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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어있는 에어컨 실외기…안전규정·단속 부실

입력 2018-07-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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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어컨이 돌아가면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 실외기, 요즘 여기서 사고가 잦습니다. 좁은 공간에 실외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규제가 안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건물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소방대원의 진입이 어려워 보일 정도로 좁은 공간은 금세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찹니다.

화재가 시작된 곳은 에어컨 실외기로 파악됐습니다.

[목격자 : 소방서 쪽에서는 '옥상이나 어딘가에서 담배꽁초가 떨어져서 불난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거든요.]

화면에 나온 그 화재 현장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폭은 사람 1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데요.

아래 쪽에는 이렇게 에어컨 실외기가 있고, 그 옆에는 담배꽁초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 위에는 도시가스 밸브함도 있는데요.

이렇게 비좁은 곳에 에어컨 실외기들을 다닥다닥 설치되어 있으면서, 한 곳에서 불이 붙더라도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불이 난 곳과 벽을 맞댄 건물에는 병원과 요양원이 운영 중입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아직까지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흡연이 여전하지만 경고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로 생기는 바람은 규제 대상이지만 화재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청 관계자 : '보행자에게 바람이 닿지 않게끔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거든요. 건축설비 규정에는 화재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어서요.]

이 때문에 설치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같은 골목에 있는 실외기인데 일부는 덮개를 부착했고, 나머지는 그대로입니다.

또 다른 상가 밀집지역입니다.

이 주차장에는 에어컨 실외기 20대가 모여서 설치되어 있는데요.

현장에서 단속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비원 : 저거는 소방서 관리 안 할 거란 말이에요. 왜요. 뭐 안 되는 거야? 뭐 안 씌우면?]

두 달 전 실외기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입니다.

가스통 바로 옆에 실외기를 설치한 가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가게 주인 : 단속은 나온 적 없는 거 같은데. 그냥 현장 조사만 나온 거 같은데, 실외기만을 위해서 나온 건 없는 거 같아요.]

지난해 소방청이 내놓은 '에어컨 실외기 안전 가이드'입니다.

실외기 주위에서 흡연을 하지 말고,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도 보관하지 말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권장 사항에 그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건물 관리자 : 예전에 상자를 이쪽에 놔둬서 상자에서 불도 나고 그랬어요. 그런 거 단속 안 왔을 걸, 한 번도.]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손놓고 있는 사이, 최근 전국 곳곳에서 실외기 화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남 여수에서는 한 펜션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한 투숙객 20여 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또 이달 중순에는 서울 양천구와 광진구의 연립주택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좀 심각성을 느끼고 위치 변경을 한다거나, 그게 어려우면 방향을 다른 쪽으로 한다거나 조치가 있었으면…]

에어컨 실외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돌아갑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실외기 화재를 막으려면 관리자와 설치 업체의 각별한 주의는 물론이고, 감독 기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화면제공 : 소방청)
(인턴기자 :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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