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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양지'축구단의 비극, 혹은 추억

입력 2017-08-17 22:22 수정 2017-08-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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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66년 북한의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진출, 일대 파란이었지요.

당시 북한이 꺾은 나라는 강호 이탈리아였습니다. 바로 한 달 전엔 남한의 프로복싱 주니어미들급 김기수 선수가 역시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꺾고 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한 신문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남한에게 얻어맞고, 북한에게 차였다"

이 얘기는 반은 미담이고, 반은 비극이었습니다. 적어도 당시의 정권에겐 그랬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양지축구단' 1967년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 하에 만들어진 드림팀이었습니다.

목표는 오직 하나. "북괴를 꺾어라"

북한이 월드컵 8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자 북한에게만은 질 수 없다고 여긴 청와대와 중앙정보부가 육해공군은 물론 실업팀 선수까지 모두 징발해 무적의 축구팀을 구성했던 겁니다.

"영문도 모른 채 지프차에 실려 중정에 끌려갔다"

대학팀에 가려 했다가 징발됐다는 이회택 선수를 비롯해 김호, 김정남, 서윤찬, 정병탁, 이세연…그들은 "이기라면 이기고 죽으라면 죽으라"는 구호 아래 맹훈련을 거듭했습니다.

'양지축구단'이라는 명칭 역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던 그 유명한 부훈에서 가져왔다 하니… 중앙정보부가 체육부 노릇까지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양지회. 전직 국정원 직원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그 구성원 일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운영한 '민간인 댓글부대'의 팀장으로 일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서 양지회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엮어냈고, 한 달에 많게는 2억 5천만 원까지 지급되었다는 국민세금 중 일부가 그들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국정원은 탈북자 단체는 물론이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까지 댓글부대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받고 있죠.

양지 축구단의 최종 목표는 '북괴를 꺾어라' 였다는데… 시민의 세금으로 전직 직원들과 민간인까지 동원해가며 그들이 비틀고, 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양지축구단의 결말을 기억하시는지요?

그들은 결국 최종목표였던 북한과는 맞붙지 못했습니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실각과 함께 축구단은 소리 소문 없이 해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지에서 양지로 그 윤곽을 드러낸 양지회와 댓글부대…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역사는 이래서 언제나 파란만장한가 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 한 가지…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들은 1966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와 맞붙은 경기장에는 이런 슬로건이 걸렸습니다.

"AGAIN 1966!"

당시의 정권에겐 비극이었지만, 21세기의 시민들에겐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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