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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파크'처럼?…서울역 고가 개방행사 가보니

입력 2015-05-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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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파크'처럼?…서울역 고가 개방행사 가보니


'하이라인 파크'처럼?…서울역 고가 개방행사 가보니


영상 24도의 초여름 날씨를 보인 10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도로는 차량 대신 수천 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시가 이날 '고가에서 머물다 : 봄소풍'을 주제로 고가도로 상부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폭 10.3m, 길이 936m에 이르는 서울역 고가는 중구 회현역쪽에서 시작해 만리동 초입에서 끝이 난다.

서울시는 안전도 D등급을 받아 철거위기에 놓인 서울역 고가를 허물지 않고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처럼 보행자 전용의 공중 공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1970년 산업화 시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어진 이곳을 2017년에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에서 '서울역 7017프로젝트'란 사업명도 붙었다.

이날 고가 공개행사는 7017프로젝트의 '맛보기'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미 한차례 시민개방행사를 열었지만 이날은 이전보다 시간당 3~4배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는 고가 중간 평지구간 400m에 인조잔디를 깔고 파라솔을 설치해 누구나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소규모 거리공연과 움직이는 헌책방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대학생들은 남루한 난간에 화사한 봄꽃을 그려넣었다.

박원순 시장은 낮 12시께 예고 없이 나타나 40여 분간 시민들과 걸으면서 7017프로젝트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나눠주는 과일 등을 먹으면서 "서울역 고가는 새로운 도심 속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에서 17m 높이에 놓인 서울역 고가에서 이채로운 소풍을 나온 시민들은 대체로 7017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크닉매트에 아들과 함께 몸을 누인 한 40대 남성은 "밑으로 차들이 씽씽 달리는데 그 위에서 햇볕 쪼이는 게 참 신기하다"며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어쨌든 삭막한 도시 속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애완견을 끌고 온 유모(37)씨도 "입소문을 듣고 왔는데, 이렇게 높은 고가 위를 애기와 함께 걸으니까 기분도 상쾌하고, 이색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7017프로젝트는 뉴타운 사업이 실패작으로 귀결되면서 그 대안으로 최근 관심도가 높아진 도시재생의 상징과도 같다. 박 시장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서울역 일대를 고부가 가치로 만드는 도시재생의 선도사업이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다만 구경거리가 빈약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고가를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서울역사가, 오른쪽으로는 숭례문과 인왕산 등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스카이라인이 일정치 않은 건물들이 시야를 가려 조망 자체가 탁 트였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23세 동갑내기 대학생 연인인 김모씨와 양모(여) 씨는 "땅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는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면서도 "주변 건물들이 특색도 없고 그저 높고 커다랗기만 해 풍경 자체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가에서 진행된 현장투표에서 시민들은 고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가에서 봄을 즐기러온 우리를 봄' 란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서울시도 이 점은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상공모를 통해 도출된 내용으로 고가를 채우면 도심 속 보행친화공간으로서 충분히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시 관계자는 "전망이 일부 답답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서울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의미 있다"며 "동시에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가가 긍정적으로 채워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17프로젝트의 본격 시행에 앞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외견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행사에는 4시간 동안 무려 4만8000여명(서울시 추산)의 시민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7017프로젝트는 고가 위에서만큼은 별 이견이 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가 아래 쪽 상황은 달랐다.

중구 남대문 상인 15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께까지 3시간 여 동안 회현역방향 진입 고가 아래에서 집회를 열고 7017프로젝트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체도로 없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 지역 경제 무너진다', '先 대체도로 건설, 後 공원화 사업', '고가공원화로 교통축 폐쇄되면 남대문시장 다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시민개방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거친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측에서 고가 아래로 투신한다는 제보가 들어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청 직원 등이 고가 난간에서 '인간펜스'를 쳐야하는 곤욕 역시 오후 3시 마무리된 이날 행사의 그림자라면 그림자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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