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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은행 이전합니다' 화살표 따라가보니 1시간 10분

입력 2022-01-07 20:26 수정 2022-01-0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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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달에만 전국에서 은행 지점이 80곳 넘게 사라집니다. 이른바 '효율적인 운영' 때문에 통폐합되는 건데요. 디지털이 낯선 주민들은 걸어서 한 시간 걸리는 은행까지 찾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은행들이 사라지는 마을들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3층짜리 건물 2층이 간판도 떼진 채 텅 비었습니다.

은행이 있던 자리인데 지난주 문을 닫았습니다.

은행이 사라지면 주민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밀착카메라가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아래층에서 14년째 장사하는 떡집 주인은 이 은행 계좌만 갖고 있습니다.

[박순애/떡집 운영 : 나는 잔돈도 바꾸러 다녀야 되고 그러면 호로록 올라가서 하고 그랬는데. 제가 제일 아쉽죠, 뭐.]

은행은 '영업권이 중복된다'며 지점을 없애고 ATM만 남겼습니다.

[황옥자/경기 용인시 신봉동 : 이게 지금 통장 봐, 우리은행 통장 이거 다. 지금 가는 길이야. 어휴, 나 진짜 속상해. 왜 없어진 거야, 도대체가.]

[정재돈 이정옥/경기 용인시 신봉동 : 차 타고 나가야 하고 가도 한참 기다리고. 그래서 못 가고 있어요. (모바일은) 젊어서 배웠어야 하는데 지금 머리에 안 들어가.]

이전한다는 지점으로 가봤더니 걸어선 41분, 버스론 25분 걸렸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전국의 은행 지점은 지난 5년 동안 8백여 곳에 달합니다.

전남 목포역에 도착했습니다. 건너편에 은행이 한 곳 보이는데요.

중간에 이름은 바뀌었지만 1970년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곳입니다.

하지만 2주 뒤 없어집니다.

은행 측은 내부 정보라 이유는 밝힐 수 없고, 운영 효율성을 주로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통합되는 곳은 그래도 이용할만할까.

은행 앞에 지도가 붙어있습니다.

이전되는 곳까지 직선거리를 화살표로 표시해둔 건데요, 얼마나 걸릴지 가보겠습니다.

4.1km 거리, 6천 걸음을 걷자 은행이 보입니다.

가장 가까운 길로 골라왔는데 1시간 10분 걸렸습니다.

차로 가도 10분이 넘습니다.

상인회는 성명서까지 쓰며 반대해왔습니다.

[신홍수/전남 목포시 원도심상인회장 : 이게 뭐지?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은데. 먹고살기도 바쁜데 은행을 또 옮긴다 그러네? 다들 황당해했죠.]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 절반 이상이 현금을 뽑을 때에도 창구에 갑니다.

80대 할머니와 ATM을 이용해봤습니다.

[(돈을 보내야 한다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알고 계실까요?) 다 은행 직원들한테 알아서 부쳐달라고 주지. 모르겠어, 나는.]

기계에서 나오는 보이스피싱 예방 음성도 할머니에겐 생소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출금 이체를 요청하였습니까?' 그럼 이제 '예'를 눌러? (아뇨…)]

은행들은 점포망 재편은 불가피하다며 고민이 많다고 말합니다.

[A은행 관계자 : 도시들이 확장 개발되면서 구도심의 경제활동이나 인구들이 굉장히 쇠퇴하게 되죠. 점포가 유지될 수 없잖아요.]

[B은행 관계자 :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님들께 사용법 알려 드리고 이런 노력은 부각이 안 되고 여론에 안 좋게 나오는 게 안타까운 면이 있긴 있어요.]

이번 달에만 신한은행 42곳, 국민은행 37곳 등 시중은행 82곳이 없어집니다.

점포를 없애기 전 사전영향평가를 거치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금감원이 개입하긴 어렵습니다.

시민단체는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공공성이 누구보다도 다른 기업과 달리 존재하는 게 은행인데, (최소한) 직원 두 명 두고 대면하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은행의 생존전략에 피해를 보는 건 디지털에 미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고려하고 대안까지 고민하는 게 금융기관의 책임이자 역할이 아닐까요. 밀착카메라 이예원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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