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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학력 따른 임금 분포 공개…"격차 완화"vs"노사갈등 우려"

입력 2019-09-05 11:20

오는 12월 시작으로 매년 공표…개별 기업 임금 공개는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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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시작으로 매년 공표…개별 기업 임금 공개는 않기로

성별·학력 따른 임금 분포 공개…"격차 완화"vs"노사갈등 우려"

올해부터 국내 기업의 노동자 성별 등에 따른 임금 분포가 공개된다.

임금 격차가 얼마나 큰지 보여줌으로써 자율적으로 격차를 줄이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와 여당이 5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에는 기업 특성별로 임금 분포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기업 규모와 업종 등의 범주를 토대로 노동자 성별, 연령, 학력,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적용해 임금 분포를 내고 평균값, 중간값, 상위 25% 임금, 75% 임금 등을 임금정보시스템에 공표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올해는 12월에 임금 분포를 공표하고 내년부터는 하반기에 정기적으로 공표할 방침이다. 개별 기업의 임금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임금 분포는 노동부가 해마다 하는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는 전국의 1인 이상 사업체 표본을 대상으로 한다.

임금 분포가 공개되면 업종별 평균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기업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강해지고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임금 격차가 완화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임금 분포 공개 제도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 성 평등을 위한 임금 분포 공시제를 과제로 내걸었으나 성별을 포함한 다양한 기준을 포괄하는 임금 분포 공시제를 검토해왔다.

임금 분포 공개는 노동계와 여성계가 요구해온 사안이다. 한국 사회 양극화의 한 양상인 극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면 임금 분포를 공개해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으로 1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만1천203원으로, 비정규직(1만4천492원)의 1.5배에 달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크다.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3만3천232원으로, 300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1만8천873원)의 1.8배였다.

임금 상위 20%의 평균 임금을 하위 20%의 평균 임금으로 나눈 임금 5분위 배율은 4.67배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5배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임금 분포 공시제는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신동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분포 공시제를 시행 중인 국가는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다.

외국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 분포 공시제가 확산하는 추세라는 게 신 입법조사관의 설명이다.

경영계는 임금 분포 공시제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종 평균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기업에 속한 노동자의 위화감이 커질 수 있고 노조가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해 노사 갈등이 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임금 정보를 공개할 경우 기업의 경영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개별 기업 임금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임금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임금 공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임금 공시제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한 기준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직종별로 임금 격차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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