뜨리는 방식까지 방법도 다양합니다.

가해 학생은 보복을 위해 혹은 그저 재밌어서 괴롭힌다고 말합니다.

증거가 잘 남지 않는 탓에 괴롭힘을 빨리 알아차리기도 어려워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디지털 시대의 '손쉬운 괴롭힘'에 희생되는 학생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한결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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