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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가 위·아래' 갈등의 골…현장 가보니

입력 2015-05-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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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역 앞 고가도로가 뉴욕의 하일랜드 파크처럼 공원이 된다… 좋아하실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근처 상인들은 온통 반대입니다. 하지만 몇달 뒤면 도로를 막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갑니다. 상인들 반대를 의식해서인지 서울시는 어제(10일) 일종의 맛보기로 도보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논쟁이 뜨거운 현장을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폭 10미터, 길이 930여 미터로 뻗은 고가도로가 차 대신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북쪽 숭례문과 남쪽 서울역이 기념 사진의 배경이 됩니다.

[최기영/서울 불광동 : 되게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차만 다니다가 걸을 수 있다고 하니까. 공원 조성화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제 옆에 고가도로 중앙선에는 이렇게 고가도로와 서울역 등 이 주변지역의 역사가 자세하게 적혀진 설명자료가 놓여져 있습니다. 많은 시민분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 아래에 있는 고가도로 입구 쪽에는 많은 시민분들도 나들이 복장을 한 채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는 모습인데요.

그런데 제가 살짝 각도를 틀어서 고가도로 아래쪽을 내려다봤더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고가도로와 무관한 내용인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떤 이야기인지 내려가서 들어보겠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수십년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오래 서있기도 힘듭니다.

[많은 상인이 죽는데, 고가도로에 무슨 공원이 필요해? 배부른 소리지.]

차량통행이 막히면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특히 중요한 것은 서울 도심의 동쪽과 서쪽을 신속하게 이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인 남대문 시장과 회현동 방향 그리고 그 반대편으로는 각각 중림동과 만리동 그리고 청파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곳 서울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은 하루 평균 많게는 오만 여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상인들은 이 중 40% 정도가 남대문 시장을 오가는 차량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막히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인들 중 하나가 바로 이곳 남대문 꽃 도매상가 상인들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지금 안으로 들어가서 상인들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꽃 시장은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가는 배달 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입니다.

[김만호/꽃 배달 25년 : 꽃이 생화여서 제 시간에 안 가게 되면 버려버리거든요. 상인들도 제시간에 오기를 바라가지고.]

마침 한 배달원이 급히 나섭니다.

[강성율/꽃 배달 30년 : (어디 가시는 거예요?) 마포, 서소문 가는 거예요. (서울 고가도로 타셔야 하는 건가요?) 타야 해요. 하루에 20번씩 이상 다니는 걸 막아버리면 안 되잖아. 그럼 일을 못하지.]

실제로 서울역 고가도로 사용 유무가 운송시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이곳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의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분을 섭외했습니다. 이렇게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한 채 한번 실험 촬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공덕오거리까지 같은 속도로 주행한 결과 고가도로를 이용하면 9분 30초 정도면 갔다 오지만, 우회하면 6분 정도 더 걸립니다.

서울시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밴치마킹했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 카페가 생기고, 여기 전망대가 생기고, 수많은 재미난 이벤트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지만 서울역 고가도로의 경우, 확실한 대체도로 건설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현준/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 하이라인 파크는 이미 버려져서 아무도 안 쓰던 땅을 사용 용도를 새롭게 넣는 거였고, 이건 자동차가 쓰던 데를 사람으로 사용자를 바꾸는 거가 되기 때문에 중간 단계가 상실된 거죠.]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이 뒤에 있는 고가도로로 차량들이 이렇게 드나들 수 있는 건 단 다섯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보다 더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고가도로 위 아래로 그리고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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