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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야성' 배운 유기견들…담장 넘어 '되돌아온 위협'

입력 2021-05-25 21:05 수정 2021-05-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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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보신 들개들은 사람도 공격합니다.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버리고 야생의 위협으로 내몰아 버린 유기견들이 결국 또 다른 위협으로 사람에게 되돌아온 겁니다.

이어서,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개무리가 아파트 안을 쏜살같이 뛰어갑니다.

사람이 뒤쫓지만 잡을 수 없습니다.

주차장 사이를 누비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라집니다.

들개들이 출몰했던 곳입니다.

주민들을 위협하거나 다른 동물을 습격했다고 하는데요, 들개를 잡기 위해 이렇게 포획틀을 설치해 놨습니다.

그런데 포획틀 문은 닫혀 있고, 안에 먹이를 담은 통이 놓여 있는데,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주민은 별안간 들개가 나타나 길고양이를 물어 죽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A씨/경기 화성시 봉담읍 : 되게 많이 잡아먹었어요. 길고양이들은 진짜 뭐. 어미는 화단에 처참하게 죽어 있고.]

들개를 조심하란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A씨/경기 화성시 봉담읍 : 3년 반 전부터 민원을 넣고, 계속 시청에 요구를 했어요. 계속 진전이 없어서. 확인한 개들만 20마리 정도 되는 것 같고요.]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을 갑자기 나타난 개들이 빠르게 쫓아갑니다.

담벼락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 배변을 하곤 사라집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들개들이 산책하는 반려견과 사람을 위협한 곳입니다.

아파트 안쪽인데, 제 가슴높이의 이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사람과 반려견을 공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행히 반려견을 안고 도망쳐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곳 주민은 이런 일을 벌써 두 번 겪었다고 합니다.

[B씨/서울 강일동 : 순간적으로 뒤를 봤더니 여기 기둥 뒤쪽에서 2마리가 갑자기 나와서 습격을 한 거죠, 저희 강아지를.]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B씨/서울 강일동 : 다음 날에 구청에 전화를 했었는데, 결론은 그거였어요. 본인들도 이제 손이 달린다.]

어디서 온 들개일까.

[공사장 관계자 : 저도 보긴 봤어요. 한 3마리.]

[주민 : 개들도 큰 개들이 많이 다녀요. 지금 그 도로 공사 터널 뚫는 데 있을 거예요.]

곳곳에서 흔적이 발견됩니다.

들개가 오간다는 아파트 옆 산자락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요, 제 세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발자국이 여러 개 찍혀 있습니다. 이 주위에서 들개가 출몰하고 있다는 겁니다.

길목에 먹이를 놓고 몇시간을 기다려봤지만 들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미 야생에 적응해, 주는 먹이에 반응하지 않는 건데, 이렇게 되면 포획은 어려워집니다.

[소방 관계자 : 출동 한 10번 이상 나갔는데. 저희가 못 잡았어요. 얘네가 되게 민감해. 이런 개하고는 달라. 엄청 민감해서 우리 딱 보면 벌써 싹 (도망가.)]

경기 대부도 옆 섬에 들개들이 산다는 제보, 마을의 빈집 앞으로 와봤습니다.

저 멀리서 들개가 발견됩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짖기 시작합니다.

함께 몰려다니고, 새끼로 보이는 개도 있습니다.

다른 짐승을 공격했던 흔적도 발견됩니다.

인근 다른 마을에서는 들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키우는 닭을 물어 죽이는 일이 생기자 풀어놓고 키울 수 없어졌습니다.

[최영환/경기 안산시 대부남동 : 이게 낮에는 풀어 놨다가 밤에 넣어 놓는 건데 내놓지도 못하는 거야, 지금. 이 안에서 감옥살이하고 있는 거야.]

[이규혁/경기 안산시 대부남동 : 여기에 16마리, 저기 13마리. 그냥 닭이 뭐 남아나지를 않았어요.]

외출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주민 : 우르르 다녀가자고. 너무 무서워서 내가 그냥 들어와서 외출 안 해 버렸어.]

참다못한 주민들은 직접 들개 포획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규혁/경기 안산시 대부남동 : 돌아다니면 사람들한테 해코지하고 또 동네 피해 줄까 봐. 그래서 내가 가둬 두면 좀 잠잠하니까.]

하지만 데리고 있을 뿐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규혁/경기 안산시 대부남동 : 며칠 전에 탈출해가지고. 이거 봐봐, 고라니 다리야 이게.]

문제는 사람의 접촉이 줄어든 개들은 야성이 다시 드러난다는 겁니다.

[최영민/서울시수의사회장 : 모여 있다 보면 옛날에 숨겨져 있던 야성이 나오는 거죠. 접촉을 안 하면 얘네들은 반려동물이 아니죠. 예전에 우리가 길들이기 전에 사람과 늑대의 관계랑 비슷하게 바뀌는 거죠.]

지난 2016년 6만 3천 마리던 유기견은, 지난해 9만 5천 마리가 됐습니다.

포획된 들개는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다가 대부분 안락사됩니다.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지만 포획을 늘린다고, 또, 어린 개까지 잡는다고 들개가 사라질까요.

이제는 들개가 되어버린, 버려진 반려견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을 겁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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