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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뭉개지고 깎이고…몰려드는 관광객에 제주 오름 '몸살'

입력 2021-01-0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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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때문에 갈 곳이 줄어들자 제주로 사람들이 몰립니다. 지난해에도 천만 명 넘게 다녀갔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주의 독특한 화산 지형인 오름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탐방로 아닌 곳에 길이 나고 경사면에서 눈썰매를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눈 덮인 한라산부터, 반대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한눈에 보이는 이 용눈이오름은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오름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오는 2월부터는 당분간 이곳에 올 수 없게 됐는데요.

어떤 사정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기존에 깔아둔 보행 매트는 다 헤져서 형체조차 안 보입니다.

오름을 보호하려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둔 겁니다.

새로 매트를 깔기 위해 바닥에 흙주머니들을 깔아뒀는데, 보행매트를 깔기도 전에 이미 다 터져버렸습니다.

[국대곤 강민주/관광객 : (발목을) 살짝 삐끗한 게 있는데… 아무것도 돼 있지 않은 데가 더 안전해 보이거든요.]

보행 매트를 설치했던 길입니다.

사람들이 다니면서 이 매트는 아예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는데요.

이런 고정못만 남아 있다보니 신발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자칫하다 걸려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땅이 무른 상태라 고정 상태가 좋지도 않습니다.

[홍수경/제주 도남동 : 철근 같은 게 다 나와 있어요. 걸어가다가 철근에 넘어질 수도 있고요. 발이 걸려서…]

아이가 다칠까, 무등을 태우기도 합니다.

[이인섭/경기 화성시 : 아이도 넘어져서 손잡고 이렇게…다른 데에 비해서 좀 더 위험한 것 같아요.]

결국 사람들은 보행로를 이탈하게 되고 새로운 길이 생깁니다.

오름 전체가 황금빛 억새밭으로 물든 새별오름.

탐방로도 아닌데 길이 나버렸습니다.

탐방로 중간중간엔 탐방객들이 들어가 억새를 뭉개놨습니다.

[남정호/대구 서구 : 한 사람이 길 내놓으면 또 사진 찍는 장소인 줄 알고 또 들어가서 찍고, 찍고 하다 보니까 훼손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정상 주변엔 원래 억새밭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억새가 다 죽고 바닥엔 검붉은 색의 화산지형인 스코리아층이 다 드러났습니다.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올해까지는 일단 개방하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엔 제주에 폭설이 내리면서 한라산이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오름이나 경사면은 눈썰매장이 돼버렸습니다.

썰매 타기가 한창인데 사실 정상적인 눈썰매장이나 스키장은 오늘이 1월 3일이기 때문에 아직 개장할 수 없습니다.

여기 보시면 금지 행위에 썰매 타기 등 국유림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지만 사실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주민 : 제주도는 썰매 타는 데가 딱히 없잖아요. 그나마 여기가 제일 낫다 그러던데 경사가…그래서 여기 온 건데 저희도…]

인근 경사진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땅인데, 이미 울타리도 다 망가졌습니다.

길 양쪽으로 차를 세우다 보니,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집니다.

[경찰 : 썰매 타기 좋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막 들어가서… 관광객들은 지나가다가 있으면 여기서 (썰매를) 대여해요.]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던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는 주차 방지 유도봉과 단속카메라가 세워졌습니다.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은 지난해 초 처음으로 탐방예약제를 도입했는데요.

곧바로 코로나 사태로 유보됐지만 올해부터 다시 부활합니다.

한라산의 탐방객은 앞으로 하루 1500명으로 제한됩니다.

제주도 368개 오름 가운데 휴식년제가 진행되는 오름은 올해 6곳뿐입니다.

이 가운데 산악오토바이들이 다니며 크게 훼손됐던 문석이오름은 휴식기가 1년 연장됐습니다.

깎여버린 탐방로를 원대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휴식기가 원래 계획했던 시간 안에 끝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편입니다.

13년째 휴식기를 갖고 있는 제주 물찻오름은 올해 또 휴식기가 연장됐습니다.

그만큼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는 것이죠.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다 보면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간 오름들을 사진으로만 감상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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