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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흉물이 돼버린 하수처리장…23년째 방치, 왜?

입력 2020-01-21 21:30 수정 2020-01-2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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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성남의 분당 신도시에 23년째 버려진 땅이 있습니다. 축구장 세 개 정도의 크기입니다. 흉측해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성남시장도 "재활용해 보겠다"고 공약한 바 있지만 주민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해가 진 경기도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불빛과 네온사인으로 도시 전체가 반짝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불빛도 없는 블랙홀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확대해 보니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만 놓여 있습니다.

찾아가 봤습니다.

철문은 굳게 잠겨 있고 출입 금지 표시만 붙어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일까.

날이 밝은 뒤 다시 가봤습니다.

여전히 문은 잠겨 있고 입구는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득합니다.

[인근 주민 : (저기가 어딘지 아실까요?) 어, 잘 모르겠어요.]

시청의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가까이서 본 모습은 더 흉측합니다.

건물 유리창은 거의 다 깨졌고, 먼지 쌓인 각종 부품이 땅에 버려져 있습니다.

1997년에 지어진 하수종말처리장 건물입니다.

하수처리장 건물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이쪽으로는 직원용 화장실이 마련이 돼 있고요.

이 맞은편에는 사무실을 마련해 놨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있는데 이 의자를 좀 쓸어보니 이렇게 시커먼 먼지가 묻어 나옵니다.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번도 이용된 적이 없는 시설입니다.

지어진 이후 20년이 넘게 방치됐습니다.

지하엔 누런 물도 고였습니다.

[성남시청 관계자 : 빗물 같은 거예요. 수질이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당시 경기도 용인 지역의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이곳 분당에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분당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가동도 못 해보고 문을 닫은 겁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수 찌꺼기를 불로 가열하는 시설이 있던 곳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기계가 있던 흔적만 남았습니다.

성남시청에서 기계와 설비들을 매각한 건데 대부분 재활용이 안 돼서 고철로 팔렸습니다.

[성남시청 관계자 : 도둑들이 그것을 뜯으러 왔다가 안전사고가 날까 봐 옛날에 철거했어요.]

40억 넘게 들어간 설비는 1억 3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곳 전체 유지비도 1년에 수억씩 들어갑니다.

모두 세금입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서쪽으로는 지하철역과 번화가가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하수종말처리장 부지 일대가 거대한 회색 섬으로 고립된 상황입니다.

시민들은 버려진 채로 고립된 이 시설에서 사고가 나진 않을지 우려합니다.

지금이 저녁 7시밖에 안 됐는데 주변이 이렇게 어두워졌습니다.

조명이 없이는 현수막 내용도 읽을 수가 없을 정도인데요.

이 현수막에는 무단으로 들어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울타리를 보면 높이가 제 키보다도 낮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이게 그물로 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마음만 먹으면 훼손할 수 있어 보입니다.

고정은 잘 되어 있을까.

이 밑에를 보면 이렇게 들려서 고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김성곤/성남시 구미동 주민 : 어둡고 외지니까 청소년들의 범죄로 쓰일 수 있는 공간도 될 수 있으니까…]

성남시는 2006년 이 부지를 사들인 이후에 재활용을 하려 했으나 여러 차례 실패했습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곳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성남을 문화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에 착공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 시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계획을 설정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은수미/성남시장 : (원래 공약의 목표가 설정돼 있는 건 아닌가요?) 아뇨, 그렇진 않고요. 공약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시민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성남시청 관계자도 "뭘 지을지 임기 내에 결정만 해도 성과"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주민이 원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오거나 또 사업이 흐지부지될까 걱정입니다.

[허갑동/구미동 범주민대책위원장 : 저희 주민들은 어떤 안도 구체적인 안도 통보받은 게 없습니다.]

시청 측은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그 뒤에 뭘 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콘크리트가 두껍고 시설이 방대하기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은 철거에만 수십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대로 이용 한 번 되지 못한 채 흉물이 된 이 하수종말처리장은 중심을 잡지 못하는 행정의 민낯은 아닐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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