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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단원고 생존자, 예방 위한 심리치료 필요해"

입력 2014-07-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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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healing)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화두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힐링이 필요한 적이 있었을까? 세월호 참사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세계적인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치료 전문가가 한국을 찾았다. 이스라엘 민간구호기구 '이스라에이드(IsraAID)' 아시아지국장인 요탐 폴리저(Yotam Polizer) 씨다. 요탐 지국장은 세월호 사고현장 피해자들의 상태를 파악해 30년 이상 경력의 심리치료전문가들을 이끌고 지난 5월 방한했다. 경기도 안산 지역을 중심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요탐 지국장을 만났다.

-'이스라에이드'는 어떤 곳인가.

"세계적인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국제 심리치료 민간구호단체다. 테러와 전쟁, 홀로코스트 등을 겪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유대인을 돕기 위해 2001년에 설립됐다. 이후 재난과 재해를 겪는 이재민 지원 활동을 전 세계 22개국에서 펼쳐 왔다. 나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 지역을 포함한 아시아지국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재난 재해 현장에 파견되는 것인가.

"일본 쓰나미와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자 등을 통합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번에 세월호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한국에 왔다. 즉 현장을 파악해 세계적인 재난 전문가나 심리치료 전문가들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일본은 재해였기 때문에 의료나 식품 지원이 필요했다면, 한국은 안전 등 트라우마와 관련해 지원한다.

-한국에 와보니 상황이 어떤가.

"한국에 온지 두 달이 넘었다. 진도도 여러 번 방문했다. 매우 큰 비극이고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것도 모두들 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 다행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재해재난 프로그램으로는 해결책이 없는 것인가.

"마법의 해결책(magic solution)이란 없다. 한국에서 발생한 이런 종류의 재해는 처음이기 때문에, 새로 배우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쟁과 테러 발생 이후 시스템을 세웠는데, 폭탄테러가 발생하면 전문가들이 2시간 만에 쉼터를 찾아 심리지원에 들어간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 이후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은 시스템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 트라우마 치료 방법 다양, '감정 표출'하도록 해야

-심리 치유 방법은 그림, 편지, 음악 등 다양한데,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가.

"하나의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여러 방법들을 경험한 뒤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들에게는 상담 보다 드라마나 음악, 스포츠 등의 방법이 낫다. 트라우마 겪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을 힘들어 하기 때문에 감정을 표출하도록 하는 '표현적 치료'가 실용적이다."

-한국 상황에서 중점을 두는 치유법은.

"우리는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전해주러 왔다. 지역의 현지 상담치료사가 의뢰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잘 적용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이다. 한 단원고 생존자 학생을 만났는데, 사건을 겪었거나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학생을 지금 관리하지 못하면 10년 뒤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예방하려고 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고,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치료가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나 사회복지사들이 2차적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는데, 방법이 있나.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정서적 지지'가 잘못 이해되고 있는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 뿐 아니라 치료사나 일반 국민 역시 이야기를 나누고 표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꼭 몸이 아파야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정서적 지지의 필요성을 느낀다."

◇ 음악, 고통을 이겨내고 영혼 정화하는 힘

-'힐링뮤직'이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이 되나.

"음악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치유방법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공통의 언어이기도 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심장박동소리라는 음악을 듣는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정서를 안정시켜준다. 음악의 특별한 힘이기도 하다. 나는 프로는 아니지만 기타를 친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슬픔을 잊어버리며 문제들을 흘려보낼 수 있다."

-치유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나라에 매우 큰 비극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다. 참사 이후에 힘들고 어지럽지만, 음악을 듣게 된다면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영혼이 정화되는 것을 경험하길 바란다. 음악이 나 자신을 움직이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소름이 돋는 그런 순간이 있는데, 그걸 치유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 순간을 느꼈으면 좋겠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느낌을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요탐 지국장은 '티쿤 올람(Tikkun Olam)'이라는 유대교의 유명한 구문을 얘기했다. "유대어로 '세상을 치유하다(repair or heal the world)'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중요한 메시지인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죠. 사람들은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을 압니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친구에요. 이스라엘에 문제가 생겨도 한국이 와서 도울 거라고 믿어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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