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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한·미, 종전선언에 다른 관점? 정부 진화 나섰지만…

입력 2021-10-28 18:56 수정 2021-10-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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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교가의 화두는 단연 종전선언입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언급한 뒤 한·미 간 협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습니다. 한 달 새 한미 외교장관 회담, 서훈 안보실장의 방미,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잇따랐습니다.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에 들어갈 문안을 협의하고 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종전선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현지시간 26일 브리핑 도중 종전선언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묻는 JTBC 질문에 “(한·미는) 순서나 시기,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 대표 협의. 〈사진=연합뉴스〉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 대표 협의. 〈사진=연합뉴스〉


■ "시각차 협의 가능"…정부, 美 발언 진화

파장이 커지자 우리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28일) 기자들을 만나 “한미 간 협의가 매우 속도감 있고 지속적이며 진지하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는 양국 간 입장 차를 좁히는 동시에 공동 인식과 공통점을 확대하는 과정이며, 한미 간 협의 역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시각 차에 관한 부분은 외교적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이 '다른 관점'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핵심적인 전략 구성에 대해서는 한국과 입장이 일치한다”는 앞선 발언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한국, 종전선언 문안까지 작성해 미국에 전달"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 정부만큼 종전선언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JTBC 취재를 종합하면 순항하던 한미 간 협의에 갑자기 이상 기류가 나타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미국의 기존 입장이 이제서야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관계 부처는 종전선언 초안을 직접 작성해 미국에 제안했다고 합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서는 종전선언이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미국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빨리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만큼 종전선언의 후속 효과 등에 대한 법률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서 종전선언의 정의와 전제를 놓고 두 나라가 입장 차가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로 보는 우리 정부의 조건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이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건 것도 걸림돌입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북한이 내세운 '이중기준 철폐'와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며 “북한이 조건 없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와야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종전선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화 그 자체를 위해 조건을 걸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도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 '적극 수용' 또는 '거절', 어느 쪽도 미국에 부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적극 수용하거나 정반대로 거절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워싱턴 조야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자칫 한국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검토 중' 혹은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미국 내부 상황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프간 철군 등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북한에 선물을 주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실무 협상을 거쳐야 북미정상회담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바이든 공언이었는데, 지금 뒤집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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