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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 노동자가 남긴 사진 한 장 "옷 벗기고 뽀뽀, 너무 싫다"

입력 2022-01-25 13:18 수정 2022-01-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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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캡처〉〈사진-MBC 캡처〉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수치심을 줬다"
"복집에서,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너무 싫다"

3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노동자의 유서가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국내 모 중견 철강회사에 다니던 유 모 씨입니다. 휴대전화에 25분 분량의 영상과 마지막 글을 남겼습니다.

어제(24일) MBC에 따르면 유 씨는 2018년 11월 25일 전북 군산의 한 공터에 세워진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영상과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입사 초기였던 2012년 야유회에서 찍은 사진에는 직원 여러 명이 알몸 상태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반장급 지 모 씨와 선배 조 모 씨는 옷을 입고 있습니다. 유 씨는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사진-MBC 캡처〉〈사진-MBC 캡처〉
유 씨는 괴롭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했습니다. "지 씨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보며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면서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경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경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고 적었습니다.

선배 조 씨에 대해서도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며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인사팀 차장을 겨냥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유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회사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노무법인이 관련 직원들을 조사했고 유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도 나왔습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 씨와 조 씨는 비아냥과 조롱성의 답변을 하고,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모욕성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사진-MBC 캡처〉〈사진-MBC 캡처〉
노무법인은 지 씨와 조 씨가 명백한 가혹 행위를 했고, 이들에게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행위를 알고도 방관한 팀장에 대해서도 직위해제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두 사람에게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팀장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 씨와 조 씨는 정직 기간이 끝난 뒤 현재 회사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1월 근로복지공단은 유 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은 지 씨와 조 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게 수사기관의 결론입니다.

유족은 최근 검찰에 재조사를 요청하는 항고장을 내고,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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