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3분기 월평균 실업자수가 106만 5000명,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렇게 실업자 수가 치솟게 된 데는 제조업 불황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산업에 의존해 온 지방 도시들의 타격, 더 컸습니다.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의 번화가.
퇴근시간대이지만 거리는 한산하고, 식당에는 빈 테이블이 가득합니다.
[김정임/치킨집 사장 : 보시다시피 이 시간 되면 피크 시간인데 손님이 없잖아요. 텅 비어 있잖아요.]
이 거리는 최근 몇 년 새 직장을 나와 술집이나 식당 등을 차린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제조업계에 닥친 불황으로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A씨/식당 주인 : 희망퇴직을 하고 난 다음에 커피숍을 차리고 식당 같은 걸 많이 차리고 그렇게 많이 하죠.]
효자업종이었던 자동차, 조선업계에 찬바람이 불면서 노동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 예전에는 2차, 3차는 솔직히 많이 갔어요. 조합원이 2만 명이 넘었어요. 근데 지금은 1만 2천명이에요. 노동자입장에서는 희망이 없죠.]
산업연구원은 국내 59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4분기 경기 전망을 전분기보다 나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울산조선업희망센터는 실업급여를 받거나 일자리를 찾기 위한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손한주/울산 동구 : 일할 자리가 나와야 할 텐데, 일할 자리가 없어서 좀 난감합니다.]
제조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거제도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 상가는 절반이 텅 비었고,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인근 원룸촌은 빈 방이 넘치고, 문을 닫은 식당도 눈에 띕니다.
공인중개소 업자들은 매물은 늘지만, 거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쉽니다.
[이정우/공인중개사 : 매매를 하고 싶어도 거래가 안 되니까, 50% 정도는 공실이 아닐까…]
외환위기도 비껴갔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울산과 거제 지역은 제조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불 꺼진 항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