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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첫 배달 '5만원' 주는 이유?…채용은 안 하고 라이더 수 늘리려는 '배달앱 공룡'

입력 2021-06-27 18:53 수정 2021-06-2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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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물류센터 화재 이후 쿠팡 사용자가 70만명 가까이 줄었다는 빅데이터 조사가 나왔습니다. 이 화재를 계기로 로켓배송이라는 편리함 뒤에는 노동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전이 희생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겁니다. 오늘 뉴스룸은 배달을 시작한 라이더에게 5만원씩 공짜로 얹어주는 배달앱의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이런 공짜 돈 뒤에는 채용은 안 하고 라이더 수만 늘리려는 거대 회사들의 계산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보여주는 뉴스룸의 새 코너 '매트릭스' 구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Q. ''라이더' 하면 무슨 단어 떠오르세요?

"딸배."
"비하용어기는 한데 교통법규 다 무시하고 위험하게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조급한 이미지. 빨리빨리 하려고 하는 사람."

Q. 교통법규 왜 안 지킴? 

신호, 속도 등 교통법규를 지키면 수익이 얼마나 달라질지 배달노조 라이더유니온이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 참여 라이더 : 충분히 12분 안에 픽업지까지 갈 수 있겠다. 도착하니까 2분 초과더라고요.]

전날엔 13만원 매출을 기록했던 A씨.

교통법규를 다 지키자 9만 1000원으로 줄었습니다.

기름값, 보험료 등 비용을 뺀 세전 수입은 7만 9000원.

시간당 만원도 벌지 못했습니다.

22일을 일해도 월 175만원 버는 겁니다.

Q. 라이더 연봉 1억?

고수익 라이더, 옛말이 됐습니다.

배달이 몰리는 평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입니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콜이 오지 않습니다.

[김건호/배달 라이더 : 6개월 전까지는 괜찮았어요. 치킨게임을 하면서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두 배의 시간을 일해야, (6개월) 전의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최저시급도 안되는 소위 '똥콜'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김건호/배달 라이더 : 노량진이거든요. (직선) 거리는 1.3㎞인데 내비게이션 찍으면 4.5~5㎞ 나올 거예요. 오토바이가 진입할 수 없는 도로라 제일 기피하는…]

Q. '기피 주문' 누가 배달?

'언제나' '어디서나' 일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내세워 라이더를 모집하지만 거절, 어렵습니다.

[배달 라이더 : 95% 수락을 해야지 한 건당 1000원의 인센티브를 주거든요.]

[배달 라이더 : (거절하니) 7일 동안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일하는 시간, 장소도 '자유'만은 아닙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12시 반까지 접속 상태면 7000원 더 준다.]

[김건호/배달 노동자 : (배달앱 AI가) 근태를 중요시하는 건데, 언제 쉴지 기준을 못 잡는 거죠.]

Q. 불이익 당연한 것 아닌가요?

라이더는 출퇴근이 자유롭단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배달앱' 회사는 많은 비용을 아낍니다.

휴일, 최저임금, 퇴직금, 해고 비용 등 노동자 권리를 비롯해 오토바이 구매비와 기름값, 수리·관리비, 보험료도 안 들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도 없습니다.

다 라이더의 짐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 더 큰 매력은 '노동'을 필요할 때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배달 기본료, 쿠팡이츠가 시장에 뛰어들며 선보였고 배달의 민족도 따라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을 할 배송원을 그날 그날 모집하는 '쿠팡 플렉스'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가 적용됐습니다.

배달료를 결정하는 건 주문량과 라이더 수.

주문이 많으면 배달료가 오르고 라이더 수가 줄어들어도 배달료는 오릅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신촌에 5000원 뜨면요. 먼저 가서 배달한 사람은 5000원을 가져가는 거고 가는 도중에 5000원이 3000원으로 내려가면 3000원 받는 거예요.]

임금이라 할 수 있는 배달료가 실시간으로 출렁이는 만큼 라이더들의 노동 안정성도 떨어집니다.

비정규직은 커녕 '일용직'만도 못한 '분용직', '초용직'이란 자조도 나옵니다.

한편 배달앱에겐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혁신'입니다.

주문이 줄어도 정해진 월급을 줄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Q. 안정적 배달 서비스 가능?

첫 배달을 하면 2만원에서 5만원까지도 주는 배달 앱.

현금을 왜 주는 걸까요?

고용 없는 배달 단점도 있습니다.

눈, 비가 오는날이나 명절 등 근무를 기피하는 때엔 배달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비 인력이 많으면 배달료를 덜 줘도 언제든 라이더 인력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라이더를 고용하지 않아 얻는 이득이 현금 나눠주는 비용보다 크다는 계산이 숨어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한 '플랫폼 경제'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매트릭스' 코너는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집중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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