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얼음이 가득 든 양동이를 뒤집어썼습니다. SNS를 타고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 얼음물 샤워, 기억하시지요. 정치인들도 많이 했습니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연속 캠페인인데요.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만 두 달 새 3만 명이 참여했고, 한 달 만에 기부금 10억 원이 모이는 등 기부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얼음샤워 이벤트에만 열광했을 뿐 뭘 위해서 하는지는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기부금은 크게 줄었고 환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입법화되거나 제도화 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병원이나 시설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년부터는 현재 무료로 이용하는 치료도 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더 악화되는 이 지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희정 기자가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희귀난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이재익 씨는 오늘(25일)도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 앞에 섰습니다.
정부의 인공호흡기 임대비용 유료화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지 3개월째.
[이재익/진행성 근이영양증 환자 : 희귀·난치성 환자들은 그만큼 몸이 힘들어서 보조 기구나 합병증도 있고 의료비 부담이 큰데, 또 부과하면 중증 장애인들을 죽이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근육병 등 일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게 인공 호흡기 임대 비용을 일부 부담시킬 방침입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아닌 척수장애인이나 심장질환자 등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서혜영/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 취지는 장애인 6%를 더 돕자는 건데 97% 되는 장애인에게 너무 가혹한 제도죠. 호흡기마저도 끊어버리면 실질적으로 희귀병 장애인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는 거죠.]
이에 따라 한 달에 최대 12만원 정도를 환자 본인이 내야 하는 상황.
[김태수/진행성 근이영양증 환자 : 수급자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호흡기 장애인이 기본적으로 들어갈 돈이 많아요. 그런데 갑자기 법을 바꿔서 부담이죠.]
질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거나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희귀난치성 환자를 위한 정부 예산은 2년째 줄고 있습니다.
[정영만 회장/한국근육장애인협회 : 굉장히 기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정권에서 매년 예산은 점점 줄고 자부담으로 고통받는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암을 포함해 희귀 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모두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되레 부담만 커진 겁니다.
[이재익/진행성 근이영양증 환자 : 중증 장애인들은 정말 그냥 살기도 너무 너무 힘든데, 대한민국에서 숨 쉬는 데 돈을 내야 된다는 현실이 굉장히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