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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1회] '은둔의 백만장자' 유병언은 누구?

입력 2014-04-28 15:26 수정 2014-05-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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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고 12일만에 결국 정홍원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사고와 무기력한 재난 대응을 지켜봐온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세월호 선박과 청해진 해운의 문제점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거기에 이 해운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존재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진 유 전 회장의 모습을 임진택, 손용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침몰한 세월호의 전신은 일본에서 1994년부터 운항한 여객선 '나미노우에호'.

청해진해운은 2010년 일본 마루에이사로부터 이 노후 선박을 수입하기로 결정합니다. 마침 우리 정부는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최대 20년이던 여객선 운행가능 선령을 30년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며 세월호 수입이 늦춰집니다.

[청해진해운 전 직원 : 보통 일본서 가져오는 배들이 기본이 거의 빠르면 19년이지만 거의 20년 21년 이래요. 세월호를 가져올 시기에 왜 못 가져왔냐면 일본의 스나미 와서 조선소에서 신조 만들고 있었는데 그 배가 늦어지면서 그 시기에 못 가져오고 운항 더 하다 가져온 거잖아요.]

2012년 뒤늦게 세월호를 수입한 청해진해운은 화물과 승객을 더 싣기 위해 객실을 증축합니다. 화물과 차량이 드나드는 출입구인 사이드 램프까지 없앴다고 합니다.

[청해진해운 전 직원 : 이 배를 건조를 할 때 램프 무게까지 계산해서 무게를 잡았다가 하나 떼어냈습니다. 이거 하나가 50톤 정도 돼요. 무겁죠. 그걸 하나 떼어냈다. 그럼 무게 중심이 어디로 갑니까? 확장을 하는데 그런 배를 가져와서 저런 식으로 확장하면 안 됩니다.무게중심이 밑에 있어야 될게 위에 가있고 한쪽 절단한대다가 배가 흔들릴 수 밖에 없죠.]

화물과 승객을 더 싣기 위해 낡은 배를 이런 식으로 개조하다보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는 복원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증언이 이어집니다.

[세월호 전 A기관사 : 다른 배는 1~2도 기울어도 표가 안 나는데 그 배는 조금만 기울어도 기관실에서 느낄 정도였어요.]

[세월호 전 B기관사 : 이 배는 오래 있으려고 해도 찜찜하더라고요. 항해하면서 배가 자꾸 기울더라고 10도씩 넘어갔다가.]

한쪽으로 쏠리면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화물 상태도 엉망이었다는 증언이 이어집니다. 세월호에는 적재의 필수 부품이 없기 때문에 로프로 결박하는 일이 많았다는 겁니다.

[인천항운노조 관계자 : 저런 것들이 없어요. (처음부터 없었다는 거죠?) 네. 로프도 배에서 제공하는 거. 도구 자체가 그거란 말이에요.]

실제로 한 시민이 우연히 찍은 세월호의 화물적재 상태는 조금만 흔들려도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한 모습입니다.

선장을 비롯한 선박 인력도 문제가 지적됩니다. 이준석 선장의 나이는 69세입니다.

[청해진해운 전 직원 : 세월호에 정식 선장이 한사람이 올라오고 이분은 대타로 뛴거죠. 오하마나호에 선장이 휴가를 간다 그러면 이 선장이 대타로 뜁니다. 8000쯤 비정규직에다가 거기다가 대타선장으로 명령체계가 제대로 될 것 같나요. 다른 배도 마찬가집니다.]

사고 해역은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였지만, 이 선장은 사고 당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대신 운항을 책임지던 사람은 26살의 3등 항해사였습니다. 이들은 배가 침몰하자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수백명을 배에 버려둔 채 선박을 탈출했습니다. 특히 이준석 선장은 태연하게 구조선에서 내려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지폐를 말렸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장기준 당시 목격자/진도한국병원 정형외과 과장 : 만원 이렇게 쭉...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행동을 할 수가 있을까, 의아하긴 했어요.]

승객을 살리겠다는 마음은 물론, 승객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선원들은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간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배 안에서 단원고 학교 이름을 말하는 방송까지 나왔는데도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지금까지 조사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조류가 센 맹골수도에서 선박이 급하게 방향을 틀었고, 배가 원심력으로 쏠릴 때 고정돼 있어야 할 화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균형을 잃고 배의 침몰이 시작된 겁니다. 거기에 선원들이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하고 배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은 겁니다. 앞서 제기한 선박의 문제점, 화물의 결박 상태, 선원의 잘못된 지시가 복합돼 참사가 빚어진 것입니다.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자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한식/청해진해운 사장 : 우리 청해진해운 임직원 여러분들이 정말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힘겹게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김 사장. 그런데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는 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입니다. JTBC가 입수한 유 전 회장의 지난해 4월 강연 영상에서는 베일에 싸인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73살인 그는 1979년 주식회사 세모를 설립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세모그룹은 5공화국 당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최대 연안여객업체로 부상합니다. 하지만 87년 충격적인 '오대양 사건'이 터지면서 그가 주목을 받습니다.

오대양 사건은 경기도 용인에서 교주 박순자씨와 신도 32명이 집단 자살한 희대의 사건입니다. 박 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속칭 구원파 신도로 알려지면서, 구원파의 핵심인물이던 유 전 회장도 연관성이 제기된 겁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유 전 회장은 관련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 뒤 91년 오대양 관련자들의 폭로로 유 전 회장 관련 의혹이 다시 불거졌고 결국 오대양 관련 자금 일부가 세모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 전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는 최근 강연에서도 이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합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누군가의 덕택에 4년을 공짜로 뺏기고 나니까 그 4년을 꼭 메워야 되는데… 어떤 사람이 저보고 뭐라 그러냐 하면, '돈을 빌려 썼는데 안 갚는다' 죄명을 정해 주더라고요.]

1990년에도 충격적인 선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날짜는 9월 11일. 홍수로 한강 물이 급속히 불어나자 유람선을 운영하던 세모그룹은 직원들을 한강에 대거 투입해 배 두척이 유실되지 않도록 밧줄로 묶으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이 선박들은 급류에 휩쓸린 또다른 선박과 충돌했고, 당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세모 직원 등 1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유 전 회장은 자신이 겪었던 우여곡절을 얘기합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제가 하루도 편하게 잔 날이 없습니다. 너무 사는 것이 굴곡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앞으로 남은 생애를, 굴곡을 내 등산 코스라 생각하자…]

오대양 사건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세모그룹은 97년 법정관리를 거쳐 해체됩니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 유 전 회장은 얼굴없는 사진작가 '아해'로 활동해 왔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제 작품을) 지난 번 루브르 박물관 전시에서 주최한다 그럽디다만 그 박물관에 전시하는데 제가 안 갔습니다. 가면 내가 뭐하냐. 내 대신 찍어놓은 게 갔으면 됐지. 가면 내가 할 일은 뭐냐. 뭐 잘 찍었다고 칭찬받고 또 작가 어떻고. 나는 작가 실감이 안 납니다. 아직까지.]

유 전 회장은 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돈으로 만족한 삶이 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부자 만들어 준 그 금전들이 여러분을 즐겁게 합니까? 새들은 좋겠다…너희들은 돈 없으니까. 돈 없이도 즐겁게 나니까. 돈이 뭔데….]

그런데 부도를 겪었고 돈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는 유 전 회장 일가는 어느새 다시 재산가가 되어 있습니다. 재산이 천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유 전 회장의 재산을 100억 원이라고 보도하자 유 전 회장측 변호사는 100억 원이 아니라 수백억 원이라고 정정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유 전 회장이 사진 촬영 장소로 썼던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입구에 다다르자 경비원들이 진입을 가로막습니다.

[경비원 : 찍으면 안 돼요. 왜 관계도 없는 걸 찍어요.]

이곳 수련원 규모는 23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32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내부에는 주유소와 음식점, 놀이공원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주변엔 철조망이 쳐있어 외부인 진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놀이공원 직원 : 저희 개인사유지라서 이러시면 안돼요.]

[인근 주민 :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CCTV가 있어요. 사람이 (쫓아내려) 온다니까.]

옛 세모그룹의 한강유람선이었던 엔젤호도 남아 있습니다. 청해진해운 직원 중 상당수가 구원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해진해운 전 직원 : 유병언 회장이 자기 사무실이라던가 배에 신도가 없다면 뱃사람을 굳이 (구원파 예배당으로) 연수를 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갔다 오면 사람들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그 정도로 거기만 갔다 오면 희한하게 현혹돼서 온다 그래요.]

구원파 측은 이런 주장을 부인합니다.

[이용화/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 대표 : 일부가 본 교단의 교인인 것은 맞지만 (이준석) 선장과 직원 대다수가 본 교단의 교인은 아닙니다.]

청해진해운 직원의 10% 남짓만 구원파 신자라면서, 청해진해운과도 거리를 뒀습니다.

[이은우/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국 총무 : 직원 (가운데 구원파) 숫자가 극소수, 10%정도라고 연락 와서 말씀드린 겁니다.]

유 전 회장 역시 신도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는 설명도 합니다. 지난 26일 밤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에서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예배가 열렸습니다. 남성 신도 네 다섯 명이 바리케이트를 치며 차량을 일일이 통제합니다. 금수원 관계자는 성경대로 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금수원 관계자 : 유병언 회장님이 구원자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그대로 합니다.]

일요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 서울 삼각지 교회에 예배에도 신도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건장한 남성 4~5명이 명찰을 달고 교인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합니다. 같은 건물 1층 식당 관계자는 오늘도 예배가 평소처럼 열렸고 식당 예약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예약명부를 보니 교회 예배후 90여 명 이상이 예약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 전 회장은 강연에서 신앙에 대한 얘기도 합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바이블에 술 취하지말고 성령을 받으라 했는지 모르지만 요즘 성령이 싸구려가 돼가지고 거룩 속에 쇳소리 나요. 여러분들 우리 모두 정신을 제대로 차리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게돼요. 우리 그대로 살래요. 세월 가는 대로 살래요. 같이 살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요. 안 하고 싶은 사람 손 내려도 돼. 나는 이래가지고 회원 조직을 전 세계에 펼치려고 해요. 종교인 만들라는 게 아니고.]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나는 이 세상 떠나기 위해서 온 사람인데, 떠나기 전에 흔적은 있어야 되지 않느냐, 그걸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된다' 매일 각오를 해봅니다. 담배 때문에 죽은 사람도 꽤 많지 않겠느냐…이런 모든 걸 생각해 볼 때 '내가 몸 조심하고 살아야지…' 이걸 제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생을 불사르고 홀딱 죽어버려…어쨌든 살아있음 감사하고요.]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실소유한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에 탔던 17살 학생들은 온갖 부실로 얼룩진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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