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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30억원대 방산비리 주범 놓친 검찰 특수부"…권익위, 재수사 요청

입력 2021-03-18 20:28 수정 2021-03-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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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년 전에 검찰은 230억 원대의 방산 비리를 수사한 바 있습니다. 불량이거나 중고 부품을 납품해서 방산업체가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업체 대표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고, 2년 전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표가 주범'이라며 다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도 대표를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전투기 이륙 전 시동을 걸어주는 발전기입니다.

군 항공작전에 꼭 필요한 부품으로, 값은 한 대당 3300만 원에 이릅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 발전기와 관련된 230억 원대 방산비리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한 업체가 발전기 54세트를 군에 납품했는데, 대부분 불량품이나 중고품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이 발전기들은 공군 제17전투비행단 등 전국 13곳에 투입됐습니다.

이후 군 작전에서 460여 건의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 걸로 JTBC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당시 검찰은 업체 본부장인 김모 전 공군 준장과 조모 실장만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2017년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다시 조사했습니다.

검찰 수사 대상에서 업체 대표이사 A씨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권익위는 "A씨가 직원들에게 범행을 지시하는 등 공모했다"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A씨가 주관한 '사업 회의록'을 제시했습니다.

JTBC가 입수한 문건엔 이 업체가 발전기 납품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담겼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대표이사, 영업부 부사장, 신사업 고문과 전무.

"인맥을 동원해 각 지역별 물량을 확인", "현 상태 시험 통과 가능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잘못되면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019년 3월, 1년 간의 조사를 끝낸 권익위는 A씨를 피의자로 수사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년간 A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검찰 직제개편이 이뤄지면서 방위사업수사부가 없어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수원지검에 넘어갔는데, 역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방산비리의 핵심 인물은 2015년에도, 지금도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 범죄 인정 130억뿐…권익위 "허공에 날린 세금 100억"

[앵커]

국민권익위원회는 방위사업청,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이 비리로 23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민의 세금입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빠져 나가면서 피해액이 130억 원으로 계산됐고, 나머지 100억 원은 업체에서 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고 권익위는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조보경 기자입니다.

[기자]

이 업체는 미국산 중고 발전기를 사들인 뒤 방위사업청엔 새 제품으로 속여 팔았습니다.

발전기 겉면에 페인트를 칠해 바꿔치기하고, 가짜 시험 성적서도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고발한 공익신고자는 이같은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익신고자 : 국방품질기술원 감독관 퇴근하고 나면 밤에 아니면 주말에 그 사람 출근 안 할 때 바꿔치기했고…]

공군 출신에 방사청 근무 이력이 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 직원 7명 중 6명이 전직 공군 간부였습니다.

[공익신고자 : 공군 예비역 준장 출신인데, 방사청 계약관리본부장을 역임하고… 회사에서 스카우트를 했더라고요.]

이렇게 방사청으로부터 받아낸 돈만 20회에 걸쳐 230억 원입니다.

하지만 정작 최종 재판에선 이 중 132억 원만 범죄로 인정됐습니다.

빠진 98억 원은 이 사건과 관계 없는, 범행을 하기 전 오간 돈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권익위는 2015년 검찰 수사가 잘못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봤습니다.

대표이사 A씨가 방사청 사업 입찰에 참가할 때 항공기정비업 관련 가짜 사업자등록증을 냈는데, 그때부터 범행이 시작된 것이란 설명입니다.

피해를 당한 방사청은 2017년 업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습니다.

실제 피해 금액을 104억 원 정도로만 보고, 손해사정기관에 의뢰해 이 중 30억 원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소송에서 방사청이 이기더라도, 결국 100억 원대 국민 세금이 허공에 날아가는 셈입니다.

대표이사의 혐의가 빠진 검찰 수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재판을 거치며 피해가 실제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재진은 대표이사 A씨에게 여러 번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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