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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비통한 자들의 민주주의'

입력 2018-07-24 21:48 수정 2018-07-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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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미련해 보였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그만 깨져버리고 마는 계란.

반면 단단한 망치질에도 끄떡없는 바위는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적수였지요.

그러나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들 중에 누군가는 기어이 거대한 바위에 균열을 내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끝까지 싸울게" (삼성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마침표)
- 황상기, 고 황유미 씨 아버지

"다 안된다고 했는데 결국 이런 날이 왔네요" (KTX 해고 승무원 전원 복직)
 - 오미선 KTX 해고 승무원


길고 긴 시간을 지나서 기적 같은 오늘을 만들었던 사람들.

겨울의 광장을 넘어 오늘을 만들어낸 시민들 역시 한없이 약한 존재들이 모여서 궁극에는 거대한 권력에 균열을 낸 마치 기적과도 같은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비통한 자들, 즉 마음이 부서진 자들에 의해서 민주주의는 진보한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는 자신의 책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진보는 현상 유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평범한 사람들,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의 동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통찰이었습니다.

현실과 열망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필경 그 시도들은 패배로 점철되고는 했기에 마음은 부서지고 무너져서 그들은 언제나 비통하다는 것…

"반올림…그리고, KTX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 노회찬 원내대표 서면 발언 (7월 23일)


그가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전하려 했던 메시지 또한 계란을 쥐고 바위와 싸웠던 무모한 이들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그의 소망 또한 허황되거나 혹은 미련해 보였을 것이며…

결국 그는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불명예로 인해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뒤에 남게 된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사회학자 파커 J. 파머는 부서져 흩어지는 마음이 아닌 부서져 열리는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던 그의 말처럼 비록 마음은 부서졌지만 부서진 마음의 절실함이 만들어낸 진보의 역사.

그렇게 미련하고…또한 비통한 사람들은 다시 계란을 손에 쥐고 견고한 바위 앞에 서게 될 것인가.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무엇이다"
- 파커 J 파머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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