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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기억…그림으로 엮은 할머니들의 '인생책'

입력 2021-06-25 20:41 수정 2021-06-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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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또박또박 글씨를 눌러 쓰고, 알록달록 색을 칠합니다. 전남 곡성 서봉마을 할머니들이 오늘(25일)로 71주년을 맞는 한국전쟁부터, 보릿고개까지 그동안 겪어온 삶의 기억들을, 그림책으로 엮었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기자]

[영화 '시인할매' :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살아온 인생을 '견뎌냈다'고 말하는 할머니, 80이 되어서야 돌아본 어린 시절엔 '무서운 세상을 산' 기억들이 또렷합니다.

총을 든 군인들은 가뜩이나 없는 살림을 훔쳐갔고,

[양양금 할머니 : 투덕투덕 들어오더니, 집이 가난하니까 뭐 먹을 것이 있어야죠. 쌀도 없고 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마늘 밑동을 떼어가서…]

산으로 끌려간 가족은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김막동 할머니 : 사람들을 막 엮어가지고, 이 사람 이렇게 묶고 저 사람 저렇게 묶고 산으로 데려가서 다 죽이고…]

난리를 피해 자주 숨어야 했던 시절, 친구들과 편을 갈라 전쟁을 놀이삼았던 장면도 그렸습니다.

[김막동 할머니 : 그릴 것이 없어서 그런 걸 다 그리고…그런 세상을 살았어요.]

늦게 배운 한글로 시집도 내고 영화도 찍었던 시인 할머니들은 내친 김에 그림책도 만들었습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고즈넉한 마을에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김선자/길작은도서관장 : 그분들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는 거잖아요. 감사하고 또 고생하셨다 한마디 건넬 수 있는…]

'꽃길'만 걸어왔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쓰린 기억을 색연필로 덧칠하는 할머니들은 중학교를 못 가 서러웠던 때에도 '영감'이 아파 구급차를 타고 가는 길에도 항상 꽃이 가득했다고 돌아봅니다.

[양양금 할머니 : 마당이고 어디고 전부 꽃이에요. 나는 꽃을 좋아해서 책 제목도 꽃을 좋아한다고 나왔고만요.]

"꽃을 보고 날아드는~"

(VJ : 김경찬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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