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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오늘은 전두환 씨가 잊었을지도 모를 그의 대통령 당선일"

입력 2018-08-27 21:55 수정 2018-08-2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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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해양작가 천금성. (1941-2016)

그는 고된 뱃일을 견뎌내며 소설을 썼습니다.

달빛 출렁이는 선창 아래서 적어 내려간 글은 거친 바다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도 그는 배에서 소식을 들었다합니다.

"그는 한국의 멜빌이요, 콘래드이며 생텍쥐페리이다." - 송재영 평론가
"바다와 사투하는 치열한… 문학적 깊이" - 이문구 소설가

천금성은 헤밍웨이처럼 바다 이야기를 쓰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런 그의 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했던 계기는 바다가 아닌 뭍에 딱 한 번 발을 들인 이후였습니다.

"전두환 장군의 전기를 써보지 않겠느냐"

착수금 50만 원을 들고 찾아왔던 허문도 중앙정보부장 특별보좌관과의 만남.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전두환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전두환의 전기 작가' 이후 그는 더 이상 한국의 헤밍웨이가 될 수 없었습니다.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

- 천금성 작가

낙인은 오랜 세월 그를 짓눌렀고 인세를 받아 배를 하나 사려 했다던 작가는 자신이 쓴 그 글의 굴레에 갇혀서 쓸쓸하게 잊혀갔습니다.

반면, "황강에서 북악까지" 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장군은 긴 시간 권력을 무기로 살아남아 당당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폭동은 폭동일 뿐"
"(나는)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
"(조비오 신부는) 가면을 쓴 사탄"
< 전두환 회고록 中 >


그 당당함은 종래에는 그 스스로 펜을 들어 자신만의 시대적 소명을 논하게 만들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던가…

총으로 일어섰던 그는 펜으로도 뭇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고…

법정을 거부한 그의 이유는 이랬습니다.

"방금 전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의 알츠하이머…"

그는 모두 잊은 것인가.

아니…그것은 잊힐 수 있는 것인가.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

작가 천금성은 그날의 선택을…수없이 되새김했을 회한의 순간을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면 자신이 주역이 되어 가해했던 봄날 그 거리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었다 하는 가해자는…

지금으로부터 꼭 38년 전인 바로 오늘, 8월 27일.

대통령에 당선되어 당시엔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러나 지금은 잊었다 하는.

가장 높은 권좌에 올랐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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