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40년 노포 '을지OB베어' 강제 철거 위기…서울시, 뒷짐만

입력 2021-03-10 21:28 수정 2021-03-11 10: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한 가게를 두고 사람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부수려는 용역직원들과 막으려는 상인들 그리고 단골손님들입니다. 가게는 40년이 된 '을지 OB베어'입니다. 서울시는 골목을 지켜온 노포들을 보존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이 재개발되거나, 계약이 끝나면 사실상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퇴거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백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은 옷을 입은 남성들이 무리 지어 나타납니다.

가게를 철거하기 위해 고용된 용역업체 직원들입니다.

이들을 막아선 건 가게 단골손님들과 동네 상인들입니다.

거칠게 밀치고

[야, XXX들아. 야.]

욕설을 주고받습니다.

용역업체 직원 100여 명이 철거에 나선 가게는 20제곱미터 남짓한 40년된 노포, 을지OB베어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철거 시도입니다.

을지OB베어는 40년 전 모습 그대로, 같은 메뉴를 유지하며 동네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강호신/을지OB베어 사장 : 아침에 한 7시에 여셨어요. 밤새 일하고 아침에 한잔하시고 쉬라고. 밤 10시면 문 닫으셨는데, (단골들) 술 많이 먹지 말라고요.]

하지만 지난 2018년 10월, 건물주는 강씨에게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강씨는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런 노포들을 '미래 유산'으로 지정하며 보존 계획을 밝혔지만, 막상 철거 위기 앞에선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담당자 : 시민이나 소유자에게 알려서 스스로 보존하고자 하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게 제도의 목적이고, 미래유산은 문화재가 아니라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하는 걸 제한할 수는 없어요.]

이 가게를 한 업종에서 오래 살아남은 '백년가게'로 지정해 홍보에 앞장 서온 중소기업벤처부도 마찬가집니다.

[김중현/중소벤처기업부 홍보담당관 : 장사를 계속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거잖아요. 어딘가에 점포를 구할 때 상권 분석도 해주고, 자금을 지원해줄 수도 있고…]

말뿐인 보존 정책 속에 오래된 가게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