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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길목' 제주 링링 북상에 긴장…대비태세 문제없나

입력 2019-09-05 15:34

가을장마 폭우에 태풍까지 농가 등 비상…저류지가 물난리 막지만 허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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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 폭우에 태풍까지 농가 등 비상…저류지가 물난리 막지만 허점도

'태풍 길목' 제주 링링 북상에 긴장…대비태세 문제없나

정체전선에 의한 '가을장마'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많은 비가 내린 제주에 태풍 '링링'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태풍은 많은 비를 몰고 오는 것은 물론 최대순간풍속 초속 35∼45m의 강풍까지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길목에서 태풍의 강도가 셀 때 태풍을 맞이해 그간 제주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한데다가 올해는 특히 가을장마로 이미 곳곳이 침수 피해를 겪은 터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폭우에 태풍까지 '엎친 데 덮친 격'…곳곳서 대비태세

태풍 '링링'이 북상하면서 가장 시름이 깊어지는 곳을 꼽자면 단연 농가다.

제주는 지난달 말 정체전선에 의한 '가을 장맛비'가 이달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부지역 일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번 가을장마로 감자와 당근, 조생 무 등 3개 작물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준 제주시 구좌읍 1천380㏊ 면적에 당근 파종이 진행됐으며 이중 530㏊(38.4%)에서 침수 및 유실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월동 무는 400㏊ 면적에 식재됐으며 현재 120㏊(30%)가 소실됐다.

감자는 동부지역과 서부 일부 지역 640㏊ 면적에서 파종이 끝났지만, 이 중 90㏊(14%)는 침수됐다.

가을 햇볕을 잘 받아야 당도가 높아지는 노지 감귤은 잦은 비로 수분 흡수율이 높아 껍질이 벗겨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습한 날씨로 병해충 피해도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이에 제주도는 태풍 북상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 보수와 점검을 당부하고, 노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재해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태풍만 불면 지붕이 뜯기는 제주복합체육관도 대비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제주복합체육관의 네 번째 보강공사 도중 태풍이 예보되면서 현재 체육관 지붕에 태풍에 대비한 임시 구조물을 설치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보강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마무리만 남았다"며 "다만 태풍의 강도가 강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체육관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때마다 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제주시 용담 2동 한천교 인근 주민들은 집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는 등 태풍 내습에 대비하고 있다.

용담2동 주민센터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한천교 인근에 걸린 현수막을 제거하고, 공영주차장을 임시 폐쇄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도와 제주소방안전본부,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도교육청 등 유관기관들은 태풍 '링링' 북상에 따른 대비를 분주히 하고 있다.

◇ 2007년 나리 이후 조성한 저류지가 물난리 막아…곳곳 허점도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8월 23일 태풍 솔릭 대비 중앙대책본부 점검 화상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 저류지 시설 확대와 보완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원 지사는 "2007년 태풍 나리 때 하천 범람으로 인해 제주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저류지를 조성, 태풍 내습 때마다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제주는 물 빠짐이 좋은 지질 구조상 홍수 걱정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나리 당시 불과 2∼3시간에 한라산 정상부터 제주시 해안 저지대까지 시간당 100㎜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지며 제주시가지를 지나는 모든 하천이 범람하는 물난리가 났다.

나리는 제주에서만 13명 사망, 1천억원대의 재산피해를 내 역대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 꼽힌다.

도는 나리 이후 수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치수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저류지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이후로는 큰 물난리가 없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태풍 '나크리'가 내습한 2014년 8월 2일 한라산 고지대에 하루 최고 1천㎜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4천㎜가 넘는 한라산 연평균 강수량의 4분의 1 수준의 비가 퍼부은 것이다.

나크리 당시 타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갖가지 피해가 발생했지만, 제주에서는 별다른 폭우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5일 태풍 '콩레이' 내습 때도 제주의 일 강수량이 310㎜로 나리 당시 420㎜에 이어 관측 이래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단시간에 폭우가 집중됐던 나리 때와 달리 온종일 비가 내린 데다가 폭우에 하천 수위가 올라가자 저류지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면서 큰 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저류지가 호우 피해 예방에 효과를 내고 있지만, 허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역대 가장 강한 10월 태풍으로 꼽히는 2016년 '차바' 당시 강풍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자 제주시가지를 흐르는 하천이 범람했다.

한천 하류인 제주시 용담동 한천교 일대에 물이 넘치고 역류하면서 복개지(도시 과밀화에 따른 주차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하천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어놓은 곳)에 세워둔 차들이 휩쓸려 수십 대가 파손되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저류지를 조성했음에도 범람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설계·구조적 문제로 저류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행정당국은 진단과 개선을 통해 저류지를 보완하는 등 재난방어시스템을 차차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올해 장마와 태풍을 앞두고 지난 4월 15일부터 두 달여 간 도내 우수저류지 258개소에 대해 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시설물 보수가 필요한 곳이 4곳, 토사나 지장물(잡목, 넝쿨 등)이 쌓인 곳이 52곳, 쓰레기가 방치된 곳이 5곳, 안내판이나 울타리 보수가 필요한 곳이 42곳, 저류기능 진단이 필요한 곳이 7곳이었다.

도는 우선 토사나 지장물 제거가 필요한 저류지에 대해 저류기능 개선을 위한 잡목 제거와 준설공사를 했다.

또한 내년에 도내 저류지 정밀조사를 해 저류지 효과성을 검토해 단계별 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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