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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입력 2022-01-17 09:32 수정 2022-01-17 10:4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4)

1km 미세 격자로 본 한반도 미래 기후
기상청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그래픽으로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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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4)

1km 미세 격자로 본 한반도 미래 기후
기상청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그래픽으로 뜯어보기

지난 2021년은 기후변화에 관한 각종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된 한 해였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했죠. 극단적인 수치는 모두 제외한, 모든 과학자가 만장일치로 인정한 내용만 담긴 객관적인 보고서가 나온 겁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보고서 발표 당시, 주저자와의 단독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의 지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해드렸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선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 수년 전 과학적으로 증명됐었는데,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2011~202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미 1.09℃ 상승한 것이 확인된 것이죠.

IPCC의 보고서는 이 밖에도 앞으로의 미래 기온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예측했습니다. 여기엔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공통사회경제경로)라는 과학적인 시나리오가 적용됐죠. 기존에 지구의 복사강제력만을(단순화해 설명하자면, 그저 온실가스 농도만을) 반영했던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대표농도경로)에 인구수, 에너지 사용, 토지이용 등 사회경제학적 요소까지 반영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IPCC의 미래 예측에선 우리나라의 상황을 상세히 살펴보기 어려웠습니다. 지구 전체를 예측해야 하는 만큼, 지구를 가로세로 100km 넘는 크기의 픽셀로 쪼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은 135km 해상도에서 25km 해상도, 1km 해상도로 점차 세분화됐다. (자료: 기상청)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은 135km 해상도에서 25km 해상도, 1km 해상도로 점차 세분화됐다. (자료: 기상청)
이에 우리 기상청은 한반도, 특히 남한 지역의 상세한 전망을 위해 보다 세밀한 해상도로 SSP 시나리오를 적용해왔습니다. 지난 2021년 1월엔 가로세로 25km 격자로 분석한 기후변화 전망을 발표했고(참고: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진 위험), 이번엔 보다 세부적인 연산을 거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남한 지역은 가로세로 1km 단위의 미세 격자로 쪼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겁니다. 1km의 해상도면 시, 도 단위의 변화를 넘어 동 단위의 변화까지 예측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SSP 시나리오를 모두 반영하진 못하고 '나름의 최선'과 '최악'의 상황만을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뮬레이션의 타임라인은 현재(2000~2019년), 미래 전반기(2021~2040년), 미래 중반기(2041~2060년), 그리고 미래 후반기(2081~2100년)로 구분됐습니다.


먼저 금세기 후반,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을 상정한 SSP1-2.6 시나리오상에서도 평균기온은 2.3℃ 높아질 전망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SP1-2.6 시나리오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로 여겨졌는데 꽤나 높은 수준입니다. 전 지구 기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로 묶어야 한다”는데, 현재(2000~2019년)보다 2.3℃나 올랐으니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이는 결국, 우리가 자꾸만 온실가스 감축을 미뤄온 결과입니다.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점을 지나 하향세를그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에 비례해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집니다. 이는 곧,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1.5℃ 오르기까지 전 인류가 뿜어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수학적으로 '정해진 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축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IPCC 역시 1.5℃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존 SSP1-2.6 시나리오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SSP1-1.9 시나리오뿐이죠. 그래서 SSP1-2.6 시나리오는 '저배출 시나리오'로, SSP1-1.9 시나리오는 '최저배출 시나리오'로 불리게 됐습니다.


기온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수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금세기 후반,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강수량은 3% 늘고, 그렇지 않으면 18%나 늘어날 전망입니다. '가뭄 걱정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강수의 양상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강수량은 늘어나는데, 강수일수는 줄어듭니다. 강수량은 3~18% 늘어나고, 강수일수는 5.6~6%가량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한 번에 쏟아지는 폭우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온이 2~3℃ 오른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를 뜻합니다. 이 역시 '고작 2~3℃면, 견딜만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폭염일수와열대야일수의 변화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금세기 중반(2041~2060년) 31.7일을 넘어서고, 금세기 후반(2081~2100년) 무려 79.5일에 달할 전망입니다. 열흘 안팎의 폭염일수로도 우리는 더위에 허덕이는 여름을 보냅니다. 79.5일이면, 한 계절에 해당할 만큼 긴 시간 폭염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열대야일수도 늘어납니다. 감축 노력을 기울여도 열대야일수는 20일이 넘고,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금세기 말 열대야 일수는 70일에 육박합니다. 열대야가 전국 평균 7일 안팎에 불과한 지금과 비교하면, 이 역시 상상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지역별로는 얼마나 더 더워질까요. 지역별로 현재 대비 폭염일수와열대야일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살펴봤습니다. 당장 2021~2040년,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8.1일 늘어납니다. 10년 후면,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20일을 넘어서는 수준이 되는 거죠. 폭염일수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충청권과 수도권입니다. 강원도는 지금보다 무려 11.2일, 수도권도 9.8일 늘어납니다. 여름철,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뛰어넘는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가 유행어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입니다. 충청권의 경우, 농업뿐 아니라 각종 야외 작업의 안전성 및 생산성 저하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그럼,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후인 2041~2060년 열대야 상황은 어떨까요. 열대야는 남부지방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입니다. 제주의 경우, 감축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3주 넘게 더 늘고, 감축 노력을 안 하면 무려 한 달 넘게 늘어납니다. 1년에 열대야일수가 32.1일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32.1일 더 늘어난다는 겁니다. 호남지역도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감축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지금보다는 22.6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대체로 폭염은 중부지방, 열대야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수도권은 두 항목 모두에서 타 지역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SSP 시나리오 자체가 인간의 활동을 반영한 시나리오인 만큼, 녹지의 훼손과 빌딩의 증가, 교통량의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수도권의 경우 '특단의 조치' 없이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에 접어든 셈입니다. 이렇게 밤낮없이 더운 날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전력 이용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증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수도권 및 충청권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또다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기온 상승을 부추기게 될 테고요. 수도권의 '탈탄소 전력 공급'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강수 패턴의 변화도 꽤나 구체적으로 예상됐습니다. 2041~2060년,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일 최대 강수량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 전국 평균 125.7mm인 1일 최대 강수량은 우리의 감축 노력에도 148.2mm로 20mm 넘게 늘어납니다. 감축을 안 하면 162.7mm까지 늘어나고요.


지역별로는 제주의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이미 지금도 전국에서 '하루 새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지는' 지역인데, 30년 후면 하루에 247.4~276.4mm의 비가 쏟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아무리 현무암 덕분에 폭우에도 빗물이 빠르게 바다로 빠져나가는 제주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하루 강수라면 빗물 배수 설비의 강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세기 말이 아닌, 2041~2060년의 일인 만큼 이러한 인프라의 정비 및 확충은 지금부터 계획, 추진해야겠죠.

호우일수도 늘어납니다. 이 역시 제주의 증가 폭이 가장 큽니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금세기 말 제주의 호우일수는 7.1일로 현재 대비 2.2일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수도권과 남부지방의 경우에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2년 전, 역대 최장 장마로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지자체별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이처럼 날씨가 바뀌면서 궁극적으론 한반도의 기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이라는 표현조차 옛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격변의 세월을 겪어왔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113일이었던 여름은 2010년대 127일로 늘었고, 겨울은 102일에서 87일로 줄었습니다. 여름과 겨울 모두 석 달 남짓이었던 과거와 달리 여름은 넉 달을 넘고, 겨울은 석 달이 채 안 되는 수준이 된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였을 때의 상황입니다. 약 30년 후, 여름은 19일 늘고 겨울은 10일 줄어듭니다. 여름만 네 달 반이 되는 것이죠. 70년 후, 여름은 다섯 달 가까이로 늘어납니다. 겨울은 두 달이 조금 넘는 수준이 되고요. 감축을 안 하면 사실상 '겨울의 상실'을 겪게 됩니다. 30년 후, 여름은 다섯 달 가까이로 늘어나고 겨울은 두 달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70년 후엔 여름이 1년 중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겨울은 3주 정도에 그치고 말죠. 우리나라의 생태계는 물론, 기본적인 농업과 어업 환경, 에너지 사용 패턴, 각종 공산품의 소비 패턴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8월, IPCC가 내놓은 전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전망을 전해드렸을 때, 여전히 '먼 미래' 혹은 '먼 나라'의 일로 여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km 미세 격자로 살펴본 우리나라의 전망에도,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은 '먼 미래' 혹은 '다른 나라의 책임'일까요. 우리가 흔히 책임을 돌렸던 나라들은 무서운 속도로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의 차이로 '한국보다 못 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과 그 증가세의 속도가 국제사회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됐죠.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성과 외에도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고,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서의 발언권 확대라는 부수적인 성과마저 얻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점점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도, 주요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22년을 탄소중립 이행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탄소중립을 하겠다”,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 선언하는 것만으론 변화도, 국제사회의 평가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원년' 선포가 '포부 가득한 선언'보다는 '절박한 외침'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여름은 73일 늘고 겨울은 68일 줄고…'뚜렷한 사계절'은 아재인증?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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