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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폐기물 공장 '악취'…몸 아픈 주민들

입력 2020-02-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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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선, 주민들이 몇 년째, 지독한 냄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악취는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나오는 건데요. 주민들은 군수가 허가를 잘못 내줘서 그랬다고 주장합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전북 순창의 장덕마을입니다.

100여 명 남짓 노년층이 대부분인 이 조용한 마을에 입구부터 현수막들이 여럿 붙어있는데요.

피해 주민에게 보상하라, 청정 마을에 악취가 웬 말이냐, 주민들이 대단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정인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김경숙/주민 : (빨래에서) 냄새 나. 아우~못 말려 바깥에다가는. 시골서 없는 돈으로 건조기를 다 샀잖아요? 시골에서 뭔 공기청정기야…]

[이성자/주민 : 이중창을 놨어. 냄새 들어온다고. (손녀가) 맨날 '할머니 냄새나, 냄새나' 하니까…]

이 마을에 악취가 심해진 건 지난 2014년부터입니다.

돈사의 돼지 분뇨로 퇴비를 만들던 업체가 동물성 잔해와 하수 오니까지 처리하는 폐기물종합처리업체가 된 겁니다.

건물은 전체 면적의 52%가 불법건축물에 해당했습니다.

동물성 잔해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치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순창군에선 그대로 허가를 내줬는데 당시 업주는 순창군 현직 군의원 신분이었습니다.

악취의 원흉이라는 폐기물 처리 공장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1개월 동안 영업 정지를 당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요.

지난 5일에 영업이 정지됐다는데 일주일이 다 됐지만 여전히 악취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공장은 생산한 퇴비의 중금속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영업정지를 당한 바 있고 이번엔 폐기물 보관량을 초과해 또 당했습니다.

[현재 업주 관계자 : 우리가 20년 넘은 건물을 뭣도 모르고 속아서 샀어요. 우리가 와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고생하고, 우리도 억울한 게 많아요.]

주민들의 악취 민원으로 2018년 말, 동물성 잔해는 취급할 수 없도록 했는데도 그 뒤로도 악취가 계속됐다고 합니다.

2019년 반입 폐기물 목록을 살펴보니 대형 육계가공업체 목록이 한가득입니다.

주민들은 동물성 잔해 폐기물을 반입할 수 없는데, 들여온 게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소각하지 않은 닭 등의 동물 사체 잔해와 하수 찌꺼기들이 교반기에서 섞여 돌아가면 발효가 되며 악취를 풍길 수밖에 없습니다.

태운 게 아닌데도 공장에선 건조 과정에 생겨난 증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양귀주/마을 이장 : 여기 와서 일을 안 하려고 그래. 하루 하고 냄새나서 도저히 못 하겠대. 한 번은 내가 짜장면 시켜줬는데 먹다가 한쪽에 가서 구토하고…]

[마을 사람들은 개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분 나쁘죠, 솔직히…]

최근 몇 년 사이엔 암 환자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문치현/주민 : 폐암 3기까지 지금 와가지고 그러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거야. 나이 먹고 갈수록 악취는 심해지고 하니까…]

[최복희/주민 : 여기 유방암 수술했어. 재수가 없으니까 XX할 냄새 때문에 걸렸는지 몰라.]

주민들은 더이상 장덕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군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당면한 악취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다른 퇴비 공장들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나오던 냄새와 증기의 성분 분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군수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신정이/순창군의원 : 왜 불법 건축물에다가 허가를 해줬냐, 행정이. 이렇게까지 주민들을 무시하고 그 고통 속에 두고 행정이 이렇게 돼 있다는 것에 정말 분노할 수밖에 없어요.]

순창군수는 '적법하게 인허가 업무를 이행했다'며 '도 감사와 검찰 조사를 지켜보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비료공장이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22명의 집단 암 환자가 발생했던 전북 익산 장점마을입니다.

정부는 앞으론 환경오염에 취약한 지역 주민 건강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현장에선 발 빠른 대응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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