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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규모 승전기념식…미 최대 송유관 해킹 파장|아침& 세계

입력 2021-05-11 09:04 수정 2021-05-11 13:23

이신욱 부산외대 교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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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 부산외대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승전 76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펼쳐졌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최대 송유관 운영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습니다. 송유관 가동이 멈췄고 지역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러시아 해커 조직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7만3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군인들의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6주년을 맞아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됐습니다. 여군을 포함해 만2천여 명의 군인이 붉은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2차 대전 때 사용됐던 T-34 전차를 선두로 러시아의 차세대 주력 전차와 단거리 전술 미사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등 190여 점의 무기와 군사 장비가 선보였습니다. 붉은 광장 하늘 위에서는 화려한 공중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첨단 극 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한 미그 전투기와 수호이 전투기 전략 폭격기 등 70여 대의 각종  군용기가 동원됐습니다. 공격기 6대는 백색과 청색 적색의 연막을 내뿜으면서 러시아 국기를 하늘에 수놓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직접 현장에서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기념 연설도 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전세계의 운명을 건 거대하고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승리였습니다. 우리는 나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람들의 후손으로서 이 축하 행사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 라인은 지난 7일 사이버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미국이 '다크 사이드'로 알려진 러시아 해커 집단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이버 공격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텍사스에서 뉴저지까지 길이 8천 8백 51km에 이르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동부 지역 공급량의 45%를 담당하는 콜로니얼 파이프 라인이 멈추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저는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입니다. 지금까지 파악하기로 러시아 정부가 관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공격에 나선 해커 조직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는 있습니다.]

러시아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신욱 부산외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먼저 러시아에서 대조국전쟁으로 불리는 2차대전 승전기념일부터 살펴보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꽤 성대하게 축하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러시아에서는 1815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조국해방전쟁, 제2차세계대전을 대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스탈린 차에서 나치독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민족주의밖에 없어 소련 정부는 우리 어머니, 조국 러시아를 구하자고 선동했고 이에 호응한 러시아 국민들은 거국적으로 일어나 나치독일에 대항했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라마 모래시계 주제곡 백학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노래로 러시아에서는 승전기념일에 전 국민이 부르는 전몰자 애도곡이죠. 작년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75주년 승전기념식이 6월 24일로 연기되었지만 올해는 승전기념일에 행사를 강행하여 러시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과 강력한 러시아의 건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으로 생각됩니다. 승전기념일에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여 나치독일에 저항하는 러시아 국민과 서방의 압력에 당당히 저항하는 푸틴 대통령을 동일시하여 미국과 서방에 대한 민족저항의 상징으로 이미지 메이킹 하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미국의 최대 송유관 해킹 사건도 파장이 큰 것 같습니다. 백악관은 연방 태스크포스까지 조직을 했고요. 미국 인프라에 대한 최악의 사이버공격이다,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미 대선 개입과 해킹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았습니까? 설령 이번 해킹이 러시아 정부 차원의 개입이 아니더라도 양국 갈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는 해커들의 소굴로 알려져 있고 미국에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있었던 솔라윈즈 해킹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은밀하게 접근하는 공급망 해킹사건은 알기도 힘들고 파장도 조사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2013년 3.20 전산 대란, 2014년 카드 3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이 공급망 해킹 사건에 해당됩니다. 만약 이번 송유관 해킹사건이 러시아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시아 관계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우크라이나 위협과 북극해 전력 증강과 같은 군사적 방법 이외에도 이번 송유관 해킹 사건과 같은 인터넷을 통한 도발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미 행정부의 정책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이든 행정부는 대러시아 정책을 직접 충돌보다는 대화와 압박을 통한 양면 전술로 갈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해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두 정상의 만남이 다음 달 중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관측도 나오고 있고요. 현재 두 정상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지난 트럼프 시대와 달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푸틴, 반러시아 정서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유럽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확산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동유럽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푸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북극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발니 석방을 거듭 압박하고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러시아 푸틴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아마도 푸틴은 바이든 행정부와 화해를 시도하고자 하지만 나발니 석방과 같은 양보조치가 없는 이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승전 7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굳건하게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승전기념일이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대선 개입과 해킹 논란, 나발니 문제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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