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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행당한 적 있나?"…'쉼터' 갔다 발길 돌리는 청소년들

입력 2022-04-01 20:48 수정 2022-04-0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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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 이유로 집에서 지낼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쉼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입소를 원했던 아이들이 쉼터의 황당한 질문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가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모의 학대로 집을 나온 열일곱 살 A양은 경기도의 한 청소년쉼터를 소개받았습니다.

머물 곳이 생겼다는 안도도 잠시, 입소에 필요하다며 쉼터에서 내민 종이엔 생각지 못한 질문이 가득했습니다.

[A양/가정폭력 피해자 : 조건 만남을 한 경우가 있는지, 성매매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성폭행을 하거나 당한 적이 있는지도. 시기는 언제고 횟수는 몇 번인지까지.]

지능이 낮은지를 묻기도 했습니다.

[A양/가정폭력 피해자 : 수치심이 많이 들었고 되게 당황했다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입소를 못할 까 꾹 참고 답을 채워 넣었고, 음식을 남기면 벌점을 받아 쫓겨날 수도 있다는 서약서에 서명도 했지만, 고민 끝에 다음날, 쉼터를 빠져나왔습니다.

[A양/가정폭력 피해자 : 그런 답을 하면서까지 있고 싶지 않았어요. 왜 궁금해하시는지도 모르겠고.]

직접 상담을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 쉼터는 질문지만 건넸습니다.

[안민숙/피해자통합지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답하라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무서운 질문이에요. 나 뭐 잘못한 거 찾아내려고 하나. (필요하더라도)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된 다음에 비슷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 게 맞죠.]

해당 쉼터 측은 "A양이 입소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정보를 알기 위해 종이를 건넨 것"이라면서도 "질문지는 원래 상담사가 작성하는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결국 시에서 시정조치를 했습니다.

관할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관리가 부실한 점이 있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런 것은. 오해의 소지를 자꾸 불러일으키면 안 되니 연구를 통해서 이런 지침을 바꿔보려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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