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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국가 보물 옆에도, 탐방로 옆에도 무덤이…

입력 2020-12-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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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국립공원에 있는 묘지 이야기입니다. 탐방로 옆은 물론, 보물로 지정된 불상 옆에도 묘지가 있는데요. 한두 개가 아니라 이 곳에만 5000기가 넘습니다. 10년째 국립공원공단이 묘를 옮기고 있기는 한데 이제 겨우 6분의 1 정도를 옮겼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여기도 무덤, 저기도 무덤, 온통 무덤입니다.

오랜 기간 관리가 안 됐는지 잡초가 무성한 무덤도 있고 최근까지 성묘객이 다녀간 듯 조화가 꽂혀 있는 묘지도 있습니다.

흡사 공원묘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입니다.

경주 남산의 불곡이라는 곳에 유명한 불상이 있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

바로 제 뒤에 있는 불상인데요.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입니다.

일명 '할매부처'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요.

이 '할매부처' 불상 바로 옆에도 이렇게 무덤이 조성돼 있습니다.

이 무덤은 아직 연고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경주 남산에만 이런 식으로 조성된 무덤이 5000기가 넘습니다.

대부분 국가가 공원을 관리하기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김광해/경북 경주시 황오동 : 명산에 묘를 쓴다는 건 주민들의 어떤 토속신앙에서 그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또 그 당시에는 크게 제한을 안 했으니까. 지금은 꼼짝도 못 하지만.]

풍경보다 자연훼손이 문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쪽에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반대쪽에도 마찬가지로 무덤이 있습니다.

이렇게 무덤과 무덤 사이마다 샛길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있는 겁니다.

지역 주민들이나 방문객들의 불편 호소도 늘고 있습니다.

[김찬희/경북 경주시 내남면 : 밤에 내려올 때는 가끔 한 번씩 깜짝 놀라는데. 밤늦게 내려오면.]

2011년부터 경주국립공원 사무소는 묘를 옮기는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국립공원 내의 지정된 탐방로입니다.

이렇게 탐방로 바로 옆에도 무덤이 조성돼 있는데요.

다행인 건 이 무덤 같은 경우에 내년 3월 이장이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무덤 1000여 기를 공원 밖으로 옮겼습니다.

해마다 오는 성묘객들을 찾아, 설득을 하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서영각/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장 : 묘지를 이장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 전화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안에서 같은 후손 중에 누가 반대를 하셔서 이장을 못 하게 됐다는 전화도 있었고요. 또 어떤 경우에는 본인의 며느리가 임신을 하다 보니까 좀 시간을 나중에 옮겨서 했으면 좋겠다 해서…]

다른 국립공원도 비슷한 문제를 앓고 있습니다.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입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묘를 옮기고 있습니다.

여기는 1960년대 묘가 조성됐다가 최근에 다른 곳으로 묘가 옮겨진 곳입니다.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요.

한쪽에는 새로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무덤이 옮겨진 자리를, 주변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되돌리고 있는 겁니다.

[강호남/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향후 약 1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야 원래 상태로 복원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최근 경주 남산에 있던 조상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긴 한 주민은 "바뀐 장례 문화를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말합니다.

[박동준/경북 경주시 용강동 : (예전에는) 돌아가시면 전부 다 남산에 갔습니다. 묘터가 좋으면 가정이 잘된다고 해서 전부 다 묘를 좋은 터를 골라서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우리 관광지 차원에서 빨리 이장을 해주는 게 우리 국민의 예의입니다.]

무등산과 경주 남산에만 만 여기의 무덤이 있는 걸로 파악됐는데, 전국 공원으로 확대해 조사하면 대폭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보전하고 함께 가꾸어 갈 곳입니다.

규정이 없었거나 묫자리가 없어서 또는 명당으로 소문이 나서 과거 이런저런 이유로 들어선 묘지들로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묘를 옮기는 사업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국립공원 곳곳에 만 기가 넘는 묘지들이 남아있습니다.

관련 제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유족과 후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절실합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황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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