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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병원서 농성현장까지…아픈 '전태일들' 돌보는 사람들

입력 2020-11-19 21:07 수정 2020-11-1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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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너무나 당연한 문구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지요. 일하다가 떨어지고 질식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 또, 일하다가 아프고 다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그 숫자가 5만 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많아도 금방 잊혀지곤 하는데, 한편에선 아픈 노동자들을 묵묵히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한 노동자의 X레이 화면입니다.

폐에 보이는 구멍이 해가 갈수록 넓어집니다.

가장 심각한 단계인 '진폐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영상의 주인공을 진료하러 갑니다.

[안녕하세요, 좀 어떠셨어요, 오늘 낮에는? (괜찮았습니다.) 이게 진폐증이라는 게 뭐 아예 좋아질 순 없으니까.]

20년 넘게 대리석 가공 일을 했습니다.

[김종근/석재 가공 노동자 : 2015년도에, 언젠가 갑자기 폐에서 물이 나오더라고요.]

숨을 쉬는 게 힘들어 마스크 착용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산업재해가 인정돼 조만간 폐를 이식받기로 했습니다.

[김종근/석재 가공 노동자 : 1988년도에 석재 기능사 자격증을 따놓은 게 있었어요. 그걸 찾아서 (산업재해 판정) 혜택을 본 거죠. 저는 행운아예요, 사실. 굉장한 행운아입니다.]

바로 맞은편 병상엔 강원도 태백의 탄광에서 15년간 일한 노동자가 있습니다.

석탄을 캐며 마신 가루들 때문에 역시 진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장양대/탄광 노동자 :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걸 계속 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숨쉬기 편하게 하고, 호흡기 하는 데 도움 준다고.]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탭니다.

[장양대/탄광 노동자 : 식당일도 하고 다니다가 더 하면 안 될 것 같아서…기침 세게 하잖아요. 그럼 탄 안에 돌 같은 게 있잖아요. 딱 뱉어 보면 돌덩어리 같은 게 나와요.]

이들이 있는 곳은 녹색병원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산업재해인 원진레이온 사건의 피해 노동자들을 돌보기 위해 20년 전 탄생했습니다.

[윤간우/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 직업병은 사회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병이고. 과거에는 아주 심한 먼지에서도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은 작업현장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임상혁/녹색병원장 :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 사고의 크기는 그렇게 줄진 않았어요.]

전태일 열사 50주기, 2020년의 산업 현장은 아직도 열악합니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위해 의료진과 상담사, 연구진이 뭉쳤습니다.

'인권치유119'입니다.

[임상혁/녹색병원장 :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 그다음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자 노동자의 건강의 문제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리상담도 이뤄집니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 5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습니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자다 깨서도 꿈꾸는 게 아닌가. 진짜 악몽 꾼 것처럼. 이건 꿈이야. 빨리 깨야지…]

우울증약으론 부족해,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A씨/쿠팡 단기 노동자 (코로나19 집단감염) : 아이가 학생이다 보니까 학원 다니는 쪽에서 연락이 오고. 밖에서 지나가시는데 손가락질하면서 저 집이라고. 막 피해서 지나가고.]

상담사들은 산업재해가 정신적인 후유증도 남겨 계속 돌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홍정연/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 :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으실 때 평상시에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 말을 하기 힘드시기도 하시고요.]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이번엔 국회 정문에서 단식 중인 노동자들인데요.

지난달에도 여기서 2주간 단식투쟁을 벌이다 병원에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가보시죠.

SK브로드밴드 산하 하청업체의 노동자들로, 지난 7월 전북 전주에서 일하던 노동자 8명이 충청 지역으로 부당 전보당했다며, 농성을 이어왔습니다.

국회가 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팔을) 편안하게 무릎에 내려놓으시고. 다시 한번 잴게요. 혈압이 150에 100이신데. (3일째 이 정도가 나오고 있어요.) 아 그래요?]

언제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소금도 좀 챙겨 드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 단식은 어떻게 기한이 있는 건가요. (아니요.) 기한이 없는 건가요. (단식의 목적이 있는 거라서…)]

의료진은 단식을 노동자의 최후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이보라/녹색병원 호흡기내과 : 먼저 단식을 하시다가 건강 해치고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걸 봤는데도 또…]

투쟁하는 노동자에 대한 현장 진료 역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이보라/녹색병원 호흡기내과 :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투쟁하시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진료실에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건 올 수 있는 환자만 보겠다는 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거나, 다쳐 쓰러지고 있습니다.

현장의 의료진과 상담사들은 모두 연대해서,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건강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몫입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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